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검찰 과거사조사위,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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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검찰 과거사조사위, 무엇을 남겼나
  • 최진녕
  • 승인 2019.06.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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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검찰 과거사 조사위원회의 활동이 수많은 논란 끝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간 3번의 기간 연장에 걸쳐 18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 한 것이다. 과거사 조사위는 2017년 12월 과거 검찰에 의한 인권침해 또는 권한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유사사례의 재발방지 및 피해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발족했다.

권력기관의 과거사 진상규명과 사과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사 정리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자체 위원회를 설치해 후속 작업을 진행했고, 사법부도 이듬해인 2005년 9월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후 과거 법원의 잘못된 판결에 대해 재심 판결 방식으로 과거사를 정리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러한 조치를 외면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부터 검찰만 유독 과거사 정리를 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면서 법무부가 ‘검찰 과거사 조사위원회’를 설치한 것이다.

과거사위의 진상규명 대상은 재심 등 법원 판결로 무죄 확정된 사건 중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된 사건,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의혹이 상당한데도 검찰이 수사 및 공소를 거부하거나 현저히 지연시킨 사건 등이다.

과거사위는 1차적으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2013), 약촌오거리 살인누명 사건(2000),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2012)등 12개 사건을 선정했고, 2차적으로 장자연 리스트(2009), 용산지역 철거 사건(용산참사, 2009) 등 5건을 포함해서 총 17개 사건(2개의 포괄적 사건 포함)을 조사했다.

하지만 과거사 조사위의 이러한 사건 선정에 대해 과거 정의 바로 세우기냐, 지난 정부 관련자에 대한 표적수사냐 하는 논란이 처음부터 재기되었다. 조사위의 구성과 활동에 대한 평가도 극명히 갈리고 있으며, 조사 대상자들이 조사위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후폭풍이 여전하다. 그 성과와 한계는 무엇이며, 앞으로 검찰 개혁의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먼저 성과에 대해 생각해 보자. 상징적 성과는 검찰총장의 사과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8월 기자 간담회에서 “검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검찰총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강제조사권이 없고 일부 자료가 유실되는 등 현실적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조사위가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 대해 수사 권고를 한 결과, 검찰이 김학의를 포함한 주요 피의자들을 구속 기소했다. 법무부도 지난 12일 조사단 활동 종료에 관한 발표를 하면서 김학의 사건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하지만 내놓을 만한 성과는 미미한 반면 비판의 목소리와 후폭풍이 거세다. 우선 위원회 구성과 운영 과정상 난맥상에 대한 비판은 뼈아프다. 김갑배 위원장은 위원회 기간 연장과 관련한 논란 끝에 임기 중 사임했다. 위원회의 실무 기구인 대검 진상조사위원회의 박준영 변호사도 김학의 사건과 관련하여 주심 위원의 10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가 작성자의 의사에 반하게 난도질당했다고 비판하면서 옷을 벗었다.

가장 논란이 큰 사안은 용산 참사사건 조사다. 과거사 조사 대상 17건 중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난 사건으로서는 유일하게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20여 명의 검사들 중 절반은 아직 현직이다. 게다가 과거사위 위원 4명과 진상조사단 민간 위원 1명이 용산사건 재판을 맡았던 법무법인의 전·현직 변호사다. 철거민 농성자를 변론한 변호사가 국가를 대리해 같은 사건의 과거사 사건을 조사한 셈이다.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장이 될 수 없다”는 근대 사법원리에도 반한다. 이래서야 조사 과정과 결과의 공정성이 애초부터 담보될 수 있었겠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8개월 동안 3차례나 연장한 결과가 고작 이거냐는 비난이 만만찮다. 조사 권고에 따라 수사 후 기소된 것은 김학의 개인비리인 뇌물 사건 하나에 불과하다. 과거사위 발족 취지가 과거 검찰에 의한 인권침해 또는 권한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피해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것 아니었나? 태산을 울렸지만, 고작 나온 것은 쥐 한마리란 옛 말 그대로다.

장자연 사건도 뒷 끝이 찝찝하다. 장자연 사건이 윤지오 사건으로 변질되면서, 진실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 장자연 씨 관련 사건은 특히 국민적 관심이 높았지만, 과거사위은 장자연 리스트나 성폭행 의혹은 확인 못했다며 “재수사 불가”로 결론 내렸다. 유일한 증인이라며 여당 국회의원의 도움을 받고 지상파 방송에 수차례 출연하여 의혹을 제기한 윤지오는 정작 진상조사단 조사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번복하는 등 횡설수설하다가 급기야 사기와 명예훼손 등 고소를 당하자 캐나다고 꽁무니를 뺐다. 관계자들은 윤지오가 고 장자연씨의 억울한 죽음을 자신의 돈벌이에 이용했다며 비난하고, 윤지오에게 성금을 보낸 수백 명의 사람들은 사기 모금이라며 수 천 만원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 장관은 장자연 리스트에 관한 진실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김학의·장자연 사건’ 등 과거사위가 재수사를 권고한 사건이 검찰 수사 결과 잇따라 근거 없는 것으로 나타나며 과거사위에 대한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과거사위의 섣부른 의혹 제기가 자초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조사대상이던 한상대 검찰총장 등이 진상조사위 관계자를 피의사실 공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고소했고, 곽상도 한국당 의원도 제기된 직권남용 의혹에 무혐의 결과가 나오면서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의 갑질을 밝히라고 했더니 과거사 조사위가 갑질한 것 아니냐며, 피의사실공표를 검찰의 대표적 병폐로 지목한 과거사위가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은 요즘 말로 “뼈 때린다.” 뭐든 과유불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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