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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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6.06.3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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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자선, 그 맑은 새소리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을 가진 워런 버핏, 세계 두 번째 부자로 알려진 그가 370억 달러에 달하는 자신의 재산을 자선단체인 빌과 멜린다 게이츠재단에 기부한 것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370억 달러이면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35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 자금은 주로 세계의 보건과 건강 증진 및 도서관 건립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로써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출연하여 설립한 위 재단은 자산 규모가 600억 달러로 늘어나게 되었다니 한 마디로 그냥 부러울 뿐이다. 그 돈이면 충분히 자선 단체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인데 왜 직접 자선단체를 설립하지 않고 하필이면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빌과 멜린다 게이츠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워런 버핏은 믿을 만한 재단이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대답하였다고 한다.


요즘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로 각광받고 있는 책들은 대부분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한 어설픈 내용들을 담고 있는 책들이라고 한다. 가난에 한이 맺혔는지, 우리 한국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 위해 책까지 열독하고 있다. 땅 투기를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되고, 주식 투기를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되는지, 어떻게 처세를 하고, 어떻게 돈이 될 만한 친구를 사귀어야만 하는지, 어떻게 협잡을 하고, 어떻게 부정부패를 저질러야 부자가 되는지 등 등 별의 별 방법에 대한 내용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는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사업가로서 대성하여 19세기말에 미국 철강 생산의 4분의 1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철강왕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그는 노년에 자신의 돈을 사회에 희사하였다. 어느 날 갑자기 카네기 철강회사를 4억 파운드에 매각한 후 그 돈으로 카네기재단을 설립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자선은 자비가 아니다.”라는 철학으로 재단의 재산을 공짜로 나눠주는 직접 지원 방식 대신 가난한 이들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도록 농민들에게 비료를 나누어 준다든지 도서관을 지어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통해 돈을 버는 것만이, 부를 소유한 것이 행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정신적 삶을 고양시키는 일에 진력할 것이다. 그것은 사회와 나누는 일을 의미한다. 재산을 안고 죽으면 천국에서 명패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라는 각서를 스스로 쓰기도 했다는 카네기의 정신은 지금도 카네기재단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살아 역사하고 있다.


록펠러 재단은 또 어떠한가?  러드로의 학살과 클리블랜드의 대학살을 주도한 록펠러가 세운 자선단체이다. 러드로의 학살이란 1913년 콜로라도 주 소재 탄광촌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광원들이 일으킨 파업을 잠재우기 위해 무리하게 민병대를 동원한 끝에 어린이와 여자를 포함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잔인한 학살이었고, 클리블랜의 대학살 역시 사업가 록펠러가 스탠더드 오일을 세워 석유산업을 장악하기 위해 경쟁자들을 무자비하게 제거하는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야기되었고 이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의 사상자가 난 대학살 사건이다.


그러나 록펠러는 프레드릭 게이츠 목사의 권유을 받아들여 록펠러 재단을 설립하였다. 그 때 게이츠 목사는 록펠러에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산을 불어나는 것보다 더 빨리 나눠주지 않으면 록펠러와 그의 자손들이 돈에 깔려 죽을 것이라고 충고하였다고 한다. 록펠러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게이츠의 충고대로 록펠러 재단과 록펠러의학연구소를 설립하였으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가 얼마나 선행을 하든 재산을 쌓기 위해 저지른 악행을 다 갚을 수는 없을 것이다라는 비판성 평가를 할 정도였다니 그의 악행의 정도가 얼마였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록펠러 재단은 록펠러의 악행을 뒤로 하고 그를 자선의 대가로 평가받게 하고 있고, 록펠러 재단은 교육, 의료, 과학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적을 쌓아 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가 8,000억 원을 사회에 헌납하기로 했고,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일가가 1조 원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그들이 헌납한 돈들이 이 사회에서 유익하게 사용되기를 바랄 뿐이다.


미국은 위와 같은 자선단체가 6만여 개가 활동하고 있고, 자산 규모만도 5,0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부자들이 앞 다투어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자선단체를 만들어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있다. 세계 최대의 갑부인 빌 게이츠도 2년 후에는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자선사업에만 전념하겠다고 선포하였다. 워런 버핏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상속세 폐지 방안에 대하여 상속세는 매우 공정한 세금으로 상속세 폐지 시도는 매우 혐오스러운 행위라는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자신의 재산을 자식들이 아닌 자선단체에 서슴없이 기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뜻 있는 이들에 의해 1%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혈연주의에 사로잡혀 오직 자식에게만 부를 물려주려는 것이 전반적인 현상이다.


인생은 모두 공수래공수거이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다. 미국의 패권주의, 마약 및 폭력, 총기사고 및 음란물의 범람과 무차별적인 강압행위에 대하여 분노하다가도 위와 같은 위대한 시민들의 솔선수범 앞에 할 말을 잃는다. 우리 기업가들에게서 워런 버핏과 같은 기부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더불어 사는 세상은 넘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많이 가진 부자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를 위해 그 돈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부자들이 넘쳐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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