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다시 되짚고 넘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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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다시 되짚고 넘어가야
  • 이상연
  • 승인 2006.07.07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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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임시국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해 도입 시기가 2009년 3월로 1년 미뤄지자 로스쿨 설립을 준비해온 대학들에서 여러 가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보도다. 로스쿨 유치를 준비해온 대학들은 정부의 도입 일정이 늦춰진 것에 대체로 불만을 터뜨리는 분위기이며, 일부 대학들은 연기된 1년 동안 여러 가지 미비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일부에선 이러다 정권말 '레임덕' 현상에 휘말려 아예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학의 운명을 걸고 로스쿨 유치경쟁을 벌인 대학들은 시설 및 교원 확보 등 과잉투자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안게 돼 로스쿨 도입에 대한 현재의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과잉투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득보다 실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로스쿨 입학을 준비해온 학생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현재 대학 1, 2학년생들은 사법시험을 준비해야 할지 로스쿨 개원을 기다려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 물론 교육부는 이번 로스쿨 도입 시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제도 도입 자체에 대한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하면서 늦어도 9월 정기국회에서는 법률이 통과되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지만 정부의 입맛대로 처리될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이참에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로스쿨 도입인지 다시 한번 되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로스쿨이 과연 한국 법학교육의 난제를 풀 수 있는 '만능키'인지 근본부터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로스쿨이 도입되면 진정 정부가 목표로 하는 양질의 법적 서비스 제공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 양성이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물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로스쿨이 부자에게만 문을 열어 주는 '돈스쿨', 가난한 자에게 높은 장벽을 쌓는 다는 점 △이론과 실무 어느 쪽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질 낮은 법조인만 양산하는 교육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점 △이론을 익히기도 부족한 3년의 로스쿨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변호사 수의 대량 증가는 오히려 국민의 법률 비용 부담 증가를 초래한다는 점 △전공과 무관하게 너도나도 로스쿨에 몰려 대학의 '로스쿨 학원화' 현상으로 대학교육의 정상화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등의 많은 문제점에 대해 해결책이 선행돼야 한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와 명확한 해결책 없이 단순히 개혁과 혁신이라는 정치적 명분으로 로스쿨을 밀어붙이는 것은 대단히 모험적이고 포퓰리즘(populism)적인 발상이다. 로스쿨이 백지화될 경우 로스쿨 유치를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한 대학교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이미 강화한 시설과 인원은 기존의 법과대학 교육을 내실화하는 데 사용하면 된다. 따라서 로스쿨 도입 법안 백지화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로스쿨 도입 주장자들이 그리는 장미빛 그림들이 우리 실정에 맞는 현실적인 방향인지 아니면 현재의 법과대학 교육 프로그램을 보다 업그레이드하여 정상화하는 것에 포인트를 맞추는 것이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인지 꼼꼼히 따져 볼 일이다. 기존의 판을 뒤집는데는 더 많은 공감대가 필요함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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