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못 당길 명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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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못 당길 명분 있나
  • 법률저널
  • 승인 2006.03.2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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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법시험의 난이도가 전례없이 높아져 합격선 폭락이 점쳐지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수험생들과 부모들이 가슴 조아리며 발표일을 주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올해는 합격선 예측이 더욱 어려워져 합격선과 선발인원에 대한 수험생들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점과 최종정답 발표가 당초 예정보다 약 2주일이나 당겨진 점을 감안하면 행정의 소비자인 수험생의 입장을 고려해야 할 법무무가 합격자 발표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것은 선뜻 명분이 약해 보인다.

법무부는 합격자 발표를 예정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수험생들의 예상과 기대를 깨고 당초 합격자 발표 공고일인 4월 28일로 방침을 세웠다. 법무부의 주된 이유는 채점의 과정은 엄격하고 정밀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험생의 편의를 위해 최종정답확정은 2주 가량 앞당겨 발표를 했지만 정답확정회의와 채점과정은 별도로 진행되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최종정답 발표가 당겨졌다고 해서 합격자 발표까지 당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다른 일면에선 시험일정 공고의 예측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본다면 공고일을 기준으로 합격자를 발표하는 것이 공고의 원칙에 부합할 수도 있다.

법무부의 이러한 해명에는 타당한 일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행정의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에서 본다면 마땅히 지켜져야 할 원칙이다. 합격자 발표일을 앞당기는 것과 관련해 원칙과 현실의 경계가 어디이며 무엇이 이익인가에 대해서도 쉽게 하나의 해답을 찾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발표일 결정의 기준 설정에서 원칙과 명분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로만 단순화시킨 것이 행정의 본질을 정확히 반영한 것인지는 새겨보아야 할 것 같다. 행정과 행정의 수요자와의 관계란 원칙과 명분만이 아니라 현실적 이해와 더불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신뢰와 가치들이 뒷받쳐 주어야만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수험생들은 합격선 논란의 중심에서 아슬아슬한 마음을 스스로 보듬어가면서 하루하루 보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험을 치르고 수많은 수험생들이 공식적인 발표로 확인을 받기까지 2개월여 동안의 구구한 소문과 예측으로 심리적 공황을 겪어야만 한다. 예상되는 합격선을 훨씬 상회한다 하더라도 실상 수험생들의 심리란 최종적으로 자신의 이름이 명단에 있음을 확인해야 비로소 안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올해처럼 합격 여부가 불분명한 수험생들이 많은 경우에는 초조와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도미노 현상처럼 확산돼 수험생들의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이같은 문제점을 묻어둘 수 없는 것이고 법무부는 해명을 앞세우기보다는 적극적인 개선책을 강구하는 게 순리다. 

사법시험의 채점은 가정답발표, 정답이의제기, 최종정답확정 등 여러 절차로 인해 합격자 발표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에 수험생들은 일면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론 1차시험 채점기간이 너무 길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수험생들은 발표에 대한 불안감으로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 누구에게나 확연히 눈에 보일 정도다. 법무부는 "정답확정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합격자 발표도 예정보다 다소 앞당길 수 있다"고 믿었던 수험생들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발표시기가 길어질수록 수험생들은 심리적 공황에 빠질 수밖에 없는 문제에 법무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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