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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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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뻔뻔한 매국노들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재정경제부가 외환은행과 론스타 간 비밀 협상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막후 조정한 증거들이 속속 밝혀져 헐값 매각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첫 번째 의혹은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실제보다 훨씬 나쁘게 하향 조정되도록 외압과 협잡이 있었다는 것이다. IMF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기관은 자기자본 비율을 8%대로 유지하여야 하였고, 그 비율에 미치지 못하면 부실금융기관으로 분류되어 해체 또는 매각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외환은행의 경우 정상적으로 회수 가능한 채권 등을 회수불능 악성채권으로 분류하는 편법 등을 동원하여 정상적인라면 8%를 훨씬 웃도는 자기자본비율을 6.16%라는 극히 저조한 자본비율로 조작하여 헐값에 매각하였다는 것이다. 당초 론스타에서 사겠다고 제시한 주식 시가보다 주당 1,000원 이상을 더 싸게 팔겠다고 제안하였다니 아무리 보아 준다고 해도 비싸게 사겠다는 사람에게 싸게 팔겠다고 할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해 지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의혹은 론스타는 사모펀드로 좋게 말해 투자이지 실제로는 투기성 단기자금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어서 우선협상대상업체인 금융기관이 아닌 데도 불구하고 론스타에게 인수 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무리한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를 비롯하여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총체적으로 합심하여 무자격자인 론스타만을 유일한 협상대상기관으로 선정하여, 외환은행을 팔아치우기 위한 물밑 작업을 일사불란하게 진행하였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당시 업무 담당자들에 대한 일부 금품수수 사실이 밝혀져 출국금지조치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만일 그들이 사소한 개인적 이익을 얻기 위하여 합심하여 팔아넘기지 않아도 될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팔아넘긴 것이라면 그들은 매국노 중의 매국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옛 재무부 출신 및 현 재정경제부 출신의 고급관료들이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포진하여 국가의 경제정책을 주무르고 있는 현상과 관련하여 우리는 그들을 모피아 집단이라는 이름을 붙여 비판해왔다. 오죽하면 마피아 조직에 빗대어 모피아 조직이라는 은어가 만들어질 정도였을까?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나가야 할 감독기관과 집행기관이 함께 합심하여 불법행위를 저지른다면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것보다 더 위험할 수밖에 없으며, 그 폐해는 전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 IMF 사태로 전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어 그 곤궁과 질곡의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던 그 시기, 공적 자금이라는 전대미문의 막대한 국민들의 혈세가 투자되어 간신히 외환은행을 살려 놓았더니, 그 기사회생한 외환은행이 이제는 서서히 성장 잠재력을 갖추어 갈 때쯤에 황당한 BIS 통계 조작 등으로 자격도 없는 외국의 투기성 사모펀드 회사에 헐값에 매각하여 당시 시세로도 적게는 4,000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시세차손을 끼치는 불법행위를 감행하였다면 그 업무를 담당했던 자들은 매국노 중의 상매국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 매국노가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 뿐이던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국가경제를 좀먹고, 국가정의를 좀먹으며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있는 공무원이나 사업가 또는 정치가가 있다면 그들 역시 매국노일 수밖에 없다. 론스타라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가? 미국의 부시 대통령의 출신지인 텍사스 주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폐쇄형 사모편드이다. 론스타라는 이름 자체가 텍사스주의 별칭이다. 그 하는 일은 연기금 투자, 사립학교 재단 설립, 대형 투자기관에 대한 투자 등을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여 투자하는 분야는 주로 자본력이 취약한 아시아 국가들의 부실채권 정리사업에 뛰어들어 적은 돈으로 거대한 부실채권을 인수한 뒤 약간의 투자 등을 거쳐 부실기업을 되살린 다음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고 되팔아 넘기는 업무를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부동산 등의 재력이 있으면서도 유동성이 약하여 단기 자금이 딸리는 기업들을 그 주요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말로 세계 14개국에 약 180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 관련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론스타는 한국시장 총괄을 스티븐 리라는 한국계 미국인에게 맡겼으며, 현재 스티븐 리는 불법적인 외화밀반출 사건과 관련하여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미국으로 출국하여 우리 검찰 당국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거대한 블랙 홀처럼 주로 아시아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을 때 약간의 긴급 수혈성 자금을 투입시킨 뒤 거대한 시세차익을 얻는, 어찌 하면 국제금융의 윤활유 같은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고리대금업자가 숨넘어가는 기업에 막판 자금을 조달해 준 다음 그 돈의 힘으로 헐값에 그 기업을 인수해버리는 흡혈귀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IMF 직후인 1998년에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5천억 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진출하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역삼동의 스타타워 빌딩을 매수하고, 극동건설을 인수하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외환은행까지 인수하여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론스타는 단기시세차익으로는 4조원 정도를 한국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그 돈은 투자한 원금보다 훨씬 많으니 불과 4-5년의 짧은 기간 동안의 투자로 이와 같이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동물적인 후각에 의한 과감한 투자도 있겠지만, 앞서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 바와 같이 한국의 매국노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것이다.


검찰은 론스타가 한국외환은행을 국민은행 등에 완전히 팔고 한국을 떠나기 전에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하여 한국외환은행 매각 당시에 문제가 없었는지, 무효 사유가 없는지, 그 불법성을 검토하여 일벌백계함으로써 다시는 부정한 외국투기자본이 한국의 부정한 관료들과 결탁하여 국부를 유출시키는 잘못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진력하여야 할 것이다. 두 눈 부릅뜨고 매국노들의 치부가 밝혀지기를 지켜 볼 것이다. 어디 한국이 만만한 나라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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