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와 IMF,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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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와 IMF, 그리고 나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6.03.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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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경제이야기>
                                         

한상영 변호사 법무법인 유일/dyream@chol.com


지면을 통하여 독자 여러분과 만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 나에게 허락된 기간 동안 “법조인의 눈으로 본 경제 또는 금융”이나, 간혹 특별한 주제 없이 개인적인 단상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나는 대학 4학년 때 한미연합군사령부에서 번역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후, 1990년 2월부터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였다.
     
당시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는 한국산업은행과 미국 케미칼은행, 일본의 장기신용은행 등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설립된 국내외 합작회사였다. 종합금융회사는 높은 봉급과 종합금융업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즈음의 샐러리맨들 사이에서는 선호도가 매우 높았었다.

 

나는 금융전반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위 회사를 선택하였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욕구는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 회사의 사장은 회사의 대주주이던 한국산업은행에서 임명되었고, 부사장 2인 중 1인은 또 다른 주주인 케미칼은행에서 임명된 영국인이었다.

 

회사가 국내외 합작회사이고, 영국인 부사장도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이사회내의 운영위원회에 결재하는 모든 품의서는 영문으로 작성하여야만 하였다. 나는 군대에서 계속 영어와 관련되는 업무를 하였기 때문에 영문 품의서 작성에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였다.

 

그런데, 잘 나가던 회사의 앞길에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당시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는 한국산업은행의 자회사로서 공기업이었는데, 김영삼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으로, K그룹이 Leveraged Buyouts(LBOs) 방식(자기자금이 없는 경우 일시적인 차입금을 조달하여 기업을 인수한 후, 차입자금의 상환은 인수한 회사의 자산 등을 매각하여 충당하는 방식임)에 의하여, 외부로부터 차입금을 조달하여 새한종합금융회사를 인수하였다. 새한종합금융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든 비용은 인수종료 후 다시 금융기관인 새한종합금융회사로부터 우회대출을 받아 갚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었다.

 

인수방식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인수 후에 K그룹에서는 새한종합금융회사를 마치 사금고처럼 이용하여 K그룹의 계열사들에 대한 대출창구로서 활용하였다.

 

기업대출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내의 여신 심사부에서 엄격한 심사기준에 따라 기업등급과 대출한도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나, 이러한 대출원칙이 새로운 대주주가 된 K그룹 회사들에 대하여는 적용되기가 어려웠다.

 

견실하였던 새한종합금융주식회사도 왜곡된 M&A(Merger and  acquisiton 합병.인수)로 인해, 대주주를 잘못 만나 어느덧 부실한 금융기관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더구나 업친데 덥친격이랄까? 직장생활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만족을 느끼고, 이제 대리직급도 다 마치고 과장으로 승진을 앞두고 있었는데, 1997년 말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IMF사태가 발생하였다.

 

경제학과를 졸업하기는 하였지만, 그저 경제학 원론 교과서 말미에 통화제도의 역사항목에 잠시 언급된 IMF라는 용어가 나의 실제 삶에 이렇게 영향을 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였다.

 

여신업무를 취급하면서 대출기업 중 부도가 발생한 업체는 수년 동안 기껏해야 1 ~2개 회사에 불과하였는데, 1997년도 여름부터는 불과 몇 개월 동안 한보철강, 기아자동차, 대우그룹 등, 회사에 출근하기만하면 부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부도사태를 맞이할 때는 정말 온 회사 직원들이 하늘이 노랗게 당황 했었다. 그런데, 웬걸! 하루밤 자고나면 그야말로 계속 “줄줄이 사탕꼴”로 기업들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회사의 최고책임자가 아닌 일반 직원들은 자신들의 업무상 실수가 아니라, 국가적인 불가항력 사태로 부도가 발생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오히려 개인적인 책임면에서는 안심하는 분위기로 변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새한종합금융회사에서 대출해준 기업들의 부도가 연쇄적으로 발생하자, 새한종합금융회사도 부실채권을 떠안은 부실 금융기관이 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직장을 천직으로 알고 평생 동안 직장을 위해 열심히 일하리라고 생각했던 입사 당시의 생각은 혼자만의 순진한 착각이 되고 말았다.

 

1998년 4월30일 나는 위 회사에 사표를 내고 명예 퇴직하였다. 이후 다시 새로운 진로를 찾아 나선 것이 사법시험이었고, 감사하게도 이제 변호사로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었으니, M&A와 IMF는 나에게 축복의 통로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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