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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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6.06.0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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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월드컵이 언제나 모두의 축제는 아니다

 

월드컵 열기로 나라가 요란하다. 지난 2002년 만끽했던 한일월드컵의 즐거움을 떠올리며 온통 세상은 붉은 악마들의 천국이 되어간다.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을 지켜보면서 모든 경계의 벽이 참으로 높다는 것을 실감한다. 16강 진출을 낙관하던 국민들의 비율이 80% 이상이었던 것이 가나전 참패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히려 뒤바뀌어 진출에 실패할 것이라는 비율이 80%를 넘어서는 것을 지켜보며, 그래도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은 냉정해졌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미련을 차마 버릴 수 없음을 느낀다.


월드컵이 모두에게 축제는 아니다 라는 어느 연극 기획가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막대한 돈을 들여 연극을 기획, 공연하였으나 월드컵 열기에 밀려 관객이 전혀 들지 않아 많은 적자를 보며, 월드컵 4강 신화에 환호하는 국민들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는 그의 말이 실감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컵 때문에 예비군 훈련이 연기되고, 월드컵을 교도소 내에서조차 심야에 시청할 수 있도록 특별 배려하겠다니 월드컵 열기가 대단하기는 대단하다. 취침시간 이후에 열리는 국제경기를 교도소ㆍ구치소 수용자 전원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교정 사상 처음이라니 모두들 월드컵이 꼭짓점이 되어 춤을 추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광풍처럼 몰아치는 꼭짓점 댄스의 보급을 보면서, 어쩌면 한국인의 취향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체춤이 하나 개발되었다는 느낌을 갖는다. 누가 한 사람 앞장서서 행동하면 모두들 거기에 맞추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다가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공동의 선을 위해 모두들 합심하는 것 같다가도 자그마한 개인적 이해관계가 얽히게 되면 금방 적으로 되돌아서는 모습이 어쩌면 꼭짓점 댄스처럼 선두에 선 사람의 모습을 따라 하다가 뿔뿔이 흩어져버리는 오늘의 우리들 자화상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축구공은 둥글다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축구공은 완전하게 둥근 것은 아니다. 한일월드컵 때 사용되었던 피버노바는 정육각형 20개와 정오각형 12개 등 모두 32조각의 파편들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다. 마치 월드컵 본선 출전팀이 32개국이듯 서른 두 조각의 파편들로 어우러져 있다. 결국 공은 둥근 듯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둥글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의식 속에서는 누가 뭐래도 공은 둥글다. 그러기에 공은 차는 대로 구르고, 골대 안으로 들어갈 것을 기대한다. 그렇지만 차는 이의 발의 각도와 힘의 강약에 의해 회전하며 주변의 공기를 바꾼다. 골문 앞에서 수없이 헛발질을 해대고, 공이 선수의 마음과 달리 골대를 벗어나는 것은 공이 구르면서 회전할 때 생긴 공기의 저항을 뚫고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돌아 공기의 흐름을 바꾸고, 그 흐름 때문에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잃어버리는 것이 축구공이다. 야구공의 낙차 큰 커브나 농구공의 회전 역시 마찬가지다. 스스로 공기의 흐름을 바꾸다가 스스로의 길을 잃어버리는 축구공, 거기에는 우리 인생들의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스스로 길을 내어 달려가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 길을 잃고 망연자실해 하는 우리들, 스스로 굴러가다가 스스로 회전하며 골대를 벗어나 버리는 축구공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래도 우리가 축구경기에 열광할 수 있는 것은 일정한 룰이 있고, 그 룰의 틀에서 오직 실력만으로 평가되는 진실의 게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 끊임없이 우리는 경쟁의 세상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미간에 FTA 본협상이 한참 진행 중이다.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인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염려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세상의 흐름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미 협상으로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시피 한 우리 국민들의 저력은 한미간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세상의 변화에 약삭빠르다 할 정도로 쉽게 적응하는 우리 국민의 접근성은 세계적 유통업체였던 까르푸를 이기고, 웰 마트를 이겨낸 저력으로 충분히 이겨내리라고 본다. 부정을 부정하는 긍정의 힘으로 이겨내리라 믿어본다. 월드컵 본선 출전국인 가나와의 최종 경기를 보기 전까지 16강 진출을 낙관하던 맹목적 환상에서 가나전에서의 졸전 앞에 아, 한국 축구의 현실이 이 정도이구나 하는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나름대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기에 우리는 능히 미국과의 FTA 협상이 이루어지더라도 미국의 안방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의 공인구는 팀 가이스트다. 종래 32조각이던 가죽조각을 14개로 줄이면서도 원형에 최대한 가까운 공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우주공학에서부터 스포츠 테크놀로지까지 활용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덕분이라고 한다. 팀 가이스트는 종래의 축구공에 비해 이음새가 60% 이상 줄어들어 불규칙성이 대폭 줄어들었고 정확도도 30% 이상 향상되었다고 한다. 같은 힘으로도 슈팅이 더 강해지고 회전을 잘 먹이면 상상을 뛰어넘는 바나나킥도 가능할 것이라고 하니, 공격수들로서는 더 없이 좋은 희소식이겠지만 골 키퍼들은 죽을 맛이 될 듯도 싶다.


팀 가이스트의 출연만으로도 공격수와 수비수의 처지가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며, 월드컵 경기를 즐기면서도 월드컵이 모든 세계인에게 언제나 당연히 축제는 아니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본다. 한국 축구팀의 선전을 기원한다. 한미 FTA 협상에서도, 남북간의 철도협상에서도, 언제나 대~한민국이기를 빌어본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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