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마카롱을 위한 마음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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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마카롱을 위한 마음의 준비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9.06.06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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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기자에게는 몇 가지 로망이 있다. 그야말로 아주 작고도 사소한 로망인데, 예를 들자면 칼바도스. 칼바도스는 소설 개선문에서 주인공 라비크가 즐겨 마시는 술로 노르망디 지역의 사과로 만든 브랜디라고 한다.

원래 향이 너무 진해서 양주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개선문을 읽으면서 소설 전반의 분위기, 안개가 잔뜩 끼어 있고 노란 빛깔의 가로등이 켜 있는 파리의 새벽녘의 스산함과 아련함을 상징하는 술로 칼바도스에 대한 이미지가 잡혔고 칼바도스는 언젠가는 한 번 꼭 경험해보고 싶은 로망 리스트에 오르게 됐다.

그리고 또 다른 로망 하나는 바로 마카롱이다. 지금은 워낙 마카롱이 유명해져서 크림이 잔뜩 들어간 뚱카롱이며 온갖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다양한 마카롱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기자가 처음으로 마카롱이라는 과자에 대해 알게 됐던 당시에는 마카롱에 대해 아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마카롱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어떤 만화책을 통해서였는데 여자 주인공의 풋풋한 감성과 맞물려서 기자의 머릿속에 그려진 마카롱은 귀엽고 앙증맞은 모양만큼이나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감정의 상징이 되었다.

실물의 마카롱을 만난 것은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다. 전혀 특별한 날도 아니었는데 후배 하나가 예쁘게 포장된 마카롱을 건네줬다. 그때 기분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혼자 몰래 좋아하던 사람에게 아직 고백할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마음을 들켜버린 기분이랄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던 그 사람도 사실은 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느낌이랄까. 그런데 막상 사귀게 되면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실망하게 될까 두려워서 그렇게 오랫동안 설레며 바라보던 사람의 손을 선뜻 잡지 못하고 망설이게 되는 기분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게 여러 생각들을 하며 망설이다 하루쯤 지나 드디어 상자를 열고 마카롱을 입안에 넣었을 때의 기분이란, 아... 이런... 마카롱은 생각했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맛이었다. 게다가 기자는 어린 시절부터 단 걸 좋아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물론 가끔은 달달한 게 생각나는 날도 있지만 그 순간은 준비된 때가 아니었다.

기자는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식감과 맛에 크게 실망을 했고 아주 작지만 떠올리면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해 주던 로망 하나를 잃었다. 그 때 문득 마카롱을 처음 알게 됐던 만화 속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마카롱은 매우 부서지기 쉬운 과자다. 동글동글 귀엽고 알록달록 예쁜 겉모양에 쉽게 마음을 뺏기지만 그 예쁜 겉모양은 사실 아주 쉽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것.

어찌 보면 모든 꿈과 로망이 조금쯤은 다 마카롱과 닮아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막연한 이미지를 기초로 꿈과 로망을 그린다. 하지만 그 꿈과 로망의 실제는 대개 상상하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꿈과 로망에 대한 간절함이 컸을수록, 그 꿈과 로망을 이루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양에 비례해 실제 현실을 만났을 때의 충격은 더욱 커지게 된다. 아름답지만 부서지기도 매우 쉬운 꿈과 로망.

이는 법률저널의 독자인 수험생들이 지금 간절히 바라고 있는 꿈을 이루고 그 꿈이 현실이 됐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충격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기자 주변에서도 오랫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고 법조인 등 전문자격사가 된 지인들 여럿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며 하소연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기자는 아직 마카롱에 대한 애틋함을 갖고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지나친 달콤함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곁들여 다시 한 번 마카롱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우리 법률저널의 독자들도 언젠가 꿈이 이루어졌을 때를 미리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근거 없는 상상의 나래만 펼치다가 큰 충격을 받았던 기자와는 다른 결과가 있기를, 그리고 마침내 꿈이 이루어졌을 때, 그 꿈은 독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상상했던 바로 그 마카롱의 맛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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