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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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저널
  • 승인 2006.06.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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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결과는 언제나 진실하다

결과는 언제나 진실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 예선전을 지켜보며 느끼는 솔직한 심정이다. 결과는 언제나 진실하다...... 가슴 깊이 되새겨본다. 우리는 항상 모든 것의 시작에서 종료 직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기에 불안해하면서도 희망을 품고 노력한다. 일본과 호주의 예선전을 지켜보며, 후반 39분이 되도록 1:0으로 끌려가고 있는 호주팀에게는 기적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경기 시작 전 제2의 조국 한국을 위해서라도 일본팀에게는 기필코 이기고 말겠다는 히딩크 감독의 호언장담은 허언이 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종료 8분을 남겨놓은 그 짧은 순간에 호주팀의 공격은 일본팀의 골 네트를 갈랐고, 벼락 치듯 내리 석 점을 뽑아 3대 1의 대역전 드라마를 펼쳤다. 호주 국민들은 32년만의 월드컵 출전에 첫 승리의 감격으로 밤잠을 설쳤다는 외신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리가 폴란드에 첫 승을 거두었을 때의 감격만큼 그들도 동일한 기쁨을 맛보았을 것이다.


토고전은 어떠했는가? 후반 10분이 될 때까지, 이천수 선수가 천금의 프리킥을 성공시킬 때까지 토고에게 1:0으로 끌려가며 우리는 내내 불안해했다.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치루어지는 월드컵에서 한 번도 우승한 전력이 없었던 우리는 그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싶어 내내 안타까웠다. 첫 출전에서 헝가리에게 9대 0의 참패를 당했던 52년 전의 쓰라린 경험을 우리는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천수 선수의 첫 골을 시작으로 안정환 선수의 둘째 골로 우리 역시 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다. 붉은 악마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하며 열광했다.


현재로서는 승점 3점으로 G조 1위에 올라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축구강국인 프랑스와 스위스와의 대전에서 얻게 될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의 결과가 결정되기 때문에 전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또한 여태까지의 조별 예선경기결과를 지켜보면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 때와는 달리 별다른 이변이 없이 축구 강국이 계속 이기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축구 국가별 순위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국가들이 대부분 우승하고 있다, 이란, 일본, 토고, 파라과이, 앙골라, 가나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첫 번째 경기에서 대부분 패배하였다.


월드컵은 축구공 하나로 펼쳐지는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이다. 올림픽 경기는 거의 모든 전종목이 망라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축구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 월드컵의 열기를 따라가지 못한다. 왜 그럴까? 축구 종주국은 잉글랜드이다. 잉글랜드에서 시작한 축구는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터키, 브라질 등이 축구강국들을 형성하고 있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위에 나열된 나라들은 한 때 세계를 재패했던 나라들이다. 이탈리아는 로마제국의 위용을 구가하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기염을 토했던 나라이고, 독일과 프랑스는 9세기에 이르기까지 게르만제국과 신성로마제국으로 이어져 세계를 재패한 이래 나폴레옹과 비스마르크로 이어지는 제국시대를 거쳐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세계의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투우와 집시의 나라 스페인과 포르투갈 역시 13세기 내지 14세기에 인도양과 지중해를 비롯한 태평양을 주름잡으며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며, 중남미에 수많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던 명실상부한 강대국이었다. 15세기 이래 스페인과 포르투갈과의 싸움에서 이긴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자부하며 명실 공히 20세기에 들어서까지 세계의 지배국으로서의 영연방을 구성하고 있고, 터키 또한 14-16세기에 걸쳐 오스만 터키제국을 건설하여 중동지역에서 패권을 차지했던 나라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도 한때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으나 중남미에서 나름대로 패권국가로서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축구는 대단히 열정적이고 과격한 운동이다. 그러면서도 섬세한 기술과 조직력을 필요로 하는 예민한 경기이다. 남성의 격렬함과 여성의 섬세함을 함께 갖춘 운동이자, 힘을 가진 자들이 좋아하는 운동경기이다. 무엇보다도 축구에서는 넘치는 힘, 힘을 느끼게 된다. 힘을 가진 자가 중원을 지배하고, 미드필드에서 펼쳐지는 공수의 전환에 의해 승패가 갈린다. 까닭에 축구에는 강인한 민족성이 묻어나고, 나라의 국력이 표출되기도 한다. 유럽 빅 리그의 프로 선수들의 몸값이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일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시장이 부자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서도 축구에 열광할 수 있을 만큼 지불능력과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월드컵에서 느끼는 것은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국가우월주의이다. 가난한 나라, 토고와 앙골라 같은 나라가 힘겹게 월드컵에 출전하고 있지만, 역사의 변방이었던 한국과 일본이 힘겹게 월드컵에 출전하고 있지만, 이러한 나라가 월드컵에서 아직은 상위 성적을 얻기 어려운 것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국력에 비해 볼 때 기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월드컵 16강을 향해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우리가 왜 프랑스와 스위스에 이길 수 없겠는가? 우리의 한국은 어제의 한국이 아니다. 세계 국력 10위를 자랑하는 자존심과 긍지를 느껴도 될 만한 위치에 와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의 국력에 버금가는 힘을 월드컵을 통해 쏟아 붓고, 표출하고, 결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움츠러들 필요도 없다. 붉은 악마의 함성이 지구촌을 울릴 수 있도록 우리의 사기를 북돋아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부심, 그리고 그 자부심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은 결과로 말한다. 결과만이 진실일 뿐,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우리 한국 축구팀이 16강, 8강, 4강, 아니 결승에 오르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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