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2)- 이렇게 쓰면 합격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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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2)- 이렇게 쓰면 합격 못한다
  • 법률저널
  • 승인 2006.03.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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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교수ㆍ한국기업법학회 회장

 

1. 서언
사법시험 공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변호사가 되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수험생이라면 해마다, 날마다 아니 순간마다 자신에게 되묻는 질문이렷다. 더구나 세상은 로스쿨이 곧 된다, 안된다, 변호사 숫자가 늘어난다, 아니다로 너무도 시끄럽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중심을 잡기도 너무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해가 갈수록 고민은 깊어만 간다. 시험준비를 그만 둔다고 당장 무엇을 한단 말인가? 자신 없는 영어공부를 다시 해서 취직시험을 봐? 아니면 대학원에나 가 볼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다시 비용이 걱정되고, 투입하여야 할 시간량이 걱정되고, 부모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오늘 하루의 길이는 24시간이지만 100년마다 0.0016초씩 하루의 길이가 길어져, 50억년 전에는 하루의 길이가 5시간이었으며, 50억년 후에는 44시간이 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인생은 너무나도 짧은 것임이 틀림없다. 필자의 저서 회사법 서문에서 썼다시피, 수많은 실패가 성공의 열쇄이기는 하지만, 한번 지나면 다시 오지 않는 순간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짧디 짧은 인생에서는 여러 번의 실패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단기간에 이 시험을 극복할 수 있는가?


나는 사법시험 전문가는 아니지만, 각종 국가고시에서 상법 및 국제거래법을 출제 해 본 경험과, 문제의 선정 및 채점을 해 본 경험이 있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몇 마디 조언을 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그러나 공부에 왕도가 없다고, 나의 조언도 별 신통한 것이 되지 못할 것이고, 오히려 독자들의 시간만 뺏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나 걱정된다. 혹시 이 글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면 그냥 잠시 머리를 식히는 시간이라도 되어 주었으면 한다. 

 

2. 시험은 요령이다
천재라고 해서 책에 나온 모든 글자를 완전히 암기할 작정을 한다면 그는 더 이상 천재가 아니다. 모든 시험에는 반드시 공부하여야 할 부분이 있고 공부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 있다. 교과서를 쓸 때에는 체계를 중요시 한다. 그래서 교과서는 “체계서”라고 한다. 학문으로서의 체계를 세워보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울 것은 학문의 체계이다. 그 과목의 전체 체계를 보면서 현재 자기가 읽고 있는 부분은 어디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체계를 맞추기 위하여 써 둔 부분이 어느 곳인지를 살피어 그 부분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예컨대 모든 교과서에는 법의 역사부분이 있다. 이 부분이야 말로 체계를 맞추기 위한 것일 뿐, 시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모든 어음수표법에는 예컨대 “어음의 실질관계”라는 제목하에 원인관계, 자금관계, 어음예약이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자금관계 및 어음예약은 한번 읽어보면 충분한 것이고, 별도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 사실 어음수표법 전체를 보면 공부하여야 할 부분은 많지 않다. 요령 없이 모든 부분에 밑줄쳐 가면서 정밀히 공부하려 하니까 엄청난 량의 시간을 투여하여 각고의 노력을 하였건만 그 노력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특히 상법을 포함하는 후사법을 공부할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말하자면 1차시험 준비로 힘이 다 빠진다. 그렇기 때문에 2차시험 중 후사법은 정말 부담스럽다. 분량은 또 얼마나 많은가!!! 요즈음에는 상법의 분량도 엄청 많아졌고, 상대적으로 1차시험이 어려워져 후사법 문제가 어려우면 그야말로 낭패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사법 출제위원들도 가능하면 쉽게 쓸 수 있는 문제, 원리만 이해하면 쓸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려고 노력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1차시험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2차시험은 상대적으로 쉬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험생이 2차시험을 대비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워 보이는 것 뿐이다. 오히려 예전에 나온 후사법 문제가 더 어려웠다. 예전에는 어음법에서 화환어음 같은 문제도 출제된 적이 있고, 회사법 쪽에서도 회계장부 같은 문제도 시험에 출제된 적이 있다. 작년 사법시험 상법문제, 특히 어음수표법문제에 대하여 너무 어려웠다고 아우성이었지만, 원리는 단순한 문제였다. 오히려 회사법 문제가 논점이 많은 어려운 문제였고, 채점해 보니 보험법을 잘못 쓴 답안이 훨씬 더 많았다.

 

3. 답안작성 요령
(1) 논점찾기
근래에 출제되는 사례형 문제는 대부분 논점을 여러 개 내포하고 있다. 논점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논점이 몇 개인지 정확히 파악한다면 그 시험은 이미 90% 성공이다. 채점위원들도 얼마나 자세하게 썼는가를 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사례에서 출제자가 생각하고 있는 논점을 이끌어 내고 있는가, 즉 어떤 논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에 더 집중한다. 좀 허술하게 썼더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논점을 알고 있다는 것은 문제해결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며, 그것은 나중에 변호사가 되어서도 책을 보고 찾아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은 암기시험이 아니다. 물론 암기할 부분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암기보다는 사례를 분석하고, 그 사례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아내는 능력,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사례문제집을 자주 읽어야 한다. 사례문제를 접하고, 그곳에 논점이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내는 연습을 꾸준히 하여야 한다. 사례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례를 소개한 부분이다. 해설은 그냥 한번 보면 되지만, 사례의 문항은 숙독하여야 한다. 필자의 저서 상법사례연습 상과 하는 사례소개(설문)부분이 상당히 길다. 이 점 때문에 많은 수험생이 위 사례집을 외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길고 긴 사례문항에서 논점을 찾는 훈련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필자는 그러한 서술방식을 바꿀 계획이 없다. 시험문제지를 받으면 설문의 단어 하나 하나, 자구 하나 하나에 신경을 쓰면서 논점을 거듭 거듭 재확인하여야 한다.

