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19)-자살공화국 - 존재와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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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19)-자살공화국 - 존재와 목적
  • 강신업
  • 승인 2019.07.0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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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인간은 누구나 자유를 꿈꾼다. 인간은 항상 자유를 꿈꾼다. 인간은 어디서든 자유를 꿈꾼다. 그러나 막상 자유가 주어지면 그 자유를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그 자유의 소중함도 알지 못하다가 자유를 빼앗기고 나서야 다시 자유를 갈망한다. 그것은 마치 인간이 목이 말라봐야 물의 소중함을 알고 배를 굶주려봐야 음식의 소중함을 아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인간이 이렇게 항상 자유를 갈구하면서도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유가 주는 불안 때문이다. 자유가 언제, 어느 때 사라질지 모른다는 인식은 인간을 불안하게 하고 그 불안은 다시 인간의 삶을 좀 먹는다. 자유롭다는 것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자유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인간이 자유를 잃는 것은 대개 본능에 얽매이거나 환경에 얽매이는 경우다. 인간은 사실 자연계에서 본능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임에도 많은 경우 본능에 굴복하고 만다. 인간은 또한 주어진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동물임에도 실제로는 많은 경우 환경에 종속된다. 그리고 인간은 이렇게 본능과 환경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까닭에 언제든 자유를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것은 다시 나의 본능과 나의 환경이 언젠가 불시에 나를 구속하고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존재의 유한성이다. 인간은 기껏해야 죽음의 집행을 유예 받은 자에 불과하다는 인식은 절대적 무한자인 자연과 신 앞에 인간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고, 이러한 유한성에 대한 인식은 인간의 자유는 물론 인간 존재 자체까지 하잘 것 없는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허무주의는 다시 불안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인간이 유한하다는 것은 오히려 인간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꽃이 아름답게 피지만 시드는 것과 같이 인간 또한 났다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꽃이 스스로 시드는 것을 슬퍼하지 않듯 인간 역시 죽는다는 사실을 슬퍼할 필요가 없다. 꽃은 열흘 후에 질 것을 두려워하며 주저주저 피지 않는다. 나비는 몇 달을 못가 죽는다하여 주저주저 날지 않는다. 인간이 백년도 못가 죽는다 하여 오늘의 삶을 주저주저 하며 죽음에 얽매여 살 까닭은 없는 것이다. 존재가 진정한 자유를 얻는 방법은 죽음의 불안에 떠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앞서 각오함으로써 죽음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때 인간은 비로소 삶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온전히 자유로울 때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 인간이 진정 자유롭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삶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은 어른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사는 것은 목표를 이루거나 성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많은 경우 결과에 집착하고 목표에 집착한다. 많은 사람들은, 특정한 인간이 되고, 특정한 직업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하도록 양육되고, 가족이나 사회는 또 확실히 그렇게 되도록 주의 깊게 감시한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급기야 대한민국에 자살공화국이라는 매우 불명예스런 타이틀을 부여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지난 10년간 141,233명이 자살하고, 최근 5년 동안만 하더라도 67,331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2017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2,463명이고 전체 사망자의 4.6%가 자살사망자다. 1일 평균 자살자 수가 34.1명이니 1시간에 1.4명이 자살하는 꼴이다. 대한민국에 유독 자살이 많은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지나치게 결과 지향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한국인의 삶의 태도와 사회적 분위기가 인간의 삶을 축소시키고 급기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 때문은 아닌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좀 더 유연해지고 좀 더 자유로워진다면 자살율도 줄게 될 것이다. 존재에는 목적이 없고 이유가 없다. 존재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고 이유다. 이제 우리 사회도 인간 존재와 자유 그리고 목적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살아야 한다. 그것이 태어난 이유이자 삶의 유일한 목적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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