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도 '계급파괴'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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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도 '계급파괴' 인사
  • 이상연
  • 승인 2005.08.06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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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에 처음으로 '계급 파괴' 인사가 이뤄져 주목을 받고 있다. 계급 중심, 연공서열식 공직사회의 틀을 뒤흔드는 '실험'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국정홍보처는 2일 기존 '3국 13과' 체제에서 과를 모두 없애고 팀제를 도입, '3단 1관 15개팀'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5급 사무관 6명을 팀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또 기존 과장 자리에 있던 4급 서기관 5명을 사무관 팀장 밑의 팀원으로 발령했다.


팀제 조직과 5급 사무관이 팀장을 할 수 있는 인사규정은 이미 중앙인사위원회가 근거를 마련해 시행토록 요구해온 사안이다. 이에 따라 일부 부처에서 사무관 팀장이 이미 탄생했지만 사무관 팀장 아래 4급 서기관 팀원이 일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공서열 위주의 수직적 공직사회를 민간기업처럼 수평적 경쟁 관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에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인사패턴이기도 하지만 이번 계급파괴 인사는 정부 수립 이후 60여년 이어져 온 조직 체제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다.


하지만 각 부처는 선배가 승진 인사에서 후배에 밀릴 경우 옷을 벗거나 적절한 자리를 만들어주는 관행을 계속 고수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국정홍보처의 인사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공무원들 사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정홍보처 인사에 대해 당사자뿐 아니라 일부 간부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공무원 신분보장 규정이 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이래서 조직이 운영되겠느냐'는 등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국정홍보처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도하기 위해 팀제를 도입하고 '계급 역전'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당장에는 충격이겠지만 공무원들의 정체된 분위기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번 국정홍보처의 인사의 기본 정신은 공행정을 기업 경영화 체질로 바꾼다는 신호탄으로써 기득권과 정실주의를 가급적 배제하고 참신한 기풍을 일으켜 경쟁력 있는 공무원 조직을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일단 국민들로서는 보직 위주의 인사운영체제로 공직의 변화가 가시화된 데서 환영한다. 지금까지는 말로는 고객중심, 능률성 제고, 행정의 생산성을 외치며 과를 팀으로 바꾸거나 태스크포스(TF) 형태도 운영했으나 큰 성과는 느끼지 못했다. 이유는 행정이란 형식논리를 생산성으로 연계시키는 일이 계급 중시의 수직사회에서 한계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민간기업에서 중시하는 생산성, 효율성을 위해 조직을 수평적으로 바꾼 점이 돋보인다. 팀장, 팀원을 능력에 따라 번갈아 맡을 수 있어 연공서열도 자연히 파괴된다.


보직 위주의 인사제도가 정착되어, 그것의 순기능이 다른 공무원 조직으로 파급되기를 바란다. 기업체에서는 벌써부터 계급 파괴가 한참 진행중에 있다. 급여와 대우가 동일한 연공서열식 계급제를 고수하고 있어서는 지식정보사회로 급변하고 있는 외부 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공무원사회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계급과 승진제를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보직 위주의 인사운영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외교관 인사개혁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고, 행정자치부도 본부장-팀장제로 개편돼 공직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시대 흐름에 비춰볼 때 분명 바람직하다.


한편으로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바로 사기저하와 공직 불안정이다. 또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 업적평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부작용이 나타나면 과감하게 수정 보완하는 유연성도 요구된다. '무늬만 혁신'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직자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적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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