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15)-나침반과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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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15)-나침반과 시계
  • 강신업
  • 승인 2019.06.0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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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한 나라의 국정운영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방향만 올바로 잡으면 속도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누구 말대로 나침반을 보기 전에 시계를 보는 것은 침몰하는 배에서 의자를 고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국정운영은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어느 한 순간 빨리 달린다고 승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공을 들이고 다듬은 결과물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대한민국의 오늘도 어느 한 순간 도깨비 방망이를 휘둘러 뚝딱하고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문제는 작금 대한민국호의 방향이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의 문제다. 올바른 방향은 당연히 국민의 자유를 보다 증진하는 쪽이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국민의 자유 위에 설 수 있는 가치는 없다. 따라서 자유를 축소하는 정치행태는 그 어떤 이름으로도, 민주의 이름으로도, 정의의 이름으로도 용인 될 수 없다. 헤겔(Hegel, Georg Wilhelm Friedrich, 1770-1831)은 역사에서의 자유의 발전, 예를 들어 현존하는 국가가 자유의 현실태(現實態)로서 다소 불완전했다고 하더라도 역사의 추세는 정치적인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에 있다고 말한다. 헤겔에 따르면 역사의 이성은 다양한 국민을 시대마다의 역사의 주역으로 정하고 그 주역들의 교대를 통해 자유 이념의 완성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헤겔의 말이 무색하게도 작금 대한민국에서는 정치가 자유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자유 축소의 위험은 인류 역사 그 누구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부의 불평등 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이라도 하겠다는 듯 밀어붙이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비롯된다. 그동안 있지 않았던 돈이 갑자기 어디서 생긴 듯 여기 저기 돈을 퍼주는 경제 포퓰리즘은 급기야 시장경제는 물론 국민의 경제적 독립을 억압하기에 이르렀다. 밥을 얻어먹는 자에게는 독립이 있을 수 없고 자유가 있을 수 없다. 때문에 진정한 자유는 내 밥을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경제적 독립에서 비롯된다. 내 밥그릇을 국가에 맡긴 국민은 결국은 가난해지며, 가난한 국민은 다시 자유를 상실한다. 때문에 국민의 자유의 총합은 국가의 경제력에 비례한다.

그런 연유로 경제를 망치는 정부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경제가 망가지면 국민이 자유를 잃는다. 특히 정치와 달리 경제는 한 번 망가지면 되살리기 어렵다. 그래서 정권의 담당자들은 국가 경제가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궤도를 이탈한 경제를 다시 정상궤도로 되돌리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국가를 운영하는 자들은 경제의 방향에 대해 늘 숙고하고, 방향을 바꿀 경우 그 타당성을 매우 신중하게 숙고해야 한다. 또 속도에 의해 국가라는 배가 좌초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매우 불행하게도 대한민국호의 좌초 징후가 곳곳에서 탐지되고 있다. 작금의 대한민국 집권세력은 국민 모두가 행복한 지상낙원이라도 만들 것처럼 떠들어댔지만 그들의 생각과 달리 국민의 아우성만 높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집권세력들은 선거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다. 이것이 비극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집권세력들이 돈으로 표를 사는 포퓰리즘 정책에 더 큰 유혹을 느낄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지금도 포퓰리즘 정책이 여기 저기 난무하는 마당에 선거용 포퓰리즘 정책까지 더해지면 대한민국호가 가라앉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경우 고통은 현재의 대한민국 국민과 미래의 대한민국 국민이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문재인 정권은 대한민국호의 방향과 속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방향에 문제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선수를 돌려야 한다. 비록 방향이 맞다 하더라도 과속을 하다가는 대한민국호가 전복될 수도 있으니 속도가 적정한 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 잘못된 방향으로 과속하고 있는 것인지 꼭 점검해야 한다. 방향만 잘 잡는다면 조금 늦게 간다 하더라도, 조금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지금은 정권이 나침반과 시계를 옆에 두고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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