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호사시험 오탈자들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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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변호사시험 오탈자들의 비애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9.07.05 12:34
  •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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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 제9세미나실에서는 김경진 국회의원, 대한법조인협회 주최로 변호사시험에서의 ‘5년 내 5회’ 응시제한 해결을 두고 진지한 토론과 뜨거운 공방이 펼쳐졌다. 같은 시간대에 옆 제1세미나실에서는 조응천 국회의원, 한국법조인협회가 주최한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색적이게도 사법연수원 출신 청년변호사들로 구성된 대한법조인협회가 ‘로스쿨’ ‘변호사시험’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주제로 잡고 개선방향을 논의한 반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는 법조현실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논의했다.

양 토론회의 외견상 분위기도 사뭇 달라보였다. 전자에는 변호사시험에서 응시기회를 모두 잃은 소위 ‘오탈자’(五脫者), 사법시험존치활동가, 그 외 법조인양성제도에 관심 있어 참여한, 평상복을 입은 이들이 다수를 이뤘고 후자에는 모두가 정장을 깔끔히 차려입은 관련직역 전문가들이 대다수였다.

비슷한 시기에 로스쿨을 나왔지만 법조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응시기회를 더 달라는 오탈자 그룹과 이미 법조인이 돼 법조시장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개척해 나가려는 그룹으로 선명하게 대비됐다.

경쟁사회에서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왠지 씁쓸함이 더했다. 분명 경쟁도 좋고 승패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우리 헌법은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라고 밝히고 있는데 ‘왜, 국가가 개인의 도전과 기회를 일정 횟수와 기간으로 제한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힘껏 더 노력해 보력해 보라”고 낙오자를 다독이고 격려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 아닌가 하는 원론적 질문을 늘 품어와서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오탈의 사연을 숱하게 들어왔던 터라 기자는 “합격률이 99%라고 하더라도 1% 개인의 선택권이 보장돼야 하며 도전 여부는 개인 선택의 문제”라며 오탈제도를 비판해 왔었다.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처럼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지면된다는 지론이다. 군복무를 제외한 어떠한 예외도 허용하고 있지 않는 것은 더욱 심각하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오탈누나로 불리는 오탈자 한 명도 지정토론자로 참여해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소신을 폈다. 또 방청석 자유토론에서는 오탈자와 예비시험 주장자 간 격론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오탈한 제자들이 어떤 애로를 겪고 있으며 어떠한 심정에서 변호사시험법 제7조 폐지를 주장하는지, 로스쿨 교수들도 이날 심포지엄에 한 번 들렀더라면 좋았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심포지엄이 끝난 후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오탈자들의 뒷모습이 어찌나 측은해 보이던지, ‘그래도 희망들을 버리지 마세요...’라고 속으로 응원했다. 얼마 전 “과거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사시폐지에 그렇게 반발하던 그 심정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며 분노를 삼키던 한 오탈자의 모습이 이들과 오버랩 됐다. “당신들은 오탈제도가 있는 것을 알고 로스쿨에 입학했지 않나”라는 꽤 날카로운 비판도 이날 있었지만 “그럼에도, 합리성을 결한 제도는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주최 측의 한 변호사는 “오탈제 문제가 단순히 오탈폐지의 문제로 해결될 수 있겠나”라며 오탈자들이 주장하는 현 제도 내에서의 오탈제도 폐지에는 부정적 견해를 귀띔했다. 설령 변호사시험법 제7조가 폐기된들 이미 오탈이 된 670여명에게 소급효가 적용되기는 만무하므로 예비시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탈제도를 방치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개선할 것인지, 아니면 제3의 방안으로 예비시험을 통해서라도 이들을 구제할 것인지, 지금부터라도 원점에서 모두가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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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존치 2019-07-31 03:25:19
그래서 사법시험이 우수하고 공정한 제도인 것입니다.
예비시험이라는 명칭이든 신 사법시험이든 명칭은 중요치 않습니다.
사법시험 부활해야 합니다.

오탈폐지 2019-07-21 06:03:03
운전면허시험도 5년5회 낙방하면 사고낼 가능성 높으니 평생응시제한해야 하나?
애초에 입법취지가 80%이상의 합격률 설계로 오탈제를 만든건데 고시낭인이 그렇게나 걱정이면 공무원시험, 의사고시, 임용고시, 회계사 등 모든 선발시험과 자격시험을 5년5회 평생응시자격 박탈시켜라.

오탈폐지 2019-07-21 06:01:08
운전면허시험도 5년5회 낙방하면 사고낼 가능성 높으니 평생응시제한해야 하나?
애초에 입법취지가 80%이상의 합격률 설계로 오탈제를 만든건데 고시낭인이 그렇게나 걱정이면 공무원시험, 의사고시, 임용고시, 회계사 등 모든 선발시험과 자격시험을 5년5회 평생응시자격 박탈시켜라.

ㅇㅇ 2019-07-10 16:58:45
오탈자랑 폐시생 위한 사시 만들면 될 듯

ㅇㅇ 2019-07-09 17:41:21
일단 입학전형에 법학을 넣어야 됨. 법학 1도 공부안하고 적성에 맞는지도 모르고 대충 학점 리트되니까 입학하는 사람 부지기수죠. 아예 1학년 말에 법학 적성이 안보이는 사람들을 잘라내야됩니다. 통계를 보면 알겠지만 떨어지는 사람들은 5년을 투입해도 계속 떨어지는 시험이죠. 삼시까지가 그나마 합격가능성있다고 보고 4시부턴 정말 희박합니다. 사시낭인들도 솔까 머리가 법학에 안맞거나 무늬만 고시생이라서 30년해도 못붙을 사람 많았는데 국가에서 제한안거니까 5수 6수 7수 이렇게 시간만 보내다가 인생 조진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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