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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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窓
  • 법률저널
  • 승인 2005.12.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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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에잇, 거짓귀신 물럿거라!

 

거짓은 빛이 난다. 현란하고 황홀하다. 거짓은 용광로보다 더 뜨거워 녹이지 못할 게 없다. 철이 녹아내리고 사람의 마음이 녹아내린다. 호주머니를 털어 내어주게 만들고, 나중에 땅을 치고 눈물지게 만든다. 거짓의 힘은 위대하다. 거짓은 사랑도 만들고 기쁨을 만든다. 무소불위의 신이다. 닭울음소리 요란하던 을유년은 거짓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


부시 미국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의 주된 이유,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와 핵무기가 제조되고 있다는 사실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세계인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그의 말은 유럽 여러 나라에 시설된 비밀정치수용소가 밝혀짐으로써 거짓으로 드러났다. 도청이란 단어를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는 국가정보원장들의 일관된 주장은 철저한 도청의 실시와 은닉으로 일관되었음이 드러났다. 줄기차게 거짓말을 해온 것이 백일하에 노출되었다.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에 관한 2005년도 사이언스 게재논문은 믿고 싶지 않지만 거짓으로 밝혀지고 있다. 빛나는 영웅의 비참한 몰락을 지켜보면서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신호등을 위반하면서, 제한속도를 위반하면서, 정지선을 넘어서면서 나도 수없이 거짓을 저지르고 있다. 


원래 거짓말은 일관성이 없다. 진실은 객관적 사실에 터 잡은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일관성이 있지만, 거짓말은 진실이 없이 순간면피용으로 사용될 뿐이어서 일관성이 없다. 순간의 거짓말이 또 다른 순간의 거짓말을 만들어낼 뿐이다. 거짓말을 기억하고 있는 거짓말쟁이는 없다. 거짓말은 어제 한 거짓말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게 거짓말의 본질적 한계이다. 거짓말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면서도 언제나 남의 거짓말에 속고, 또 남을 속인다.


세상천지 어디인들 거짓이 없겠는가마는 한국사회는 거짓말이 넘쳐나고 있다. 모두들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하고 있고,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웰빙시대를 살아가자며 참살이를 외치면서도 모두들 거짓에 찌들어있다. 거짓은 담배연기보다 더 진하게 우리의 전체 삶에 배어들어 있다. 공사가 불분명하고 참과 거짓의 한계가 무너진지 오래다. 어디 한 번 가슴에 손을 얹고 어제 하루 동안 몇 번의 거짓말을 했는지 우리 모두 헤아려보자. 오늘 몇 번의 거짓말을 하게 될지 겁부터 난다. 부끄럽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황당한 관습법이 우리 국민정서이다. 순간을 넘길 요량으로 거짓을 말하고 돌아서서는 덕담을 했을 뿐이라고 자위한다. 생명과 전재산이 오가는 거짓을 범해 놓고도 그 사람 좋으라고 그랬을 뿐이라고 정당화한다. 거짓말에 무신경한 국민들의 의식구조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수치를 모르고 양심의 떨림이 없어지고, 후안무치해진지 오래이다. 내 배만 부르면 되고, 내 등만 따시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모두들 마음속에 가득하다. 정치가들은 입만 벌렸다 하면 거짓말을 숨쉬듯 하고, 세 살짜리 꼬마녀석도 용돈을 타내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거짓말을 애교로 받아주는 사회풍조는 어디에서 왔을까?  

  
원래 삶 자체가 거짓투성이일지도 모른다. 아니 정말 삶 자체가 거짓투성이다. 우리는 매일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죽어가고 있다. 창가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소리를 듣는다고 말하지만, 실제 나는 새들의 눈물을 본 적이 없다. 눈물 없이 울고 있는 새들의 울음소리는 왜 아름다울까? 거짓이다. 철저하게 거짓이다.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며 너스레를 떨고, 노처녀가 시집가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치고, 늙은이가 빨리 죽고 싶다고 자탄하는 것을 삼대 거짓말이라고 한다. 이제 거짓말이 지긋지긋해진다. 모두가 거짓말쟁이이니 누가 누구의 거짓말을 감히 단죄할 수 있겠는가? 왜 예수는 죄 없는 자, 저 여인을 돌로 치라고 가르쳐 모든 군중들을 뿔뿔이 도망치게 만들었을까?  죄 있는 자는 단죄되어야 한다. 용서가 죄를 덮어서는 안 된다. 용서는 멋 훗날, 아주 먼 훗날 희미한 기억 속에서 잊혀짐으로써만 가능하다. 설령 내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남의 눈의 티를 단죄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내 눈의 들보는 또 다른 이들이 단죄해 줄 것이고, 태양 아래 밝혀진 진실 앞에 부끄러워져야 하고, 무릎 꿇어야 한다. 부끄러움이 회복되어야 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부르짖었던 거짓말하지 마시오 라는 가르침이 뇌리에 새겨진다. 하나님이 너무 좋은 머리를 주었는데, 왜 그 좋은 머리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흘리는 김수환 추기경의 짜디 짠 통한의 눈물이 내 마음에 강을 이룬다. 이제, 거짓말하는 것도 신물이 나고, 지칠 때도 되지 않았는가? 한 끼 먹어치울 음식에서 웰빙을 찾을 것이 아니라 한 끼 마음의 양식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웰빙, 참살이를 꿈꿔보지 않겠는가, 에잇, 나쁜 놈의 거짓귀신, 물럿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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