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대법원장에 대한 역사적 평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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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법원장에 대한 역사적 평가 필요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5.07.2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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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흥수 전 부장판사/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최종영 대법원장의 임기종료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금년까지 6년간 대법원장으로 재직한 최종영씨에 대해서 국가 사회적인 평가가 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일국의 대법원장으로서 6년간 재직한 분에 대한 역사적 평가 없이 어떻게 다음 대법원장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최종영 대법원장은 1999년 9월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서 임명되었는바, 임명 직전에 의정부지원 관내의 판사, 변호사 유착 사건과 대전지방법원의 이종기 변호사 사건에 의해서 법원의 오래 묵은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21세기를 맞이하면서 구시대적이고 비민주적인 법원의 유산들을 청산할 막중한 사명을 짊어지고 출발하였다.


그러나 현재 “김대중 대통령이 한 일 가운데 가장 잘못한 일”이 바로 최종영씨를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일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그는 시대적 사명을 팽개쳐버리고 말았다.


최종영 대법원장이 재직기간 중 일제시대부터 내려오던 낙후된 재판제도의 틀을 개정 소송법 등에 따라서 몇 가지 개선을 이룬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일제시대 내지 군사독재시대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법관관료시스템의 개선은 관련 법원조직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고 말았다. 본인이 관료시스템하에서 승승장구하여 대법원장까지 되었으니, 그 제도를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착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종영 대법원장이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고 시대착오적으로 기수와 서열 순으로 법원장들을 대법관 후보로 추천하였다가 법원 내외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겪고 그 결과 사법개혁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법개혁위원회가 만들어진 주된 이유는 위와 같은 법원의 비민주적이고 후진적이며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인 법원내부의 문제를 개혁하기 위해서 생긴 것이다. 당시 법관들이 대법관 임명제청과정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것은 법관인사제도의 변화를 기대하였기 때문이고, 사법개혁위원회를 만들 때 최종영 대법원장은 법관인사제도도 개선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영씨는 그 위원의 절반을 임명하게 됨을 기화로 자신이 임명한 위원들을 통해서 위 위원회에서 고질적인 법원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덮어둔 채 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로스쿨이니 배심제, 참심제 문제를 들고 나와서 시간과 인력, 예산을 소모하고 말았다. 이는 그 동안 국민들의 법원관료제도에 대한 개혁요구가 빗발칠 때마다 대법원이 사법시험 정원을 늘리는 문제로 이를 무마하면서 법원 내부의 개혁에 대해서는 외면해온 관행을 반복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로스쿨이나 배심제 등도 중요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 법조인들로 이루어진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보다는 일본의 예에서처럼 수요자인 일반국민들로 이루어진 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함이 정도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일렬로 말석판사까지 서열이 정해져 있고, 모든 법관이 승진과 근무평정에 전전긍긍하면서 업무에 임하다가 승진에 탈락하면 퇴직해서 변호사를 하는 법관관료시스템은 군사독재시대 법관들을 순치시키던 지극히 비민주적이고 후진적인 법관인사제도이다. 이러한 인사제도 하에서 소위 전관출신 거물 변호사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즈음은 대법관 등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대형 로펌으로 가는 문제가 심각하다. 법관들이 비록 전관예우가 없다고 애써 항변하지만 국민들은 그것을 믿지 못하고 있는데 객관적으로 본다면 국민들의 불신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본다. 언젠가 변호사를 하게 될 법관들, 그리고 승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관출신 거물변호사들 앞에서 법관들이 흔들릴 가능성 내지 위험성을 부인하는 것은 인간에 지나지 않는 법관들을 신으로 착각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심각한 사법불신이 국민들 의식 속에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는바, 이것을 해결하는 길은 현재의 인사제도를 혁신하는 길 외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현재의 법관인사제도는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사법부와는 근본적으로 어울리지 않고 19세기적이고 전근대적인 권위주의시대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 제도인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분명 국민을 위한 것도, 법관을 위한 것도 아니다. 지금의 법관인사제도는 다만 현재의 시스템 자체와 그 시스템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 몇몇 사람들을 위한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최초의 한국 대법원장으로 재임한 최종영씨는 대법원장으로서 위와 같은 제도를 개선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채(못한 채) 오히려 위와 같은 제도를 강화해버렸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종영 대법원장은 법원장의 주관적, 자의적 근무평정에 기해서 법관들의 서열을 정기적으로 변동시키는 엄청난 제도개악을 이룩해 냈다. 이것은 차라리 연수원 성적에 의해서 서열을 고정시키는 방법보다도 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제도로서 이로써 법관관료화는 극에 달하고 있다. 나아가 심지어 법원장급에서도 고등법원장을 발탁승진시킴으로써 고법원장에 탈락된 수많은 중진 법원장들이 사직하였으니, 이것은 최종영씨가 제왕과 같이 군림하면서 자신에 대한 비판을 견제하고 충성경쟁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수 없는 일이다.

 

관행을 떨치지 못한 대법원장

 

한편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법관승진제도 내지 법관관료화의 폐단을 심각히 생각해서 “같은 경력의 법관에게는 같은 처우를 보장하는 이른바 단일호봉제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최종영 대법원장은 위 법이 통과되기 전과 실질적으로 전혀 아무런 변화가 없는 종전의 발탁승진식 인사관행을 반복하고 있으니, 이 또한 기가막힐 따름이다. 이것은 법을 가장 잘 지켜야할 대법원장이 법을 무시하는 직권남용행위를 자행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종영 대법원장이 과연 헌법이 무엇인지, 법률이 무엇인지, 법관직이 무엇인지, 사법권의 독립이 무엇인지 알면서 법원행정을 펼쳐온 것인지, 그렇지 않고 단지 법관들을 군인이나 경찰처럼 생각하면서 당근과 채찍으로 다루어야 법원이 제대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고 일을 해 온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장들 입장에서는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법관관료시스템이 법원행정을 펼치기에는 가장 쉬우니까 그 방법을 고수하고 싶은 유혹이 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언젠가 대법원장이나 법원장은커녕 법관의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면할 길이 없다는 것을 왜 모를까?

 

최종영 대법원장을 보필해온 법원행정처 인사들, 일부 일선 법원장들도 자신들이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해야 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역사의 흐름에 비추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마땅하다. 행정처에 근무한다고 하더라도 법관이라면 법관직을 걸고 대법원장에게 직언을 할 의무가 있지 않은가? 법원장들도 법원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당당히 법원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여야 하지 않는가? 기껏 법원을 그만두면서 개혁을 외쳐서야 그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이 또한 법원의 비민주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상 중의 하나일 수 있다.


법원장을 비롯한 모든 법관들의 운명이 대법원장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권, 법원장 승진권, 그밖의 인사권을 통해서 모든 법관들을 얼마든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현 인사제도인 것이다. 다른 국가기관이나 일반 회사보다 법원 인사제도가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비교의 대상을 완전히 잘못 짚고 하는 이야기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새 대법원장 인선의 유용한 자료되기를

법무, 검찰에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런데 검찰의 문제는 어떻게 보면 법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법원이 언제나 법과 원칙에 충실하게 재판제도를 운용하여 왔다면 지금과 같은 검찰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검찰의 개혁도 법원의 개혁과 직결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새 대법원장 인선을 앞두고 있다. 최종영씨에 대한 평가가 새 대법원장을 누구로 선임할 것인가에 관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필자의 평가를 반박하는 평가를 포함해서 최종영 대법원에 대한 활발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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