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오시영의 “마침표”, “참회의 희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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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오시영의 “마침표”, “참회의 희망록”
  • 오시영
  • 승인 2019.05.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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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글 세상에서 함부로 쓰기 무서운 것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마침표이다. 마침표가 한 번 찍히면, 그 문장은 다시는 고칠 수 없다. 그 문장 안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다. 그 문장에 이어 중언부언 첨언할 수야 있겠지만, 이미 마침표가 찍힌, 한 인생이 마감되고, 한 삶이 종결되어 버리면 그 문장 안으로 햇살로도 비집고 들어갈 수 없고, 바람으로도 스쳐 지나갈 수 없고, 한숨으로도 스며들 수 없다. 그래서 “시”에는 마침표를 잘 붙이지 않는다. 함부로 마침표를 찍어 버리면 독자의 스며듦을 방해하는 것이 될까 봐, 시인은 함부로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까닭에 시는 언제나 미완성이다. 한 편의 시가 세상에 태어났음에도, 시인의 손을 떠났음에도 여전히 미완성인 채로 마침표 없는 홀로고독의 세상을 시는 살아나가야 한다.

인생에 있어서 마침표는 과연 있는 것일까? 재직하던 대학에서 다음 주에 필자의 정년기념식이 있다. 기록상으로야 8월말이 정년이지만, 학기말에 마지막 수업이 있을 때쯤 몇 분의 지인들과 교수,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조촐한 행사를 갖기로 했다. 교수로 재직 중 발표한 논문을 묶어 “한국현대민법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부제의 논문집을 다섯 권 발간하게 되었다. 또 한 권의 논문집을 존경하는 여러 교수님의 신작 논문들을 모아 증정 받는다. 더불어 지난 18년간 본지를 통해 발표한 칼럼을 묶어 “참회의 희망록”이라는 부제의 열 네 권의 칼럼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18년 동안의 필자의 일기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주 동안 필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시사 중심의 생각을 정리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법률저널출판사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독자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원고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위 책들 이외에도 참으로 많은 논문과 글을 썼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말로써 말 많았던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부족한 필자의 저서가 마흔네 권이 되었다.

정년식을 앞에 두고, 마침표를 생각한다. 인생이라는 한 선에 깊은 점이 찍히고, 경계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숨 고르고 심호흡을 한다. 과연 한 삶에서 정년식이 마침표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쉼표가 될지 그건 신만이 아는 영역일 것이다. 칼럼집 제목을 “참회의 희망록”이라 정한 까닭은 내 글에서는 항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칼럼의 주제가 아무리 절망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이고, 그로 인해 세상이 험하고 악하게 전개되고 있을지라도, 있었을지라도, 필자는 마지막 한 문장에서 항시 희망을 노래하려 애를 썼다. 인간의 지성을 믿고, 인간의 선함을 믿었기 때문이다. 잘못을 반성할 줄 아는 지혜로움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현상에 대한 혹독한 비판을 가하면서도 이렇게 나아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하는 옳은 가치를 공유하려 노력하였다. 필자의 글에 이의를 제기한 독자도 더러더러 계셨고, 공감한다는 독자도 더러더러 계셨다. 내 글을 수능 준비하는 학생들의 논술주제로 삼겠다는 이도 있었고, 경계가 불분명한 사안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삼을 수 있게 깨우쳐 주어서 고맙다는 이들도 있었다.

필자는 한 꼭지의 칼럼 속에서 수많은 마침표를 찍어 왔다. 하지만 필자가 발표해 온 그 많은 시 중에는 마침표가 없다. 산문시로 발표한 시 중에도 마침표가 없다. 칼럼 속에 있는 마침표와 시 중에 없는 마침표는 그래도 하나이다. 있음과 없음이 하나이고, 없음과 있음이 하나이다. 필자가 오래 전에 발표한 시 중에 “마침표”라는 시가 있다. “입체의 삶 한 켠에서/ 점 찍어야 할 일 간혹 있다// 하고픈 말 참을 때/ 말이 되는// 차마 못 할 말 하고서도/ 또 다른 시작이 되는// 사실은 아무 것도 마쳐지지 않는/ 외로운 섬이 되는// 점 하나로 전부인/ 점” (전문, 시집 ‘여수’에 수록).

