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지옥의 문턱을 넘고 있는 인간들
이처럼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북한이 무엇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을까? 그들은 무조건 미국의 7월 4일을 기준하여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작심한 듯 동해상의 파고가 4미터가 넘는 악천후 속에서 그것도 한밤중에 미사일을 쏘았으니 이는 일반적인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는 국제관례에 비추어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일을 한두 번 한 것이 아닌 나라가 북한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대화의 물꼬가 될지 아니면 더욱 무거운 북한 압박의 부메랑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으니, 언제나 남북통일이 이루어질지 답답할 노릇이다. 우리는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억지하기 위하여 경계 태세를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그들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까지 놓지 않으려고 하는 마지막 발버둥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동정심도 가져야 하리라 본다. 만일 북한이 그 마지막 발버둥까지 놓쳐 버린다면 북한은 바로 그 날로 붕괴될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그들은 언제 죽을지 모를 판국에 자포자기가 되어 막판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들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대외선전용으로 미사일을 쏘아 올렸는지도 모른다. 우리 정부는 이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북한과의 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하여야 하고, 미국에 대하여도 실질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재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대내적으로 국민의 경각심을 높여 나가는 한편 북한에 대하여도 일관된 지원정책을 병행하여 그들이 잘못된 오판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대화의 창으로 끌고 나와야 한다.
이라크는 미군 병사들의 10대 소녀 성폭행 및 살해 사건으로 시끄럽다. 이라크에 파병된 21세의 스티브 그린이라는 병사가 다른 병사 세 명과 함께 불과 16세에 불과한 아비르 카심 함자라는 소녀의 집에서 지난 3월 11일 그녀의 아버지와 여동생을 총으로 쏘아 살해한 뒤 그 시신 옆에서 그녀를 집단강간하고 그녀의 어머니도 함께 성폭행한 후 살해하였다는 것이다. 더욱 끔직한 것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살해한 그녀와 가족들의 시신을 불태운 뒤 그들을 살해한 자들을 이라크반군세력에 의한 테러라고 소문내었다니 그들의 만행은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극한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의 광기이다. 만일 그들의 만행이 드러나지 않고 그대로 넘어갔다면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었겠는가?
인간의 정의는 과연 무엇인가? 한쪽에서는 다른 나라의 인권을 거론하며, 대량살상무기의 제조 및 수출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큰 목소리를 내며 침공하거나 핵무기개발 등을 금지시키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자국의 군인들을 다른 나라에 파병하여 무고한 그 나라의 백성들을 죽이고 강간하고 인권을 유린하도록 장터를 열어놓고 있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하고 있는 강대국, 그것이 과연 우리 인류가 꿈꾸는 정의의 올바른 모형인가? 아니면 윌슨이 주장하였던 민족자결주의 사상에 입각하여 모든 문제는 자국민들끼리 해결하도록 방임하는 것이 최고의 정의인가? 정말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인간들 세상에 진정한 평화란 존재할 수 없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유행가 가사가 있지만, 인간만큼 또한 추악한 동물이 어디에 있을까? 과학 문명이 발달수록, 인류 문명이 발전할수록 All or Nothing의 이기심과 탐심만이 넘쳐나게 될 것이다. 미래는 대량파괴와 대량살상이라는 참혹한 지옥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는 야만의 시대가 되고 말 것이다. 아주 더러는 착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