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험 ‘감독’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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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험 ‘감독’에 대해
  • 송기춘
  • 승인 2019.06.28 10:51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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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적평가를 엄격하게 상대평가로 하면 학생들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성적에 신경을 쓰게 된다. 평가가 상대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른 집단에 속했더라면 다른 평가를 받았을 텐데, 우연히 어떤 집단에 들어갔다는 이유 때문에 억울한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답안지를 열람할 때도 자기 답안 뿐 아니라 (잘 쓴) 다른 학생의 답안지를 보여달라고 한다. 논리적으로는 다른 모든 학생의 답안지를 보여 달라는 요구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학생에 대한 채점이 공정해야 자기에 대한 평가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성적에 따라 장학금이 배분되고 직장추천이나 취업이 이뤄지니 스스로의 실력 향상과 함께 내가 누구와 경쟁을 하느냐, 또는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불리하게 평가되는 게 아니냐는 데 관심이 커진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학생들이 이러한 문제가 있는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데 그리 적극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절대평가에서 벌어지는 성적인플레 때문에 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변별력 없는 점수만 받게 될 걱정 때문이다. 열심히 한 학생이 손해라는 것이다.

상대평가 제도에서 이러한 관심은 엄격한 시험감독을 요청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누군가가 부정한 행위를 통해 나보다 좋은 성적을 얻게 되는 일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등학교부터 엄격한 시험 감독을 거쳐 대학에 온 사람들 아닌가. 며칠 전 고등학교 교사에게 들으니, 시험 때 한 교실에 교사 두 분씩 들어가 감독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담당 과목의 선생이 직접 시험 감독에 들어가 그토록 엄격하게 감독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지는 의문이다. 학기 중에는 학생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가르치다가 시험 때만 되면 두 눈을 부릅뜨고 학생들을 언제라도 부정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로 의심하고 의심하여 대하는 게 말이다. 시험용 법전을 참고하여 시험을 치르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도 누군가는 시험에 사용될지 모르는 내용을 자기 법전에 적어서 시험 중에 참고를 하는지 시험 시작 전에 법전을 모두 거둬서 다시 섞어 나눠주라는 친절한 안내까지 등장한다. 직업윤리와 양심이 그 어느 직역보다 강조되어야 할 로스쿨에서 이러한 시험관리의 방식은 스스로 자신의 윤리적 수준을 낮추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친 20여 년 동안 시험 부정행위를 하다가 내 눈에 걸린 학생은 없었다. 많은 경우 다른 자료를 봐도 답안 작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를 낸 탓에 부정행위가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나 나름의 교육에 대한 생각 때문에 학생들의 행동을 의심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아 ‘매의 눈’을 가진 이들의 시험감독 안목에 도저히 미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말한다. 나는 감독하러 들어온 게 아니라 출제된 문제에 대한 오류 정정이나 질문을 받기 위해 왔고, 시험에 필요한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법률가가 될 사람들이니 양심적으로 시험을 보시기 바란다라고. 그리고 나는 그게 장래의 법률가들을 양성하는 학교의 시험방식으로 맞다고 생각한다. 시험감독조차 없애는 걸로 가야 한다. 시험의 방식에서 사람을 대하는 관점이나 태도는 사람을 그러한 모습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떠한 법률가를 지향하는가.

그러나 학생들이 생각하는 건 다른 모양이다. 그리고 실제도 다른 모양이다. 내 생각이 구현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지도 모른다. 교수가 시험 도중에 졸고 있는 것도, 심지어 10분 동안 보는 시험에서 20-30초를 더 쓴 걸 방임했다는 것도 국민신문고에 올릴 불만사항이다. 그러면 시험 도중에 계속 수험생과 대결하듯이 매의 눈으로 감독해야 하고 한시라도 눈길을 다른 데로 돌려서도 안 되나, 시험 종료하면 머리에 손 올리고 일어나서 나가라고 하고 시험지를 수거해야 하나, 정말 그렇게 대우되어도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려나, 정말 직업윤리에 충실한 법률가를 양성하는 로스쿨에서 이게 답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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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보자 2019-07-04 21:34:21
문제는 한국에서는 이성이 통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시험감독을 엄격하게 하지 않으면,
뻔뻔하게 부정행위를 한 자들이 이익을 누리게 됩니다.
호의와 선의는 현실을 도외시하는 공염불입니다.
병원측과 피해자, 보험회사 직원이 짜고
'나이롱환자'로 보험금을 빼내가는 것이
비일비재한 것이 한국입니다.
세금 안내고 호의호식하며 버젓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이
한국입니다.
알량한 선의를 앞세우다 정의가 무너집니다.

정신차리세요 2019-07-03 17:52:01
많은 경우 다른 자료를 봐도 답안 작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를 낸 탓에... 아시긴아시네요 ㅋㅋㅋ 정작 로스쿨 교육 취지와 거꾸로 가시면서 수업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항의에는 침묵을 넘어서서 훼방까지 놓으시며 실무출신 헌법교수나 강사들의 강의는 어떻게든 막아서고 강단보다는 지역정치권이나 데모판에 더 많이 기웃거리시면서 혼자 이 나라 민주주의는 다 지키시는 줄 아시죠.

음.. 2019-06-29 22:22:10
밑에 폐시충들이나 백수들은 로스쿨 관련 기사라면 어떤 내용을 막론하고 두 눈을 부릅뜨고 까대기 바쁘지만 교수님의 글 백번 공감합니다.

로스쿨의 적 2019-06-29 15:35:01
은 다름 아닌 로교수들
연간 이천에 육박하는 수업치고는
들을 가치가 없는게 너무 많음

비공감 2019-06-28 11:51:59
공감하기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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