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때문에 꿈을 버려야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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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때문에 꿈을 버려야하는 사회
  • 이상연
  • 승인 2005.04.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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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소방·교정직·소년보호직·철도공안직 공무원 채용시 응시자격으로 키와 몸무게를 제한하는 것은 신체조건에 의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이므로, 경찰청장, 소방방재청장, 법무부장관, 건설교통부장관에게 공무원 채용시 키와 몸무게에 의한 불합리한 제한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해 우리의 인권 수준을 한 단계 성숙시킬 것으로 보여 뒤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런 조치다.


각 기관별 신체조건 제한의 사유를 보면 경찰공무원의 경우 시위진압, 범인검거, 주취자 처리 등 일반시민과 육체적 접촉이 많은 경찰업무의 특성상 체력뿐만 아니라 신체적 조건도 채용시 고려되어야 하는 주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피보호자보다 신체적이나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어야 하므로 필연적으로 신체적 조건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방공무원의 경우도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화재 및 재난현장의 극한 상황에서 소방공무원 본인의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의 생명을 구조하며, 보다 양질의 소방서비스를 공급받을 국민의 권리를 고려할 때 신체조건에 대해 일정 기준을 정하여 운영하는 것은 소방업무수행에 필요최소한의 기본조건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교정직 소년보호직 공무원에 대해 법무부는 교정직 공무원은 수용자가 직원 또는 타 수용자 및 시설에 대해 위해를 가하는 경우 시의적절한 제지를 하여야 하며, 특히 비상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을 갖추어야 하므로 신체조건의 제한은 불가피하며, 비행소년을 수용하여 교정교육을 실시하고, 법원호송, 외부교육활동, 감호업무를 수행하는 소년보호직 공무원도 수용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진압하여야 하는 바, 공무원의 수에 비해 관리 감독 대상이 되는 보호소년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통제 및 자기방어를 위해 최소한의 신체조건은 필요하고 또한 합리적인 기준에 해당된다고 답변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각 기관의 키와 몸무게 기준 설정이 해당 업무수행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써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설정된 것이 아니며 △특히, 기관에 따라서는 경찰공무원의 키와 몸무게 기준을 해당 공무원 채용기준으로 삼은 경향이 있고 △각 기관이 채용대상 공무원에 대해 공통적으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육체적 능력이 많이 요구된다고 주장하나, 이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적인 체력검사를 실시하지 아니하는 기관도 있으며 △체력검사를 실시하는 기관의 경우에도 키와 몸무게 제한과 체력검사와의 상관관계 또는 양자 필요성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며 △신체조건과 육체적 능력이나 체력이 어느 정도 비례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육체적인 능력이나 체력은 개개인마다 상이하므로 체력검사 등 객관적인 시험을 통해 해당 업무수행능력을 판단해야 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무원 채용시 응시자격으로 키와 몸무게를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로 판단했다.


우리는 인권위의 권고가 결국 신체조건이 합리적 근거인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우리들은 이제껏 익숙하게 여겨왔던 차별적 관행을 벗고 친(親)인권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의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소수점 아래 차이 때문에 자신의 진로를 바꿔야하고, 신체조건만으로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을 버려야 하는 사회는 비극이다. 더욱이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신체조건만으로 제한하는 것은 정말 부당하고, 이같은 공권력의 차별은 즉시 시정되어야 할 일이다. 관계 기관이 이번 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하거나 늑장을 부리는 것은 국가의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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