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를 축적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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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축적한 사람들
  • 송희성
  • 승인 2005.12.3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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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성 수원대 법대교수·공법학

 

어느 신문이 '사(士)'자 붙은 사람이 잘사는 사회는 곤란하다는 식의 모 국회의원의 발언을 실은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 발언의 진의가 잘못 전달되었거나, 보도상 표현에 과오가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근면하게 노력하여 일정한 자격을 얻고 적극적 활동으로 부를 축적하거나 창의적으로 산업조직을 경영하여 부를 축적한 재벌기업 등을 부정적 시각만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근면하게 창의적으로 노력하여 부를 축적한 사실 자체를 적대시 할 것이 아니라, 부의 축적과정에서 탈세를 하는 등 제반 법을 위반하거나, 개인의 삶에 필요 이상의 부를 소유한 채 사회에 환원치 않는데 문제가 있다. 또 재벌기업이 번 돈을 재투자하여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지 않고 개인의 부로 축적된다면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탈세·부동산투기·뇌물 수수 등 범죄행위로 부를 축적하는 것은 직·간접적으로 사회악이 되고 그것이 온갖 사회적 범죄를 재생산하게 된다. 그러나 적법하고 정당하게 모은 부마저 함께 싸잡아 질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하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축적과정이 온당한 부도 그것은 우리 사회내에서 우리 사회구성원이 가능하게 해 준 것이고, 어떻게 보면 부의 축적경쟁에서 패배한 자 때문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가진 자들이 부지불식간에 사회에서의 우월주의에 빠져 그 축적된 부를 사회 많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여 쓰거나 또다른 문화 사업에 지출하지 않고 자식들에게 몇백·몇천억씩 물려주는 행태는 그들이 자유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하나의 숙제인 배분적 정의(配分的 正義)의 실현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행상을 해서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학교 등에 기부하는 노인이 있는 반면 대학교수가 5천만원이 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외면하는 자세는 많은 우수를 던져 준다.


또 학창시절이나 재야시절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눈물짓던 사람이 사회적 신분이 상승되어 있는 지위에 가면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르는' 인물이 되는 것을 허다하게 볼 수 있다.


도박·마약흡입·음주 등과 개인적 나태로 이 사회의 낙오자가 된 자들은 동정할 가치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도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이웃이다. 극단적인 전체주의에 빠져 낙오자들을 경시했던 히틀러의 사고방식을 가져서는 안 될 일이다.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국가적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가진 자들이 사해동포(四海同胞)심을 가져 사회를 끌어안는 태도가 요구된다.


얼마 전 서울대총장이 교수들을 비판하는 글이 어느 신문에 보도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교수사회의 행태를 좀 아는 나로서는 매우 공감하는 이야기였다. 동창회의 회보에 실었던 어느 제자의 말을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제자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정열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았습니다. 그 때문에 후배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 지도 알게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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