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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18)-노동소외, 노동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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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18)-노동소외, 노동소멸
  • 강신업
  • 승인 2019.06.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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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본질적으로 노동은 동물과 인간을 구별 짓는 요소다. 동물과 인간의 여러 차이 가운데서도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동물은 주어진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지만,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연을 자신의 목적과 필요에 적응시킨다는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인간의 노동은 생존에 필요한 질료를 인간에게 제공한다는 의미를 넘어 인간에 내재된 능력을 고양시키고 인간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가능을 수행한다. 특히 인간은 창조적 노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대상화하고, 또 이렇게 대상화된 세계에서 자기를 직관하고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게 되는데, 인간은 이렇게 자기를 대상화하여 인식할 수 있는 의식적인 존재인 까닭에 노동을 통해서 삶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인간에게 노동은 인간의 유희적 본질을 구현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삶의 장이자 터전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인간의 노동은 인간 존립의 기초다. 노동은 공동체 구성원들로 하여금 각자의 역할을 통해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때문에 노동은 단순한 생계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삶의 지팡이요, 공동체의 건강한 존립의 주춧돌이다. 때문에 노동에 관해 항상 중요하게 대두될 수밖에 없는 문제는 ‘일할 권리’를 확보하는 문제다. 노동은 그 자체로 인간 삶과 존재의 근본이기 때문에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소외당한다는 것은 자아실현과 공동체 발전의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것이고 삶의 기초를 상실한다는 문제가 된다. 때문에 노동소외 현상이 가속화 되는 21세기 현대사회에서 노동문제는 더 이상 자본 대 노동의 대립이나 노동착취의 문제가 아니라 취업 대 실업의 문제다. 더욱이 인공지능 시대가 급속히 현실화됨에 따라 노동은 더 이상 모든 인간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다. 이제 노동 문제의 중심은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 일할 권리를 어떻게 확보하고 또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로 이동되었다. 노동소외가 노동문제의 중심이 되었다는 말이다.

노동소외는 원래 생산수단의 소유와 노동의 분리가 이루어져 있는 자본제 경영체제하에서 기계에 의한 생산이 점차 늘어나고, 다시 경영조직의 대규모화가 진행됨에 따라 노동자가 인간적 가치를 상실하게 되어 무력감이나 좌절감을 갖게 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로 쓰여 왔다. 칼 막스(Karl Heinrich Marx,v 1818~1883)는 이를 매뉴팩처와 노동소외라는 관점에서 고찰하고 노동소외를 자본주의 사회의 병적 현상으로 파악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논하는 노동소외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일을 뺏겨 노동으로부터 강제 분리되는 노동박탈의 문제다. 한 마디로 단순히 노동자의 인간적 가치저하 현상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동물과 구별 짓는 노동 자체를 잃고 자칫 동물과 같은 수준으로 전락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한편 제러미 리프킨(Jeremi Rifkin 1945 ~)은 노동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자리 나누기,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 또는 기본소득(basic income)의 지급 등을 대안으로 들고 있는데, 이중 기본소득은 최근 일부 선진국에서 시도되는 것으로 국민 모두에게 소득과 관계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정 금액을 나눠주는 것이다. 기본소득의 지급은 노동소외로 인해 발생하는 생계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유적 존재인 인간에게 새로운 유희의 장을 여는 기회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제러미 리프킨 류의 해결방법이 노동소외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아무튼 인간이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급기야 노동소외가 아닌 노동소멸의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인류가 한 번도 겪지 못했던 미지의 장으로 던져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칫 인간 퇴화와 인간 사회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분명한 것은 더 늦기 전에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소외와 노동소멸의 시대, 인간은 어떤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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