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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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에 관하여
  • 김철수
  • 승인 2001.09.1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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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이란 법률상 문제가 되는 의학적 및 과학적 사항을 연구하여 이를 해결함으로써 인권옹호에 이바지하는 학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임상법의학, 법의혈청학, 법의독물학, 법의검시학, 의료법학, 법의병리학, 법의혈청학 등을 총칭해서 말하기도 한다. 법의학은 변사자의 사인 및 손상, 의료사고 등 수많은 사법적 문제(검안, 부검, 민사상 감정 등)를 해결하는데 응용하고 있으며, 의료사고를 예방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의료법학은 의료관계 판례에 대한 법학 및 의학적인 분석으로 의료관계 재판의 정확성을 향상시켜 오판을 방지해 주는 중요한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법의학은 법률상의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필요한 의학적 사항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써, 재판의학 또는 감정의학이라고도 하며 영미에서는 Forensic Medicine, Legal Medicine,  Medical Jurisprudence, 독일의 Gerichtliche Medizin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법의학은 범죄수사나 사법재판상에 필요한 각종 증거물에 대하여 의학적 감정을 시행하는 응용의학의 한 분과이다.

 

우리나라  법의학의 실정

 

우리나라 법의학의 경우, 조선시대를 지배했던 유교문화에서는 身體髮膚受之父母라 하여 신체를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관념이 압도적이었다. 그 관념은 죽은 사체에 대해서도 미쳤다. 사체가 훼손될 수 없다는 관념은 역설적으로 剖棺斬屍와 같은 특이한 제재방법을 낳았다. 다른 한편으로타살당한 자의 억울함을 덜어주기 위한 수사기법으로 일종의 법의학이 발전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사체검시의 방법을 적시한 無寃錄 등이 있었고, 覆檢制가 실시되었다. 이조 후기에는 정다산에 의한 欽欽新書와 같은 탁월한 서적이 간행되었다. 그러나 일제를 거치면서 전통 법의학은 실종되었고, 근대적 법의학 도입도 상대적으로 늦었으며,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고 복잡한 검시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즉 미국의 법의관(medical examner), 영국의 검시관(coroner)과 같은 제도를 두어 한 죽음에 대한 검시의 모든 일을 자기의 책임 아래 시행하는데 비해 우리 나라는 법률상의 책임은 검사가, 검시를 실제 실시하는 집행 책임은 경찰관이, 시체를 검안·부검하는 등의 실무 책임은 의사가, 그리고 검증여부를 결정하는 책임은 판사가 담당하는 등 검시에는 네 직종의 사람이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 네 직종의 사람들은 전부가 검시만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무를 겸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자기의 책임에 해당되는 것만을 완수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으며 또 그것이 다른 이의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던 간에 자기책임에 해당되는 것만을 고수 고집하여 결국 검시 전체로 볼 때는 각자의 책임 완수가 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히 경험된다.
한 사건에 있어 사법부의 판결이 사형과 무죄라는 극과 극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원칙을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의 차이점이다. 우선 유죄로 판결되기 위해서는 범행 동기가 있어야 하고 본인의 자백 그리고 범행에 사용된 합리적 의심이 가지 않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증거를 채취하는 것 자체가 학문이다”라고 한다. 사건은 제시된 증거들이 과연 어떤 행위를 증명할 만큼 증명력이 있느냐를 판별해 내는데 모든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죄의 사실인정을 하기 위해서는 제시된 증거를 가지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단순히  확실성에 근접하는 고도의 개연성만 가지고 유죄의 선고를 내릴 수는  없다. 따라서 반대되는 사실의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경우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 대법원도 1983. 5. 10. 선고 82도 2279 판결에서 “유죄로 판단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져 올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단지 반대  증거보다 우월한 정도의 증명력으로는 부족하다”과  판시하고 있다.
모호한 법의학적 감정의견은 재판에 있어 판단에 결정적으로 오판을 하게 할 수 있으며, 우리 형사소송법의 증거재판주의를 근본부터 허무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 대법원은 1991. 11. 12. 선고 91도 1278판결에서도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의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입증의 정도도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것이어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증거재판주의와 입증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하여야만 유죄판결의  증거가 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법의학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어떤 사건에 있어 모든 법의학적 의문점에 대해 예외를 적용해 그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서는 안 된다. 엄격하고 명백한 증거가 없이 정황과 예단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희생될 수 있다. 법의학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건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선량한 많은 사람이 아니 바로 나도 정황증거만으로도 감옥에 갇히거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검시제도의 실태와 개선방향

 

인구 약 2,000만명 정도를 관할하고 연3,000건의 부검은 시행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경우 의사는 고작 8명 뿐인 실정이며, 남부 분소 및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의 5곳 법의학 교수를 합하여도 전국적으로 20명 내외에 불과하며, 검시조사관은 전무한 실정에 있다. 따라서 국가가 법을 적정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지원과 육성책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세계 선진사회·일류국가를 형성해 나갈 것인가 하는 국가목표의 달성을 위한 전략의 하나로 교육개혁에 우리의 생각과 열정을 모으고 있다. 국가나 사회의 질을 이야기할 때의 바로 그 核에 해당한다는 인식과 관련되지 아니한 것은 없다. 따라서, 검시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야 한다. 검시 전문가(검시전문의 및 검시조사관)을 양성하기 위하여는 이에 적합한 제도를 마련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이들을 지원하여야 한다. 업무의 범위, 업무의 순환, 업무의 난이도  등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수평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약 200만 인구인 미국 San Diego County의 경우, 법의관 8명, 조사관이 15명으로 검사업무에 직접 종사하는 인원이 23명이며, 인구가 1,000만 정도인 일본 동경 검찰의무원의 경우 검찰의 46명(상근 의사 10명, 비상근 의사 36명), 검찰의보좌 16명 등 62명으로 인구 10만∼20만 명당 검시전문가(검시전문의 및 검시조사관)가 필요한 것이다. 검시한 복지국가의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면서도 사회적 인식부족으로 국가적, 국민적인 적극적 지원이 없이 이들을 양성하고 업무에 정착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변사사건의 검시조사를 전문으로하는 검시조사관제도는 하루 빨리 도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수사능력을 가진 수사관에게 법의학 교육을 시키거나, 간호사 또는 의료기사 등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수사 및 검시 조사에 대한 교육을 시행함으로써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검시제도는 많은 맹점을 안고 있다. 변사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적합하게 검시조사와 부검의 통합적 운영으로 가장 진실에 근접된 결론에 도달하여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전문가를 양성하고 신속성과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사법제도가 발달할수록 검시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므로 국가나 지방정부는 우리나라 또는 각 지방에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알맞는 검시제도를 확립하는 데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개선의 방법으로는 첫째, 법의관제도를 시행하는 방법과 둘째, 현재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검시의 진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각 지역을 관할하는 법의관제의 시행으로 고유의 권한과 의무를 가지고 검시를 전담하게 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하겠다. 이는 중앙정부에서 각 지역별로  법의관을 임명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만큼 민선지방정부의 장이나 지방의회의 직속하에 두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검시의 통합성, 전문성, 신속성 및 독립성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어떤 사건에 있어 형사재판은 시민의 권리와 자유가 위협을 당할 때 사회가  정의를 찾는 노력의 과정이다. 법의학연구의 미비로 시민사회에 쓰라린 상실감을 주어서는 안된다. 그 결과에 의해 사법부의 절차자체가 유죄라고 매도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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