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위임계약서 이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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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위임계약서 이래도 되나
  • 이상연
  • 승인 2005.05.31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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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은 어떤 경우에도 변호사에게 착수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소의 취하, 화해 등 변호사의 노력없이 처리된 사건도 성공 보수를 전부 지급해야 한다’, ‘위임사무가 종료된 때로부터 1개월이 경과한 때에는 임의로 서류와 자료는 폐기하여도 이의가 없다’ 등 의뢰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변호사들이 사건을 맡을 때 고객들에게 이처럼 불공정한 약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일부 변호사의 사건위임계약서의 불공정 조항들을 들여다보면 대명천지에 어떻게 이런 낯부끄러운 일이 횡행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 절로 나온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불공정조항이 없는 새로운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변호사들은 관행적으로 불공정조항이 담긴 옛날 계약서 양식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의 시정권고를 받은 변호사는 계약서에 의뢰인은 착수금에 대해 소의 취하, 상소의 취하, 화해, 당사자의 사망, 해임, 위임 해제 등 기타 어떤 사유가 발생해도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었다. 변호사가 아무런 조력도 제공하지 않거나 변호사로서의 의무를 게을리 한 경우에도 착수금을 돌려 받을 수 없다니 이런 불공정 계약을 어디에서 또 찾아볼 수 있다는 말인가. 변호사가 착수금 수령 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수임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위임해지를 할 수 있는 것이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는 게 공정한 상식이다. 변호사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기록검토 등 위임사무의 착수 전이라면 통상의 손해배상금 예정액을 초과하는 착수금은 반환해야 한다는 공정위의 권고는 지극히 당연하다.


소의 취하나 화해, 상소의 취하 또는 포기, 상대방의 항소 또는 상소취하 등으로 변호사의 노력이 전혀 개입되지 않거나 미미한 가운데 사건이 종결된 경우에도 성공보수를 전액 지급하도록 규정한 승소 간주 조항도 못지 않은 불공정 조항이다. 법률적 약자의 틈을 노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챙길 것은 철저히 챙기겠다는 속셈이 아니고 무엇인가. 성공보수는 소송사무의 성공여부 및 변호사의 기여도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 ‘성공조건부’ 수임료이다. 그런데도 변호사의 노력정도, 사무처리의 경과?난이도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변호사의 노력과 무관한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성공보수 전부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법을 다루는 변호사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불공정 횡포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자료 임의폐기 조항, 관할법원 조항, 분쟁조정 강제 조항도 터무니없는 불공정 조항으로 지적됐다. 위임사무가 종료된 때로부터 1개월이 경과한 때에는 임의로 서류와 자료를 폐기하여도 이의가 없다는 규정도 의뢰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단순히 위임 종료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폐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위임종료 후 3년이 지난 후 자료 원본 등 의뢰인의 소유물인 서류와 자료까지 임의로 폐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 역시 의뢰인에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의뢰인의 주소지가 아니라 변호사 사무실 소재지 관할 법원에 소송을 내야 한다는 규정도 경제적 약자인 의뢰인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시정권고를 받았다. 위임계약에 관해 분쟁이 생겼을 때 의뢰인이 분쟁조정을 스스로 청구하거나 변호사의 분쟁조정청구에 응하는 등 희망하는 경우에만 조정을 거치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으로 해당 지방변호사회의 조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한심한 계약서를 가지고 누구의 이익을 변호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다 계약서에 고객을 ‘본인’으로, 변호사 자신을 ‘귀하’로 각각 표기하는 등 다소 권위적인 표현까지 쓰고 있다. 변호사업계는 불공정 계약서를 하루 빨리 시정해 당사자간 합리적이고 건전한 법률서비스 질서가 정착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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