 

(2) 기본논점 이해하기
논점을 찾으려면 상법학에 어떤 논점들이 있는지를 미리 알아야 한다. 상법학에 쟁점이 되는 부분은 어디이고, 그 부분에 관하여 학설과 판례의 경향은 어떠한지, 그리고 자신의 견해는 무엇인지를 정리해 두어야 한다. 아울러 기본 개념은 철저하게 익혀야 한다. 체계서의 목적 중 하나는 기본 개념의 전달에도 있다. 체계서에서 기본개념을 철저히 익히도록 하여야 한다. 이 부분은 외우고 이해하는 외에 도리가 없다. 개념을 철저하게 익혀야지만 결정적인 실수를 않는다. 개념이 정확하지 않으면 논점에 혼란이 오고 답안이 엉망이 된다. 예컨대 선의취득은 무권리자로부터 배서에 의하여 어음을 취득한 경우에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인데, 아무데나 선의취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곤란하다. 어떤 사람은 발행인으로부터 직접 어음을 수취한 수취인도 선의취득자라고 하는데, 수취인은 배서에 의하여 어음을 취득한 자가 아니므로 선의취득자가 될 수 없다. 어음행위 독립의 원칙도 선행행위에 실질적인 하자가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원칙이며, 이득상환청구권도 권리보전절차의 흠결이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지, 아무 경우에나 어음행위독립의 원칙을 적용할 수는 없으며 이득상환청구권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개념과 그 개념의 성립요건만큼은 반드시 알아두자!

 

(3) 깔끔한 답안 작성하기
내 경우는 답안이 지저분하거나 글씨를 못썼다고 해서 특별히 차별대우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달필이나 깔끔한 글씨가 호감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달필을 보면 왠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신뢰가 생긴다. 그러나 글씨만 잘 쓰고 내용이 빈약하면 그 신뢰가 일거에 무너진다. 문제는 너무 작은 글씨이다. 깨알같이 작은 글씨는 2중의 손해다. 첫째, 출제위원에게 피로감을 준다. 둘째, 같은 내용이라도 분량이 적어보여 손해이다.


다음으로 세련된 sub-title은 좋은 인상을 준다. 이른바 소설식 답안에 대하여는 거의 모든 채점자들이 불안을 느낀다. 무슨 말을 어디에 썼는지 긴장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쓰기는 쓴 것 같은데, 조직적이지 못하니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점수를 형편없이 주자니 어디엔가 맞는 이야기를 쓴 것도 같아 양심에 걸린다. 정밀하게 철저히 읽어야 하건만, 한 장의 시험지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여하고 싶지 않은 것이 채점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결국 애매한 점수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결코 좋은 점수는 나갈 수 없다.


끝으로 전형적인 답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똑 같은 단어로 이루러진 똑 같은 답안구성을 흔히 볼 수 있다. 그 때의 느낌은 이와 같은 답안을 쓴 사람은 신림동 학원가에서 모 교수의 문제집을 찍어서 틀에 박힌 공부를 한 사람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 챈다. 출제위원들 중에는 신림동 학원가의 문제집 중심의 공부를 극도로 혐오하는 분이 많다! 학교 수업에서도 딸랑 한권짜리 상법책을 가지고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들도 흔히 있다. 나의 경우는 그런 학생들을 불러다 야단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수들은 싫어한다. 물론 어느 교수가 할 일이 없어서 신림동 학원가의 문제집을 사 놓고 분석하랴마는, 채점을 하다 보면 꼭 같은 구성을 한 답안이 연달아 나오는 경우를 흔히 보았다. 처음 한번 채점할 때에는 그럴듯하게 보이다가, 같은 답안이 여럿이 나오면 나중에는 곧 혐오감으로 바뀐다. 마치 학생들에게 report를 내 주었는데, 꼭 같이 베낀 report가 쏟아져 나올 때의 기분과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이 독창성 없는 답안처럼 보이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4) 깊이 있는 답안
출제위원에 따라서는 깊이 있는 답안을 원한다. 사실 문제를 어렵게 내면 채점하기 편하다. 문제가 어려웠던 만큼 못 쓴 답안이 많다. 변별력이 커져서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못쓴 답안을 걸러내고 나머지 답안지만 집중하여 정밀하게 읽으면 되므로, 그만큼 채점시간과 노력이 절감된다. 그렇다고 일부 교과서나 문제집에만 나오는 주제를 출제하여서는 안된다. 양식이 있는 출제자라면 그러한 출제는 하지 않는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결국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어렵게 나왔다고 불평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쉬운 문제가 나와서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남들도 다 잘 보아서 기대가 무너지는 것보다, 어려워서 잘못 썼지만 그런대로 점수가 괜찮게 나오는 편이 낫지 않을까. 평균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어서 그냥 합격이라도 하자면 얕게 공부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고득점을 바란다면 깊이 있는 공부가 필수이다.

 

4. 결어
생각나는 대로 적다 보니 두서없는 글이 되고 말았다. 학술논문이 아니기에 그럴 수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이 글을 읽고서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이쯤에서 줄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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