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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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窓
  • 법률저널
  • 승인 2005.12.2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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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시위꾼이 넘쳐나는 세상

 

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 저지를 위한 700여명의 한국 원정시위대가 홍콩 당국에 의해 전원연행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설마 했던 기우가 역시 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을 보며 안타까울 뿐이다. 홍콩 일부 언론들은 1967년 영국에 반대하는 反英暴動 이후 가장 혼란한 수준의 폭동이었다고 보도한다. 아무리 홍콩이 영국으로부터터 중국으로 편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세계무역의 중심도시로서 합리적 법질서가 유지되어 오던 홍콩이 이처럼 외국에서 원정 온 시위대에 의해 법적평화가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며 홍콩 당국은 몹시도 놀랐나 보다. 위 각료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한국 시위대의 격렬한 시위를 간접경험한 홍콩 당국은 시위 진압에 대한 노하우를 우리 당국으로부터 배워가고, 시위진압을 위한 훈련까지 해야 할 정도였으니 어쩌면 한국 원정시위대의 마지막 날 시위 결과는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나 싶다.


700여명의 연행자 중 11명은 구속기소되었다. 홍콩 법원의 재판과정을 고려할 때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석방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2-3개월의 재판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농수산물 전면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절박한 심정이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까지 나가 그렇게 격렬한 시위를 벌려야 했는지 의아할 뿐이다. 하루 직전까지만 해도 한국시위대의 평화시위에 찬사를 보내던 홍콩시민들에게 유종의 미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한국 시위문화는 이제 전면적인 수술대에 올라야 할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아무도 시위대를 향해 잘못된 시위문화를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시위문화로 개선해야 한다고 충언하지 못한다. 집단에 의해 매도당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이 관행처럼 되풀이되다 보니 잘못을 범하는 사람도 잘못되었다는 죄의식이 없고,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도 그 도도한 반대세력 앞에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의 시위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반만년 역사 속에서 지금처럼 민초들이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시대는 없다. 일부 언론이야 언론 탄압이 심하다고 하지만 세계언론인협회 등의 연간보고서는 한국을 세계제일의 언론자유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사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조차 용인될 정도로 언론의 자유가 백화쟁명의 시대에 이르렀다. 반대자에 대한 무차별한 언어폭력이 공공연히 난무하고 있고, 맞받아치는 반대자의 반론 또한 마찬가지이다. 언어로 사람을 죽이고 또 죽이고 또 죽인다. 촌철살인이 품고 있는 은근하고 깊이 있는 은유의 미학과 묘미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보이지 않는다. 원색적이고 직설적이고 폭압적이다. 잔혹한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키워온 병폐 중의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위 조직의 응집력이다. 하나의 이슈가 불거지면 순식간에 우후죽순처럼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곧 이어 시위가 벌어진다. 물론 그러한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문제점이 걸러지고 해결책이 모색되어지는 아름다운 과정을 폄훼하거나 깍아 내리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서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왜 나서는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단체들까지 함께 나서는 것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있는 자들끼리 모여 자기들끼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텐데도 전혀 상관없는 자들까지 우르르 몰려들어 그 비상대책위원회에 이름을 올리고, 세를 불리고, 집단화된 여론몰이를 강요한다. 지엽말단적이고 쥐방울만한 사건이 침소봉대되어 전국적인 사건으로 변질되니 세상이 어찌 항상 시끄럽지 않겠는가? 물론 전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이면 당연히 전국민의 문제로 풀어야겠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으니 문제이다. 급조된 비상대책위원회는 합리적 과정을 통한 이성적 결론을 도출하기 보다는 마지막에 과격한 폭력시위로 끝을 맺어온 것이 경험칙으로 얻어진 결론이다. 그리고는 또 다시 교통마비, 산업활동의 저해, 기물손괴, 사상, 연행, 형사처벌, 손해배상청구 등 아주 도식적인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시위 주도가 직업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시대가 만들어낸 결과이겠지만, 이곳저곳 시위거리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세상은 건강하지 못하다. 모두 각자의 문제를 각자가 해결하는 세상, 그게 민주주의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위문화는 이제 달라져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홍콩 당국에 의해 기소된 한국시위대의 조속한 석방과 귀환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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