로스쿨 도입과 사법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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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입과 사법 포퓰리즘
  • 이영희
  • 승인 2006.07.0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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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변호사·법무법인 바른/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 수사관

 

로스쿨 도입론자들은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심지어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도 육법전서를 외워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현행 사법시험 제도의 맹점으로 지적하면서 이러한 불합리를 제거하기 위해 로스쿨이라는 전문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곤 한다.


지금 많은 대학은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로스쿨 유치에 사활을 걸고 공과대학이나 기타 대학에 배정하여야 할 예산을 줄이는 대신 법학전문도서관·모의법정 등 시설 구축을 위해 고층건물 짓는데 수백억 원씩 쏟아 붓고 있으며, 이는 법대교육의 정상화를 위하려다 전체 대학의 질적 저하 또는 로스쿨 유치에 실패한 대학의 경우 파산을 불러 올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각 대학은 자신들이 수백억 씩 쏟아 부은 비용과의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로스쿨 학비가 연간 2000만 원이 넘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3년간 수업료와 기타 경비 등을 감안하면 대략 1억 원 정도의 대가를 지불해야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로스쿨 진학은 그저 꿈에 불과한 것이고, 결국 로스쿨은 가진 자들의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로스쿨 찬성론자들이 로스쿨 도입의 목적으로 내세운 질 높은 법학교육과 국제경쟁력 강화는 위와 같은 양극화를 감추기 위한 허구에 불과한 것이다.


로스쿨 도입론자들이 주장하는 질 높은 법학교육 및 국제경쟁력 강화는 로스쿨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현행 법과대학의 수업 방식을 실무능력과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하거나, 사법연수원의 교육 시스템을 수준 높은 법학교육 및 국제경쟁력 강화할 수 있는 체제로 바꾸어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로스쿨 도입론자들은 위와 같은 로스쿨 제도의 단점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않은 채 로스쿨 도입만이 법학교육과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고, 이에 반대하는 법률가들의 비판은 마치 자기 밥그릇 지키려는 소리에 불과하다고 치부해 버린다.


그렇다면,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지금보다 대폭 늘리면 되지 않는가? 정녕, 변호사 숫자를 늘려 국민들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 로스쿨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한다면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대폭 늘리면 된다.


굳이 로스쿨 제도의 도입을 고집함으로써 각 대학에게는 로스쿨을 유치하기 위해 수백억 원을 투입하게 하고, 향후 로스쿨 유치에 실패할 경우 대학의 파산으로 이어질 위험부담을 안게 하고, 경제적인 소외 계층으로 대학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는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 자체를 막아버리거나, 수년간 수업료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로스쿨 도입인지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되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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