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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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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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1.0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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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로스쿨


사법시험을 공부하는 고시생들에게는 요즘 시험말고 또 하나의 관심거리가 있다. 로스쿨이다. 로스쿨이 도입되는 게 결정되고 나서 고시생들은 더욱 조급하고 바빠졌다. 이제 점점 더 사법시험을 통한 합격의 길이 좁아질 것이고 언젠가는 법조인이 되는 길이 로스쿨로 단일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변호사단체와 학계에는 로스쿨을 둘러싼 많은 이견이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로스쿨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 평탄하게 나아갈 수 있을 진 의문이다.


아무튼 로스쿨 도입이 확정된 후 생계 때문에 혹은 다른 이유로 사법시험을 포기했고 이미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이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한 까페를 만들고 정보교환을 하고 서로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로스쿨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 시절 TV외화 시리즈에서 본 적이 있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란 드라마였는데 이 드라마가 하버드 로스쿨 학생들의 얘기였다. 하버드 생들의 얘기인만큼 교육열 높은 우리네 어머니들은 그 시간대는 자식들을 앉혀놓고 꼭 시청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스캇 터로우(Scott Turow)가 쓴 ‘열정속으로, 하버드로스쿨’이란 책에서도 로스쿨 학생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경쟁에서 승리만을 거듭했던 학생들은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한 첫 해에 수업과 시험에 대한 중압감과 두려움에 때로는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고통의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서서히 ‘성공의 함정’에 빠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저자는 첫해 마지막 시험에서 자신의 스터디 그룹이 준비한 민사소송법 요약 노트를 다른 학생들이 보지 못하게 막는 자신의 모습에서 성공의 함정에 빠진 하버드 로스쿨 학생의 전형을 발견하고는 괴로워한다. 질투심과 자신보다 뛰어난 학생을 부정하려는 자기 속 ‘적’의 실체를 경험한다. 로스쿨은 선망의 대상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그리 편안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게 현실이지 않을까?


한국에도 로스쿨 도입이 확정되고 나서 로스쿨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많다. 하지만 아직 그 내용적인 면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들은 부족한 듯하다.


로스쿨 준비생들도 아직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로스쿨 입학전형에는 법지식을 평가하지 않고 적성시험을 봐야하고 학부성적과 기타의 사회활동 등이 평가될 것이란 대원칙은 제시되었다. 하지만 아직 너무 먼 이야기로 들린다.


리즈 위더스푼이 열연했던 영화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에서 로스쿨 입학 담당 교수들을 사로잡는 방법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


금발의 여주인공 엘 우즈(리스 위더스푼)는 대학 기숙사 ‘ΝΔ’(미국 대학의 기숙사는 그리스식 이름을 갖고 있음)에서 자치회장을 하며 멋있는 청년이 프로포즈 해줄 것을 기대하는 평범한 졸업반 여대생이다. 그런데 하버드 로스쿨(법과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남자 친구 워너 헌팅턴(매튜 데이비스)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는다. 워너는 대를 이어 나이 서른 전에 국회의원을 해야 하므로 출세하는 데 도움이 될 명문가 출신의 지적이고 진지한(serious) 여성과 결혼할 것이라고 말한다. 엘이 ‘too blonde’(금발의 백치미인)라서 싫다는 것이다.


이 말에 충격을 받은 엘 우즈는 1주일 동안 머리를 싸매고 누워 있다가 자기도 하버드 로스쿨에 가겠다고 굳게 결심한다. 그녀의 친구나 부모는 모두 엘 우즈를 극구 만류한다. 미인대회에서 우승도 했겠다 패션 전공을 살려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이 보장되어 있는데 고생해 가며 법률공부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로스쿨에 다니는 여학생은 못생기고 재미없고 너무 진지한(ugly, boring and serious) 족속이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엘 우즈는 자기소개서에 여성 법률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교수추천서를 받는다. 자신의 ‘끼’를 돋보이게 하고 남자 교수들에게 호감을 사고자 수영복 차림으로 비디오를 통해 자기소개를 한다. 영화는 가벼운 코미디이지만 법률가 지망생으로서 가져야 할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자신만의 개성으로 로스쿨에 입학했다고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통해 진행되는 로스쿨의 수업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할 것이다. 법률가가 되기 위해서 학부 4년과 로스쿨 3년을 공부해야 된다. 한국의 사법시험은 세계적으로도 어려운 시험이지만 이제 로스쿨로 그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상황이다. 한국의 로스쿨 실험의 결과가 어떨지 궁금해진다.


로스쿨이 소재가 되거나 배경이 된 다른 영화는 ‘러브스토리’(1970년)와 그 속편 ‘올리버스토리’(1977년), 그리고 미국에서 벌어지는 법과대학 간의 모의재판을 다룬 것으로 무명의 시골 대학이 미국 최고의 하버드 법대팀을 이긴다는 스토리의 ‘모의법정’(Listen to me, 1989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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