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 조정’ 양 기관의 뜨거운 공방, 누구를 위한 권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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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수사권 조정’ 양 기관의 뜨거운 공방, 누구를 위한 권한인가?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9.07.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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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발단은 국회 패스트트랙 ‘검경수사권 안건’

경찰 측 “수사개시권 감시할 수 있는 계기 마련”

검찰 측 “검사의 수사지휘권 국제적·보편적 제도”

[법률저널=김민수 기자] 대한변호사협회가 주관한 검경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이 지난 9일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렸다. 심포지엄에서는 검찰, 경찰 수사구조개혁 핵심 관계자들이 참여했지만 양 기관의 권력 다툼에 ‘국민’은 제외돼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 이찬희 협회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결코 어느 한 기관이 권한을 가져야 하는지를 목표로 삼고 진행돼서는 안 된다”며 “수사권 조정안을 위해 검찰과 경찰뿐 아니라 법조계, 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한변호사협회 이찬희 협회장이 개회사를 진행하고 있다. / 김민수 기자

이날 수사권 조정의 총책임자로서 검찰 측 대표로는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이 참여했고 경찰 측에서는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이 참여했다.

김 단장은 “형사부 검사로 오랜기간 재직했지만 우리나라 검찰은 막강하다. 하지만 경찰도 검찰 못지않게 막강한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치안, 보안, 경비, 교통, 정보수집권까지 독점한 경찰은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그는 OECD 36개국 중 29개 국가가 검사의 수사지휘 제도를 통해 수사를 통제한다며 검사의 수사지휘가 전근대적 제도라는 주장은 사실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OECD 회원국 대다수가 몰려있는 유럽은 최근 유럽연합 검찰청 설립에 관한 규정(안)을 제정했다. 안 4조는 ‘유럽연합 검찰청은 제1항에 규정된 범죄(유럽연합의 재정적 이익을 해치는 범죄)의 범인 및 공범에 대한 수사, 기소, 공판을 담당한다. 위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럽연합 검찰청은 수사를 지휘(direct)・감독(supervise)하며, 기소업무(불기소 포함)를 수행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김 단장은 “검사의 수사지휘가 전근대적이라고 하는 주장은 유럽연합의 검찰청이 전근대적이라는 말과 같다”며 “수사지휘에 의한 사법통제는 글로벌하고 보편적 제도”라고 강조했다.
 

▲ 이찬희 변호사는 협회장이 심포지엄 좌장을 맡은 경우는 최초라며 스폰서검사사건 특별검사팀 특별수사관이자 경찰개혁위원회 위원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한 쪽으로 의견이 치우치지 않게끔 배의 키를 조종하는 조타수 역할을 맡았다. 왼쪽부터 김지미 변호사,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 박주현 변호사 / 김민수 기자

반면 경찰 대표로 참석한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정 단장은 “경찰에게 수사개시권을 부여하는 것이 검사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구조에서는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남용할 수 있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경찰이 견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6조(사법경찰관리)에 따르면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이번 신속처리법안(패스트트랙)에 의해 이 규정은 당위에서 벗어나 ‘검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로 개정된다.
 

 

이 단장은 “신속처리법안에는 송치요구권 징계요구권 등 경찰에 대한 검사의 우월적 지위를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사실상 수사지휘와 다름이 없다는 일부 경찰들의 비판이 있지만 검사의 무정형적 지휘가 구체화된 견제권으로 변화하고 보완수사요구 등 특정 요구에 대해서는 경찰의 정당성 판단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현행 수사지휘는 폐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토론자 발표 외에도 플로어 질의응답에서도 검경수사권 조정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파주경찰서 장흥덕 수사관은 “패스트트랙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현장에서 업무를 해보면 검사와 경찰이 대화가 잘되지 않는다. 실무적으로는 검사와 경찰이 갑을관계라 제대로 된 답변을 듣기도 힘들고, 검사가 경찰서에 방문해도 고위 간부와 식사하러 가는 게 전부다. 실무자도 검사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경찰, 검사, 변호사, 교수 등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김민수 기자

마포경찰서 김상규 수사과장은 “검사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수사 진도가 제대로 못 나간다. 일이 급한데 검찰, 법원을 오가면 일이 늘어나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없는 구조다”라고 털어놓았다.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8조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은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검사 수사지휘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이견이 있거나 지휘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이행하기 어려울 때에는 해당 검사에게 의견을 밝히고 재지휘를 건의할 수 있다.

다만 과거부터 이어져 왔던 검경 간 갑을관계 때문에 이를 알고 있음에도 실제 수사에 활용하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

김 단장은 “수사는 편해서는 안 된다. 당장 미란다원칙만 보더라도 얼마나 황당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왜 지금까지 있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수사절차는 원칙을 지키는 것. 절차가 곧 정의”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이찬희 협회장은 “변호사로서 입회를 가보면 법률조항 따지는 변호사에게 그게 안 된다고 비아냥거리는 이들이 있다. 검찰도 개혁되어야 하지만 경찰도 반성해야 한다”며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누가 갖느냐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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