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31)-접견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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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31)-접견피싱
  • 신종범
  • 승인 2019.06.21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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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최근 변호사협회로부터 피싱에 주의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일부 구치소 수용자들이 변호인 선임을 구실로 접견을 요구하고, 변호사가 접견을 가면 상담만 받은 후 실제 선임은 하지 않는 사례가 많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었다. 소위 '접견피싱'으로 소개된 사례는 다음과 같았다.

최근 개업한 A변호사는 한 여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아들이 동부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데, 변호사님의 연락처를 주면서 연락해보라고 해서 연락드린다"며 "변호사님이 접견 한번 와주시면 아들이 상담을 받은 후에 선임하겠다고 한다"고 했다. A변호사는 얼마 후 해당 수용자를 찾아가 접견을 했다. 상담을 마치자 그 수용자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하고는 접견을 끝내고 수용동으로 들어갔다. A변호사는 연락을 기다렸지만 더 이상 연락은 오지 않았다.

B변호사는 자신이 맡은 국선변호사건의 피고인 갑으로부터 "다른 수감자의 사건 의뢰까지 부탁하겠다. 한 번 더 접견을 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갑 외 세 명의 수감자와 접견을 했다. 그런데, 그들은 이미 변호인이 선임돼 있거나 국선변호를 신청할 예정이었고, 갑이 만나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온 수감자들이었다. 갑은 다른 수용자들의 선임을 미끼(?)로 본인 접견 횟수를 늘리려 한 것이다. 이후 갑은 B변호사에게 편지를 보내 “국선을 사선으로 전환하고자 하니 위임계약서를 가지고 접견을 와 달라”고 요청했다. B변호사는 다시 갑을 접견하고 위임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약속된 날이 지나도 수임료는 입금되지 않았다.

헌법상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고, 형사소송법은 변호인 뿐만 아니라 변호인이 되려는 자도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접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A변호사는 아직 변호인으로 선임되지 않았지만, 변호인이 되려는 자로 수용자의 접견이 가능하고, 이를 근거로 구치소 수용자는 사건 선임을 미끼로 접견을 요구한 것이다. B변호사는 갑의 국선변호인으로 사건 변호를 위한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건을 의뢰하겠다거나 사선변호인으로 전환하겠다는 갑의 말에 낚여(?) 수 차례 접견을 가게 되었다.

변호인 접견은 구치소 수용자에게는 많은 잇점이 있다. 일반인 접견은 하루에 한 번 10분만 할 수 있지만 변호인 접견은 시간 제한이 없다. 접견업무를 개시하는 시간(오전 9시 30분)부터 마치는 시간(오후 5시 30분)까지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일반인 접견은 커다란 칸막이가 설치된 곳에서 교도관의 입회하에 진행되지만, 변호인 접견은 칸막이 없는 곳에서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롭게 진행된다. 변호인 접견을 같은 날 하게 되면 접견 대기실에서 다른 수용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구치소 수용자 사이에서는 변호인 접견을 많이 나가는 사람이 능력있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는다. 이러한 잇점에다 변호사를 직접 만나 무료로 상담까지 받을 수 있으니 일부 수용자들이 변호사들에게 사건 수임의 미끼를 끼워 던지는 것이다.

‘접견피싱’이 만연하게 된 것은 변호사 수의 급격한 증가와 변호사 업계의 장기화된 불황과 무관하지 않다. 협회에 등록된 변호사는 수는 4년전 2만명을 넘었고, 지난 4월 기준 2만6천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대로 라면 2022년엔 3만명을 넘어설 거라고 한다. 변호사 수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시장 규모는 큰 변화가 없으니 사건 수임이 어려워지고, 사건을 의뢰하겠다는 미끼에 낚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접견피싱’이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청년변호사, 여성변호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무척 안타깝다.

올해도 1,691명의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나왔다. 로스쿨 입학과 졸업 그리고 합격률 50.78% 라는 변호사시험 관문을 어렵게 통과한 우수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미래는 그리 밝지가 않다. 첫 발을 내딛고 있는 수습기간에서부터 많은 기관들이 그들에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법조시장이 변하지 않는한, 알면서도 ‘접견피싱’ 등에 당하는 변호사들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개별 변호사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법조인력정책 등 법조환경 전반에 대한 진단과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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