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위원은 경각심을 갖고 출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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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위원은 경각심을 갖고 출제하라
  • 이상연
  • 승인 2005.06.14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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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법시험과 행정고시 제2차시험이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사법시험 수험생들은 마무리 전략에 골몰하면서도 한편으론 '불의타'에 허 찔리지 않을까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재작년 '무더기 과락사태'에 이어 지난해 '형소법 사태'와 같은 문제가 과연 올해는 없어질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다.


사법시험은 1차건 2차건 출제문제와 관련 바람잘 날 없었다. 최근에는 논란이 상당히 줄었다지만 여전히 불거지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초 제1차시험에서도 학원의 모의고사가 그대로 나와 파문이 일자 부랴부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으로 시험 출제·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2차시험에서 형소법 사건이 또다시 터지자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종합대책에 나서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올 초에 실시된 1차시험에서도 복수정답을 두고 논란이 일고 결국 법정까지 갈 태세다.


물론 이런 논란의 1차적 책임은 출제위원에 있다. 출제위원들은 출제와 채점에 관한 전권을 부여받은 만큼 그 책임도 크다. 출제를 함에 있어 특정 교과서나 특수한 학설에 치우침이 없이 주로 일반적인 학리의 해득과 그 응용능력을 검증하는데 유의했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법무부가 의뢰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냥 한번 출제해줬다는 식의 다분히 수동적이고 마지못해 출제에 임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사실 사법시험뿐만 아니라 다른 시험에서도 특히 1차시험의 문제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많다는 게 시험을 주관하는 담당자들의 하소연이다. 일부 교수들이 출제하는 문제의 상당수가 허점 투성이라는 것이다. 학원의 담당자들도 교수가 출제한 문제 중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그대로 쓸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다고 털어놀 정도다. 


이번에 시험위원으로 위촉될 출제위원들은 그동안 노정(露呈)되었던 문제점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면과락이면 합격할 수 있는 운좋은 사람이 붙는 시험이 아니라 전 과목에서 기본적이고 고른 실력을 갖춘 사람을 가려내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관련 수험생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시험위원들은 출제와 채점에 있어 정교함과 세밀함은 물론 공정성에서 한치의 어긋남이 있어서도 안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 잡음과 쟁송이 이어지지 않도록 완벽한 문제를 만들어 내겠다는 사명감과 경각심을 갖고 임해야 한다.


법무부도 특정과목이 시험 전체의 평가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조건이 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출제와 채점은 시험위원의 전권이라며 손놓고 있다면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의 자세가 아니다. 법무부가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대학이나 학원, 문제지 등을 모두 확인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터다. 그렇다고 그것이 면책사유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일 아닌가. 아무리 준비가 철저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오류는 불가피한 것이 시험 출제 특히 법학문제의 특징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준비가 요구된다. 


이제 수험생들이 해야할 몫은 기본서를 통한 법학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균형잡힌 답안을 구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다. 이는 출제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이다. 특히 사례 문제의 경우 뭘 물어보고 법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등 논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서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잡다한 서술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글씨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의 하나인 만큼 잘 써야하는 것은 자명한 일인데, 문제는 달필은 그만두고라도 전혀 해득이 불가능한 답안이 상당하다는 출제위원들의 지적을 상기하면서 수험생들의 철저한 대비를 촉구한다. 지금은 '상아 여인상에 온기를 불어넣은'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기도와 같은 자세가 더욱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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