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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일본의 경제보복과 한국의 대응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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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일본의 경제보복과 한국의 대응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 신희섭
  • 승인 2019.07.05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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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을 무시하는 국가가 있다.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우리는 일본을 ‘쪽발이의 나라’라고 부른다. 전세계 2위 경제대국일 때도 깔아뭉갰고 일본 경제가 고꾸라져 회복이 더딘 현재에도 무시한다.

우리가 무시하는 일본이 7월 4일 부로 반도체 핵심 부품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작한다. 삼성과 SK의 반도체에 들어가는 3가지 품목에 대해 한국 유입을 막은 것이다. 3가지 품목 중에서 2가지는 일본 의존도가 90%를 넘는다고 한다. 2달에서 3달 뒤 재고가 떨어질 때쯤 한국 기업들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다.

이번 조치는 아베정부가 오랫동안 벼르고 준비한 것이다. 안보상 이유라는 ‘명분’, 반도체 핵심 품목 3가지라는 ‘공격대상’, 자유무역을 논의한 G20정상회의 이틀 후라는 ‘시기’를 볼 때 그렇다.

아베수상의 발표 후 한국은 두 입장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일본을 비난하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나 동경올림픽 보이콧 같은 전면전을 펴자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한국정부에 대해 왜 이런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에 제대로 대비를 하지 못했는지를 비판하는 입장이다. 전자는 민족주의 입장이고 후자는 진보-보수의 입장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관점은 상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정확히 보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식’과 ‘전략’의 문제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는 21세기 자유무역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다. 그것도 일국의 사법부 판결에 대해 정치적으로 무역보복조치를 꺼내든 것은 강대국의 만행이다. 그러니 우선적으로 비난받을 것은 일본 아베 정부다. 그렇다고 해서 현 정부인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일본에 대한 ‘인식’과 ‘전략’ 부재 때문이다.

일본이 이 시점에서 이런 초강수를 둘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하지 못할 수는 있다. 허를 찔린 우리 정부가 경제대국인 일본을 상대로 어떤 대응방안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업들의 예상 피해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정부부처 간에 합의하는 것도 시간이 든다. 그래서 일본에 화가 난 한국 시민들을 만족시킬 만한 정책방안을 당장에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부분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대비 부족과 빠른 대응책 마련의 어려움을 인정한다고 해도 현재 시점에서 현 정부가 정치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은 앞 서 말한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일본에 대한 인식문제고 두 번째는 일본에 대한 전략부재 문제다.

현 정부나 전임 정부나 모두 일본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의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보복조치 이전에도 몇 군데서 제기된 일본 보복가능성을 우리 정부는 별거 아닌 듯이 지나쳤다. 한국은 일본을 미워할 수 있다. 일반 국민이나 지도자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본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일본은 여러 가지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우선 ‘지정학적’으로 일본은 한국에 가장 가까운 국가이다. 또한 우리가 수출입을 하는 바닷길을 통제할 수 있는 나라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강대국의 반열에 두 번이나 오른 국가이다. ‘전략적’으로 일본은 집요함의 ‘끝판왕’이다. 그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변태적일 정도로 철저한 준비를 한다.

역사가 이를 잘 말해준다.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 이전부터 먼 미래에 미국과 전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제국국책요강’을 수립한 국가이다. 미국의 진주만을 공격하기 위해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을 어뢰 투하 훈련을 했다. 일본은 1997년 ASEM재무장관 회의에서 IMF를 대체하는 AMF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가 미국에 의해 제지당하자 지금의 치앙마이이니셔티브라는 통화스와프 제도로 우회한 집요한 국가이다. 1972년 닉슨이 일본에 일언반구 없이 중국을 방문해 ‘닉슨쇼크’를 주자 2002년 고이즈미 총리의 깜짝 북한방문으로 앙갚음 하였다.

일본이 대단하니 존경하자는 것이 아니다. 일본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그래야만 한다. 식민지의 기억 때문만이 아니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때의 기억도 있다. 일본은 한국에서 제일 먼저 돈을 뺐고 채권만기를 거부하여 한국의 국가부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똑같이 안 당하려면 잘 알아야 한다.

일본은 복수의 아이콘이다. 여기에는 역사적 요인이 있다. 현재 일본 엘리트층의 70%는 메이지유신 시절 사무라이의 후손들이다. 이들에게 무사도는 중요하다. 무사도는 집요함과 극단적 용기를 강조한다. 게다가 반드시 복수하라고 가르쳐왔다.

일본의 보복에 따른 현 위기에서 가장 핵심은 한국정부가 일본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연초에 제기된 일본의 보복가능성에 대해 “그러거나 말거나”로 대응한 것이다. 이런 인식은 민족주의 노선에 의해 더욱 강화되어왔다. 민족주의는 정치적으로 수지타산이 맞는다. 국내적으로 정적을 만들지 않으면서 외부에서 적을 찾아낸다. 또한 지지율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계급대립과 남북대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한국만 민족주의 정서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도 민족주의를 사용하여 정치적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니 한국의 민족주의 전략을 비난하면 안 된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민족주의 ‘정서’는 상대적으로 힘이 부족한 국가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객관적 상황파악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략을 만들 필요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만약 한국정부가 일본의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거나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런 인식 자체는 한국정부의 ‘오만’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과 경제운영방식은 일본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한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긋지긋한 일본과 손을 털고 자립형경제로 가려고 노력할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 세계화의 시대에 그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1997년 외환위기시 미국에게 2016년 THAAD위기 시 중국에게 한 방씩 맞은 경험이 있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일본 없는 경제’를 건설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강대국에 의해 포위된 한국은 지정학적 숙명이 강하다. 그러니 힘의 관계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국가들보다 더 많은 전략을 강구하고 더 현실적인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뼈저리게 배워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일본은 미워할 수 있지만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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