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6.06.01 1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동정심이 없어져가는 사회

 

5ㆍ31 지방선거가 끝났다. 지난 5월의 수출액이 월별 수출규모로 건국 이래 최대라는 뉴스보도가 그 위에 겹친다. 한나라당의 압승이자 열린 우리당의 참패를 지켜보며, 문득 우리 마음속에서 동정심이 없어져가는구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저렇게 극명하게 벌어진 지방선거의 결과를 보면서 문득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 사라져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란 신약성경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말로 예수가 그를 시험하려는 자와의 문답에서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남을 도와줄 수 있는 데도 도와주지 않음으로써 그가 피해를 보았을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법이론이다. 어느 날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던 유대인이 강도를 만나 가진 것을 다 잃고 상처를 입고 사경을 헤매는데 그 옆을 지나가던 제사장도, 레위 사람(최고 신분의 사람)도 피해갔지만, 당시 유대인으로부터 천민으로 취급받던 사마리아인이 그 유대인을 구하여 나귀에 싣고 여관으로 데려가 여관주인에게 치료비와 숙박비를 건네며 치료를 부탁한 뒤 치료비가 더 나오면 돌아오는 길에 갚겠다고 약속하여 자기를 천시하는 유대인을 구해주었다는 이야기 끝에 예수가 묻는 질문은 이렇다. 누가 유대인의 진정한 친구인가......


철저하게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한 노무현 정권, 열린 우리당의 참패는 선거 며칠 전부터 감지되어 온 사실이고, 집권당의장이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아달라고 읍소하였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은 채 예상했던 대로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서울의 강남구를 비롯한 서초구, 송파구 등 아파트 가격이 천장부지로 치솟은 동네에서는 재산세를 50%까지 감면하는 감세 결정을 내어 놓으며, 정부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오늘의 한국은 가진 자들의 불만이 최고조로 달해 있는 이상한 엘리스의 나라가 되어 버렸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수억씩의 재산가치가 상승하였는데도 이에 상응한 재산세를 내라는 것에 불만을 넘어서서, 저렇게 5ㆍ31 지방선거의 결과로 심판을 내릴 정도로 냉혹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보며 등허리가 차갑게 시려진다. 가난한 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 올해의 재산세가 지난 해 보다 지나치게 높게 올랐기 때문에 조세저항이 거세다는 말을 들으며, 지난해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 가격의 시세차익은 생각함이 없이 무조건 그 오른 가격에 비해 조족지혈에 불과한 재산세 부과를 부당하다며 짜증내는 심리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나는 내내 의문이다. 근로자들이 한 달 내내 땀 흘려 번 소득에 대하여는 가차 없이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는 나라에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수억, 수천의 불로소득을 올리고 있는 국민들에게 그에 상응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 부당한 일일까?


정당한 노력 없이 부동산 가격은 치솟고, 이를 진정시키려는 중앙정부의 노력은 지방정부의 재산세 감면조치로 빛을 잃는다. 이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에 사로잡힌 가난한 이웃들은 더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으면서, 그 불만을 다시 중앙정부에 대해 토해내니, 애쓰는 정부는 참으로 사면초가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냉정한 지방선거의 참패로 끝이 났다.


파이를 키우는 것, 그것이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 파이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중앙정부의 할 일이다. 중앙정부는 이미 커질 대로 커져버린 고소득 계층의 파이를 나누어 달라고 할 여력이 없어져 버렸다. 그들에게는 이미 이대로 가면 그냥 편하니까 이대로 가자는 의식, 앞서 말한 이웃에 대한 동정심이 없어져버렸기 때문이다. 바로 그 아래 계층도 이만하면 먹고 살만하니 이대로 가도 무방하다는 무언의 동조자들이 되어 버린지 오래이다. 그렇지만 그 아래, 아직은 혼자 홀로서기에 버거운 계층들은 이제는 희망을 잃어버리고 사회 불만세력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 달동네에서, 쪽방에서, 하루 벌어서 하루 살기가 힘든 계층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산재해 있다. 홀로 사는 독거노인이 늘어나고 있고, 소년소녀가장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릴 만큼 수많은 소년소녀들이 부모들로부터 외면당한 채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사회는 점차 노령화됨으로써 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연금수혜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분담할 경제적 능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움켜진 채 열지 않으려 한다. 열어 나누어 가져야 한다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역설하는 중앙정부에 대해 싫증의 단계를 넘어서 적대적 모습을 보이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번의 선거결과를 지켜보며, 국민들의 이미지 훈련이 극도로 되어 있음을 본다. 냉철한 이성과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청소년들이 인기스타들에 열광하듯, 세상만사 다 싫고 그냥 웃고 떠드는 것이 좋기만 하는 철부지처럼 맹목적인 지지를 한쪽으로 쏟는 것이 아닌가 싶어 염려스럽기도 하다. 열린 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중앙정부가, 여당이 잘못한 부분도 상당히 많다. 그렇지만 이렇게 반론을 제기할 여력조차 가지지 못할 정도로 크게 잘못한 것도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그다지 많지 않다. 수출이 나름대로 호조이고, 주식시장도 그런 대로 호황국면이다. 환율도 우리 돈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어 대외적 높은 평가를 받아 좋고, 실업율도 점차 개선되어가고 있고 소비심리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부동산가격안정도 점차 이루어지고 있다. 크게 잘못된 것도 없는데도 모두들 등을 돌리는 민심은 역시 천심인가? 역사의 한 시점에서 대한민국호는 앞으로 어떠한 이념과 정체성을 가지고 발전해 나갈 것인지 우리 모두 심각하게 되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본다. 이번에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의원들이 올바른 마음으로,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한 번 열독하기를 바랄 뿐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