마침표는 “점 하나로 전부인, 점”이다. 수많은 말보다 더 무서운 힘을 가진 게 “점”이다. 점이 찍히면 문이 닫히고, 세상이 마감된다. 수많은 글들을 쓰면서, 되돌아보니 점을 찍으면서도 항시 생각은 “쉼표”였음을 고백한다. 마침표를 참으로 싫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상당수의 칼럼의 마지막이 “……”로 종결된 까닭이기도 하다. 사소한 잘못이라도 잘못되었다는 평가가 있으면, 한 번 되돌아보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그래서 타인의 평가가 옳다고 판단되면 잘못을 수정해 다시는 동일한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마침표는 말한다, “하고픈 말 참을 때, 말이 되는” 것이 마침표라고. 마침표가 마지막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차마 못 할 말 하고서도, 또 다른 시작이 되는” 것이 마침표라는 것을 알았으면 싶었기 때문이다. 함과 못 함의 합유체가 마침표의 숨은 속성이 아닐까 한다. 오히려 쉼표보다 더 무서운 쉼의 무게를 가진 것이 마침표의 쉼 현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의 “한미정상의 전화 내용 유출 사건”이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강효상 의원이 자신의 대학과 고등학교 후배인 주미 참사관 감 모씨에게 전화를 하여 한미 양 정상의 대화 내용을 알려 달라 하였고, 3급비밀로 분류되어 있는 대화록을 감 참사관이 불법으로 열람하여 그 내용을 알려 주었는데, 강효상 의원이 그 내용 중 일본을 방문하는 길에 한국을 방문하여 한미정상회담을 짧은 시간이라도 갖자는 합의 내용에 대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방한 구걸 외교”를 한 것이라며 맹비난을 가하였는데, 이를 국가기밀누설죄 위반으로 감 참사관과 강 의원을 형사고발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 쪽에서는 국가기밀을 누설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강 의원과 자유한국당에서는 공익제보를 한 것으로 정당한 의정활동을 한 것이라며 야당탄압을 멈추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분쟁은 결국 마침표를 잘못 찍었기 때문이다. 마침표를 찍어야 할 순간을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한 문장에서 마침표를 놓치는 것은 자동차에서 브레이크를 없애 버리는 것처럼 문장 구조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쉽다. 마침표는 방향의 전환이다. 새로운 방향의 전환점을 놓쳐 버리면 그 문장은 낭떠러지로 추락하기 마련이다. 강효상 의원은 여러 의혹의 중심에 있어 왔다. 연예기획사 성접대 강요로 희생되었다고 알려진 장자연 씨 사건에 조선일보 사주 일가 관련 혐의에 대한 조선일보 내부의 사태 수습책임자로 사건의 물꼬를 바꾸어버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고, 생계곤란을 이유로 한 자신의 병역면제는 물론이고 아들의 병역면제 사유 또한 세간의 의혹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에다가 감 참사관과 그 이전에도 동일한 형태의 국가기밀 누설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자신이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지내고 주미특파원 시절 다져진 미국 조야의 많은 인사들로부터 얻었다고 주장되는 한미정상 간의 통화 내용을 비롯한 상당한 외교 관련 정보들이 결국 뚜껑을 열어보니 자신의 대학, 고교 후배인 감 참사관으로부터 비정상적으로 얻어낸 것이었을 뿐이라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그의 허풍 또한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그의 국가기밀누설행위에 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폭로된 내용은 이 정권의 굴욕 외교와 국민 선동 실체를 일깨워준 공익 제보 성격”으로 규정하였는바, 이러한 첫 단추의 잘못 꿰임은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모두 분별력이 없는, 사용하는 언어에 마침표를 제대로 찍지 못하는 데에서 빚어진 결과라고 할 것이다. 한미 정상 간에 상식적으로 볼 때 통상적으로 오갈 수 있는 방문요청 및 수락의 대화내용을 “굴욕외교”라거나, 국가기밀로 분류된 정상 대화 내용의 누설을 “공익 제보”라고 강변하는 시각이 얼마나 비상식적인 것인가 말이다.

