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대량배출'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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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대량배출' 능사 아니다
  • 이해완
  • 승인 2006.06.0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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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완 변호사·로앤비 대표이사

 

로스쿨 법안이 국회에 넘어간 이후 논쟁의 초점은 로스쿨 도입 여부가 아니라 로스쿨 정원에 대한 문제로 옮겨졌다. 이 문제에 대한 변호사계와 법학계의 치열한 논쟁은 그 밑바닥에 양측의 이해관계가 깔려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 논의의 바탕을 이루는 정당한 논리적 주장조차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변호사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으레 그런 주장을 하게 마련이고, 법학교수들은 또 그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입학정원을 늘리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그들의 이야기는 더 들어 볼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타당하지 않다. 양측 논의의 밑바탕에‘이해관계’에 대한 인식이 일정 정도 투영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지만, 순수하게 개인적, 집단적 이해관계만을 생각하여 국가적, 국민적 중대사에 관한 논리를 구성해 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누가 현실을 더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변호사와 법학교수의 양측 중에서 어느 쪽이 법률서비스 시장과 관련한 문제 상황에 대한 현실적 이해를 더 잘 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가를 묻는다면 그것은 당연히 변호사 쪽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변호사들은 그 문제 상황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어 모든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러한 변호사들의 경험과 생각, 의견들은 존중되어야 하며, 이를 무시할 경우 매우 위험한 탁상공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로스쿨의 구체적 커리큘럼이나 학사운영에 관한 계획 수립에 있어서는 법학교수들의 의견도 크게 존중되어야 할 것이나, 변호사 수의 결정에 대하여는 변호사들에 의하여 체감되고 있는 객관적 현실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어야 한다.


일부 법학교수들과 시민단체에서는 변호사들이 자신의 특권적 지위를 계속 향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로스쿨을 통한 개혁에 저항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 1,000명 시대에 들어선 지금, 특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연수원을 수료한 많은 신규 변호사들이 고통스러운 취업난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는 그 어떤 변호사도 이른바 특권적‘지대수취 계층’에 속할 수 없고, 자신의 전문적 역량과 국민들에 대한봉사의 가치만큼만 대접받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원하는 것은 특권이 아니라 국가가 부여하는 자격에 상응하는 만큼의 정당한 신뢰를 받고 전문직으로서의 직업윤리를 지키며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적정한 환경이다.


일부 법학교수들은 로스쿨 정원을 제한하는 것은 잘못된 규제이며, 그런 규제를 철폐하고 시장에서 스스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완전경쟁을 유도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시장만능주의는 로스쿨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전혀 맞지 않는 생각이다.


변호사 양성제도로서의 로스쿨 제도는 변호사라는 국가자격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그러한 국가자격 제도 자체가 시장만능주의와는 맞지 않는 것이다. 시장주의를 끝까지 관철하려면 변호사라는 국가자격 자체를 없애고 시장에서 알아서 전문가를 선택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나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이 제도의 수립과 운영에 있어서는 그 특성상 무조건적 시장의 자유보다는 국가의 적정한 계도 기능이 중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변호사라는 국가자격의 보유자를 무한정 많이 배출한 후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초과 수요 인력은 퇴출되도록 하면 된다고 하는 생각은 국가의 계도기능이 가지는 최소한의 역할도 인정하지 않는 극도의 관념적인 생각이다. 변호사 중의 일부만 잘되는 사람이 있어도 여전히 많은 인재가 로스쿨로 몰릴 것이고, 그러한 로스쿨의 문호개방 정도가 지나치게 클 경우 그러한 경도 현상은 더욱 커질 것이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한 사람들 중 다수가 공급과잉으로 인해 엄청난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다는 부정적 피드백이 임계량을 넘어서서 로스쿨을 전체적으로 기피하게 만드는 것도 양질의 법조인 양성이란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세월이 걸릴 것이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국가의 잘못된 계도로 인하여 고비용의 과정을 거쳐, 다른 방면에서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놓쳐 버리고 고등실업자의 모습으로 희생되는 상황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것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 아닌가?


변호사시장에 대한 정확한 관찰과 분석을 토대로 향후의 시장상황과 사회적 수요를 예측하여 그야말로 적정한 수의 변호사를 배출하기 위한 신중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보다 넓어지기를 바란다. 그야말로‘대량배출’이 능사가 아니고‘적정배출’이 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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