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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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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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3.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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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하회탈의 웃는 모습

 

기독교인 나는 부모님의 추도예배를 비롯해 한 해 몇 번의 가정추도예배를 드리게 된다. 이럴 때 가족들 앞에서 즐겨 보는 성경이 있는데 이는 구약의 잠언서이다. 잠언서, BOOK OF PROVERBS는 경험이 응축된 짤막한 속담인 잠언을 모아 놓은 텍스트이다. 잠언서의 주요내용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살 수 있는지, 가난한 이웃을 어떻게 돌보아야 하며, 절제와 겸손의 미덕을 가르칠 뿐 아니라,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질 때 고귀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등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참으로 많다. 성경구절을 인용해 가족들에게 권하고 싶은 삶의 지혜들을 전하면서 함께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추도예배의 장점이기도 하다. 잠언서는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과 자녀를 사랑하라는 것, 재산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보람된 것인지 등 인간 삶의 지침서로서 최고의 지성을 함축하고 있는 경귀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도 어렵고 힘든 일과 마주치게 될 때 해결책이 보이지 않거나 어떻게 판단하고 결론을 내려야할지 자신이 서지 않을 때 지혜를 얻기 위하여 잠언서를 펼쳐들고는 한다.


왕회장이라는 호칭으로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개그맨 김형곤씨가 46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며칠 전 요절을 하고 말았다. 우선 먼저 그의 명복을 빌면서 그가 인기절정에 있을 때 유행시켰던 말 “잘 돼야 할 텐데”라든지 “잘 될 턱이 있나”라는 정치풍자가 떠오른다. 죽기 하루 전, 그가 개인 미니 홈피에 올렸다는 글 내용이 가슴에 와 닿는다. “온 국민이 웃다가 잠들게 하라”라는 그의 마지막 글이 비수처럼 가슴에 와 꽂힌다. 밤 열시 이후에는 부정과 부패로 얼룩져 국민들에게 불쾌감만 안겨주는 정치인들의 얼굴이 티브이 화면에 나오지 않게 하여야 한다거나, 코미디 프로를 심야시간에 배정하여 모든 국민이 함께 웃다가 잠들게 하라는 그의 농담 같은 진담이 그 어느 풍자극보다 더 통렬하다. 웃음의 날을 제정하여 모든 국민이 그 날 하루만이라도 실컷 웃자거나 대통령 특보로 유머특보를 두어 대통령이 위트 있는 유머를 함으로써 국민들을 즐겁게 해 주어야 한다는 그의 발상이 참으로 참신하다. 최근에는 웃음이 최고라며 무작정 웃는 클럽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자꾸 웃다보면 정말로 즐거워지고 엔돌핀이 솟아나와 건강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친 듯이 손뼉을 치고 웃다 보면 정말로 세상사가 모두 잘 풀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긍정의 힘이다.


정치가 혼란스럽고, 경제가 아직 어두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웃을 일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연아 양이 주니어 피겨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땄고,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경기를 앞둔 시범경기에서 연승을 거듭하고 있고, 세계야구클럽 경기에서 멕시코를 이기더니 야구 종주국으로 한국을 우습게 알던 미국 드림 팀을 한국야구팀이 7대 3으로 대파하여 국민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안겨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한국인의 삶의 모습이 점차 고급스러워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정치집단의 황당성, 노동조합의 과격성, 일부 이해집단의 몰염치적인 후진성 등 일부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만 개선될 수 있다면 그런 대로 살아볼 만한 신나는 나라가 한국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국의 선비정신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근엄한 얼굴 표정을 짓도록 은연중에 강조하여 왔고, 그런 것이 최고의 덕목인 양 가르침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우리 한국어의 특성이 입술꼬리를 아래로 쳐지게 하여, 우리말을 심각하니 하다 보면 저절로 입술의 양쪽 꼬리가 아래로 쳐지는 현상을 보인다. 그런데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언어 습관상 양쪽 입술꼬리가 위로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그 입술 모양이 항시 웃는 듯한 얼굴 모양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하회탈을 보면 웃고 있는 그 모습이 서양인들의 입모양처럼 위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는 하회탈이 광대들에 의하여 하회탈춤으로 발달하면서 사람들을 웃기기 위하여 그런 입모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개그맨들의 입술꼬리도 위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자주 웃는 직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은연중에 입모양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카메라 앞에서 어색해하는 많은 사람들을 향해 카메라맨이 “치즈”라고 말하게 하거나 “위스키”라고 발음하라고 하는 것은 치즈나 위스키 발음을 할 때 입술의 양쪽 끝이 위로 향하기 때문인데, 그러한 모습이 저절로 웃는 듯한 모습을 갖게 되어 보기에 좋다. 그러한 발음 현상은 우리 말 김치를 발음할 때도 비슷한 모양을 보인다. 기역이나 디귿 또는 시옷이나 지읒 같은 받침이 붙은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로서는 받침이 없는 영어권이나 불어권 문자가 주는 부드러움을 갖추기 어려워 잘 웃어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요즘의 젊은이들은 영어에 익숙해지면서 동시에 우리말을 할 때도 웃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입술 꼬리가 위로 향하는 입모양을 한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웃음 띤 얼굴 모양이라서 얼마나 보기에 좋은지 모른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옛말이 있다. 잠언서의 한 구절, “선을 간절히 구하는 자는 은총을 얻으려니와 악을 더듬어 찾는 자에게는 악이 임하리라”처럼 우리의 마음이 선을 간절히 구하며 항시 하회탈처럼 웃고 살기를 바랄 뿐이다. 잘 돼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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