나경원 원내 대표체제가 들어선 후 여야 간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몇 달째 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공전하고 있다. 물론 정치는 자당을 지지하는 이들의 표를 얻어 정권을 창출한다. 하지만 자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적으면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정책을 수립하여야 하고, 이는 결국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자당 지지세력만으로 마침표를 찍어 버리면 당세 외연 확장은 불가능하게 되고, 계속 고슴도치처럼 오그라들게 되어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들어선 후 한 첫 번째 정치행위가 “5당 원내대표 합의문” 작성이었다. 당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연동형 선거제도 도입 주장과 함께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사태를 해결하고자 합의한 것이었는데, 그 주요 내용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관련 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하기로 한 것이었는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하는 바람에 나머지 4당만의 합의로 공직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려하자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여 폭력으로 국회 회의를 방해하는 바람에 59명의 자당 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소당하는 사태를 유발하였다. 또 다른 사건으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임명과 관련하여 “다섯 시간 릴레이 단식”을 하여 국민적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하였다. 5시간 단식은 끼니 제대로 시간 맞춰 먹기에 불과한 일인데도 5시간 단식이라는 생소한 작명의 코미디를 전 국민에게 연출하기도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는 막말을 하여 오히려 국민적 역풍을 받았고, 이번의 강효상 의원 국가기밀 누설 행위에 대해 “공익제보, 굴욕외교”라는 프레임을 설정하여 대응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정치인은 국민의 대변자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공감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그런데 앞서의 언행들을 살펴볼 때 나경원 원내대표에게는 “공감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함을 알 수 있다. 거기에 황교안 대표의 공감능력 부족까지 더해지니 점점 가관이 되어가고 있다. 한기총이라는 기독교 내에서도 보편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단체를 방문하여 전광훈 목사라는 이로부터 기독교의 황교안 지지라는 황당한 언사를 웃고 듣지를 않나, 초파일 불교 행사에 참가하였다가 불교 의식을 무시하는 듯한 편향적 종교관을 드러내었다가 자신의 종교관에 따라 기도하였다는 해명이 더욱 비난을 받게 되자 할 수 없이 사과하지를 않나, 5·18민주화운동기념식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로부터 악수를 받지 못하는 차별을 당했다고 동네방네 떠드는 등 도무지 좁쌀 같은 인식의 주변을 맴도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등, 자신의 공감능력 부족을 명확하게 인식시켜 주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교과서는 좋은 것이다. 올바른 사람을 교과서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과서는 학교 안에서 필요한 것일 뿐, 세상 밖에서는 세상 밖의 교과서가 따로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공감능력이고, 마침표를 제대로 찍을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마침표의 올바른 사용법은 사람과 시간, 장소와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전제로 한다. 그 기준이 무너질 때 찍히는 마침표는 오히려 세상을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 뿐이다. 까닭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까닭이다. “입체의 삶 한 켠에서, 점 찍어야 할 일 간혹” 있는데, 그때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되겠는가. “하고픈 말 참을 때, 말이 되는” 것이 마침표인데, 마침표로 전달되는 의사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면 소통이 되겠는가. “차마 못 할 말 하고서도, 또 다른 시작이 되는” 것이 마침표인데, 마침표를 제대로 찍지 못하면 어찌 새로운 시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겠는가. “사실은 아무 것도 마쳐지지 않는, 외로운 섬이 되는” 것이 마침표인데, 일방적으로 마침표를 찍어 놓고, 자신이 정의한 정의에 따라 이를 공감하지 못하는 다른 이들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따를 것을 강요한다고 누가 따르겠는가. “점 하나로 전부인, 점”의 완성을 결국 깨닫지 못하면, 모든 언행의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 그러니 꼬이고 또 꼬여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쓸 데 없이 헛심만 쓰게 되는 것이다.

마침표, “참회의 희망록”에서 필자는 언제나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선한 백성이 많으니까, 옳은 생각의 의인들이 넘쳐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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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9-06-07 15:29:01
강효상 의원 아들 군대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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