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문대 출신 고시생의 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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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문대 출신 고시생의 탈선
  • 법률저널
  • 승인 2001.10.0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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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문대 법대 졸업생이 거듭된 사법시험 낙방을 비관, 타인을 살해하고 자신도 사형을 당해야겠다며 모르는 사람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는 소식은 그저 어느 한 고시생의 단순한 탈선으로 덮어버리기에는 너무 심각하고 충격적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모(36)씨는 K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을 수차례 봤으나 모두 낙방했다고 한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매번 시험에 떨어져 죽고 싶었지만 자살할 용기가 없어 다른 사람을 죽이면 나도 사형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아무 가게나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책보다는 술, 당구, 도박의 유혹에 빠졌고 삶은 끝없이 피폐해져 가면서도 스스로 그 생활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두차례 자살까지 기도했던 김씨는 "차라리 다른 사람을 죽임으로써 고통스런 인생을 접고 싶었다"는 그의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최근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엽기적인 초등학교 흉기난동 살인사건에 전 일본 열도가 경악했다. 범인은 체포된 후 "모든 게 싫어졌다. 그동안 몇 번이고 자살하려 했지만 죽지 못했다. 사형되길 바란다"고 진술해 이번 고시생 흉기 난동 사건의 범행동기와 같아 충격과 함께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고시생 흉기 난동 사건으로 고시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대다수 고시생들마저 '도매금'으로 매도당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고시생의 탈선은 시대가 변하면서 절제와 자기통제가 크게 약해진 데서 오는 것일 수도 있지만 급속한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원인도 크다고 볼 수 있다. '고시가 뭐길래'라는 식의 일부 언론의 보도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구스타프 융의 이른바 '그림자 투사'에 불과하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게는 한없이 냉혹한 이중 잣대로 사물의 현상을 재단해선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입장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자기밖에 모르는 '자기애적 인격장애', 정서와 생각 등이 들쭉날쭉한 '경계선 인격장애', '정신적 장애인 신경증' 등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사회나 각종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거나 잘못된 가치관이 탈선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고시생들은 심리적으로 합격 아니면 불합격이라는 이분법적인 강박 관념에 매몰돼 '히스테리성 강박 신경증', '대인기피증' 등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시생들은 언제든 탈선의 유혹을 느낄 개연성이 높다는 점도 우리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동량지재(棟梁之材)가 될 고시생들의 심성이 황폐해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고시생의 고충을 듣고 이해하고 그래서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 속에서 모두가 '함께 가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고시가 현재 극소수의 합격위주가 아닌 법률가 양성교육으로 정상화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고시생들은 자신의 생활을 지키고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존경을 잃지 말아야 함은 물론 제도적 차원에서 보다 근원적이고 다각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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