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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직 9급 고용노동부 최종합격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올리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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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직 9급 고용노동부 최종합격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올리는 편지”
  • 백영길
  • 승인 2019.07.02 12: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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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길 합격생과는 2017년 가을에 만났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안고 살아오면서도 밝고 쾌활한 성격을 늘 지녔던 친구입니다. 장애는 중증으로 병원에서도 치료가 불가능하여 더 악화되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올해 병원 진료 결과,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는 진단을 받고 방황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전국 일주(一走)를 하며 마음을 다 잡고 희망의 증거가 되기 위한 도전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것이 2019년 1월부터입니다. 4월 국가직 시험에 행정학, 사회를 선택과목으로 하였고 합격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습니다. 무던히도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던 상황,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넉넉지 않은 경제상황과 아픈 몸을 이끌고도 잘 따라와 준 백영길 합격생의 수기를 전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 수험생활을 묵묵히 해 가는 수험생들에게 좋은 본보기와 고통을 이겨내는 작은 용기를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명재 공무원 수험 연구소 제공

2019년 국가직 고용노동부 직업상담직렬 장애직 합격생, 백영길

▲ 백영길 수험생의 공부 모습

 

어머니!
어린 아들을 장애아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를 내셨습니까.


어머니!

오늘 하루도 다치지 않았나? 노심초사 찾아간 아들이

제 어미도 못 본 체하며, 친구들과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셨을 때

얼마나 참담한 심경을 참아내셨습니까.

 

성공률 30%의 마지막 수술, 그 직전의 통화에서

전 사실, 직감했었습니다.

'이 통화가 마지막이겠구나.'

그 때 말씀드려야 했습니다.

‘사랑한다고’

 

삐- 소리와 함께 한 줄로 이어지는 당신의 심장과도 같은

그 기계를 보며, 삶에 대한 한 움큼, 한 줌의 의지라도 더해 줄 그 진심(眞心)을

전하지 못한 제 얄팍한 자존심이

끝내 당신을 이 생(生)으로부터 떠나게 만든 것만 같아,

전 참 오랫동안 저 스스로를 원망했습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당신의 아픔마저 고스란히 물려받은

저조차 건강의 악신호가 찾아들며,

자그마치 6년.

6년의 시간을 방황했습니다.

 

어머니!

나의 방황은 정당하다고 믿었습니다.

장애, 아픔, 그리고 외로움.

세상의 모든 비난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최고의 변명꺼리였으니까요.

 

그렇게 총명함을 잃었고,

노력을 잊었고 미래를 닫았습니다.

바람 앞에 등불같은 인생.

무슨 의미가 있겠거니 하며 말이죠.

 

유희!

마지막 유희.

부쩍 말라버린 아버지를 뒤로하고 떠나온 서울행 기차.

괜한 마음의 빚을 더하기 싫어

공부하러 떠나겠단 그 작은 변명이

뜻밖의 인연을 만들게 될 줄은....

전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2017년 9월 21일.

그렇게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당최 희한한 인물.

아무 경계의 눈빛이나, 동정의 눈빛도 없이.

"귀엽게 생기신 분이네"라는 한마디.

생전 처음 받아보는 일반인 대우에

어머니, 제 마음이 얼마나 편했는지 아십니까.

 

그 분을 따라 동대문 시장의 새벽길을 걸었고

홍대의 열정을 엿봤으며, 생전 나와는 인연이 없을 것 같던

이태원 거리의 화려함도 즐겼습니다.

마치 '삶이란 이런 거란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만 같은

그 분의 기행(奇行)에,

어머니! 전, 남들에게 비치는 허울 좋은 가면의 웃음을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우연(偶然)이 닿은 곳 치곤 많이 특이한 곳이었죠?

식당주인 출신 공무원 4관왕(현재는 7관왕)이자

80여 권의 수험서 저자, 그리고 직강 교수님을....

하필. 내가. 여기서. 이렇게. 만나다니.

 

그 분의 곁에 있으며

제가 엿본 것은.

나눔의 미학,

노력의 대가(對價),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

그리고 기다림.

그 기다림 속엔 저 또한 포함이 되어 있었으며,

지금,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네. 제가 합격했습니다.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저보다 더 기뻐하는 그 분의 모습을 보며,

주위의 기대 이상의 축하인사를 받으며,

제가 또 그분께 은혜를 입었음을 실감합니다.

 

어머니.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당당해졌고

번듯한 직장도 얻었어요.

언제 또 여름 장마같은 우울이

한 겨울 눈같은 시린 아픔이 찾아올지 모르지만,

그 사이 반드시 찾아오는 봄의 미풍과

가을의 낙엽을 알기에.

더 이상 도망치진 않을 거예요.

 

4년 만인가요.

엄마가 좋아하는 꽃 한 송이 사서,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백영길 수험생의 어머니 생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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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2019-07-31 06:34:22
힘든수험에서보석처럼값진기억만갖고
단단하게,행복하게사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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