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올인'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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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올인' 걱정된다
  • 법률저널
  • 승인 2006.06.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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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중파 텔레비전은 월드컵 축구 관련 프로그램으로 도배질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는 물론 뉴스를 전후한 다른 프로그램도 월드컵 관련 쇼나 응원뿐이다. 하다못해 코미디 프로그램마저 소재는 월드컵이다. 특히 '축구데스크'라 불릴 정도로 작금의 월드컵 광풍에서 정말 '오버'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MBC는 한국과 토고와의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리는 13일 오후부터 24시간 동안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으로 '월드컵 채널'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청자를 획일적인 열광 속으로 몰아가고, 일시적인 즐거움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해서 시청률이라는 과실과 이참에 한철 광고장사로 한몫 챙기겠다는 생각밖에 없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비상식적, 몰이성적 월드컵 광풍을 만들어내는 이면에는 상업자본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상업자본은 응원분위기를 뻥튀기하고 '국민'을 꼬드기기 위해 '국민배우' 안성기, '국민가수' 윤도현, '국민여동생' 문근영을 등장시켜 억지 응원을 강요한다. 우리나라의 심장이라 할 서울시청과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 세종로-태평로 일대도 자본의 탈을 보는 듯하다. 인도 한가운데 월드컵 스타의 대형 동상, 축구공 조형물과 월드컵 경기 사진들이 잇따라 전시돼 있고, 심지어 상징적 문화공간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전면마저 월드컵 펼침막으로 장식돼 있다. 월드컵 응원 태극기는 전국 곳곳에서 물결을 이루고 있지만 정작 애국 선열을 기리는 현충일인 6일 태극기는 홀대를 받았다.

고시의 '메카'인 고시촌도 월드컵 광풍에 마취돼 수험생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벌써부터 고시촌 일부 PC방이나 비디오방, 심지어 성인 오락장까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생히 볼 수 있다고 선전을 펼치고 있다. 고시식당은 물론 공부하는 독서실 휴게실에도 평가전이 열리는 날이면 열성팬들은 모든 게 축구로 빠져드는 듯한 분위기로 몰아간다. 여기에는 2차시험이 코앞에 다가와 그래도 공부할 수밖에 없어 좌불안석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동료 수험생들에 대한 예의도 배려도 없다. TV 볼륨을 마음껏 높이고, '대∼한민국' 일성으로 독서실에 그들만 있는 듯 축구에 올인하고 있다. 그 곳에 모든 열쇠가 있고 그들에겐 월드컵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과연 이래도 되는가. 월드컵에 함몰돼 모든 것을 잊고 살아도 되는 것인가. 때마침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이 같은 월드컵 광풍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월드컵 광풍의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면서 "우리 자신을 한번 돌아보자."고 호소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과열된 월드컵을 바로잡기 위해 "예선에서 한국이 3전 전패밖에 없다"라는 입밖에 꺼내기 힘든 극단적인 해법을 내 놓을 지경이다. 물론 전지구적인 관심사이고 축제인 월드컵에 수험생인들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사안에만 몰입하고 있기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수험생의 현실은 너무 촉박하고 냉엄하다. 월드컵과는 관계없이 수험생이라는 현실은 현실로 존재한다. 합격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 개인의 문제가 월드컵에 이겼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을 뿐인 월드컵이야 이기든 지든 한 달 뒤면 끝난다. 그러나 명운이 걸린 수험생활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것임을 잊지 말자. 아무리 월드컵이 지구촌의 축제라 하더라도 그것이 수험생 개인의 인생을 건 시험보다 중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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