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개교, 2010년 이후로 늦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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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개교, 2010년 이후로 늦춰야
  • 최준선
  • 승인 2006.03.2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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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성균관대 법과대학 교수·한국기업법학회장
 
현재의 사법시험 및 법학교육제도로는 정상적인 법학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하여 전국의 법학교수들이 법학전문대학원(이른바 로스쿨)제도의 도입을 주장해 왔다. 그러한 주장은 10년도 넘게, 기회 있을 때마다, 또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개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검토되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판세가 바뀌었다. 전국 법학교수들의 공식기관인 한국법학교수회, 전국법과대학 학장협의회, 법학교수 6백59명의 반대서명을 이끌어 낸 로스쿨대책특별위원회 등 주요 법학교수단체는 이른바 로스쿨 설치법안에 대하여 강렬한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반대로 과거 로스쿨제도의 도입에 반대 또는 유보적 태도를 취하던 법조계는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다. 이와 같은 법학교수들의 행태에 대하여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법조인들도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교수들은 왜 입장을 바꾸었나?


첫째, 많은 쟁점 중에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생각하는 총 입학총원이 정해지지 않은 것을 들 수 있다.


법학교수들은 현행 법학교육 및 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로스쿨 설립은 인가주의에 의하게 되어 있어서 자기가 속한 법학과가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그 학과의 존립자체가 어렵게 되는 것이 문제이다. 군소대학에만 설치될 법학과에 입학할 동기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인가주의를 취하더라도 입학정원 자체가 넉넉하다면 작은 대학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지만, 법안은 입학정원은 교육부장관이 법무부 장관 등과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되어 있어 아직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일본도 설립인가주의를 취하지만 실은 준칙주의나 다름없이 신청대학 대부분이 인가되며, 로스쿨의 2005년 현재 입학총원이 5천8백25명이다. 4+2(법학과 출신) 또는 4+3(비법학과 출신) 시스템에 의하여 4년제 법학과는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 수는 로스쿨제도 도입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 우리의 경우 일본과는 반대로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든다. 로스쿨을 설치하는 대학은 법학과를 둘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법학과의 입학생 총수는 대략 1만3천4백명 정도이다. 소문처럼 법조계의 힘에 밀려 로스쿨 입학총원이 그 10분의 1도 안되는 1천2백명으로 결정되는 일은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다. 이 숫자는 입학정원이 5백50명인 하버드 로스쿨 2개밖에 안되는 수준으로, 법에 의한 사회시스템 운영기반의 붕괴가 우려된다. 법학의 저변이 좁아져 신학, 의학과 함께 3대 고전학문으로 불리는 법학은 고사될 위기가 도래한다. 입학총원이 확인되지 않는 한 법학교수들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 입학정원을 법률에 명시하여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혼란을 방지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2008년 개교는 시기적으로 너무 촉박하다.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대학이 준비할 시간을 주어, 과거와 다른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을 개발하고, 지금까지 해 오지 않던 실무교육을 위한 준비하게 하여야 한다. 교육과정은 사법시험과 연계되어야 하는데, 새로운 사법시험은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전문대학원을 나오지 못한 사람도 시험을 볼 수 있지만, 로스쿨이 아닌 법학과 출신자는 어떻게 대우하여야 할지도 불투명하다. 4년제 법과대학생을 위한 예비사법시험제도를 도입하여 4년제 법과대학을 살려야 한다. 이들 문제는 사법시험법에서 해결되어야 하건만, 사법시험법에 대한 논의는 없이 로스쿨 법안만 통과되는 것은 반쪽짜리 법안이 된다. 또한 인가심사기준도 확정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입학시험을 대체하는 적성시험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


2008년 개교는 아무래도 무리인데, 이를 고집한다면 졸속 로스쿨이 될 수밖에 없다. 갑작스런 대규모의 교수채용의 부작용도 무시하지 못한다. 무엇이 급하여 그렇게도 서둘러야 한단 말인가? 뼈대도 제대로 안 선 건물에 이사부터 서두르는 모양새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 법안에 규정되어 있는 2008년 개교부분은 2010년 이후 개교로 고쳐져야 한다.

 

본 칼럼은 한국대학신문에 게재되었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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