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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유럽의회선거 : ‘부유’한 ‘민주주의’국가들의 ‘제도’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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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유럽의회선거 : ‘부유’한 ‘민주주의’국가들의 ‘제도’는 어디로?
  • 신희섭
  • 승인 2019.05.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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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유럽연합(EU)은 인류의 미래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위대한 실험이다. 전세계 모든 지역(region)들이 유럽을 롤 모델로 하여 추종해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갈 수 있는 조건도 아니다. 하지만 유럽의 지적인 실험은 인류 전체를 자극한다. 또한 인류가 다른 정치공동체, 경제공동체, 문화공동체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6개의 국가들이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로 시작한 유럽의 통합 역사는 현재 28개 국가들로 구성된 5억 1200만(2017년 유럽통계청 기준)의 거대한 유럽연합(EU)을 만들었다.

중세시대 카알(샤를마뉴)대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럽 통합에 최근 문제가 생겼다. 5월 23일에서 26일까지 치러진 유럽의회선거 때문이다. 751명으로 구성된 유럽의회는 유럽국가들 각각의 의회와 달리 유럽연합을 대표하는 의회이다. 소속 국가가 아닌 유럽을 대표하는 유럽의회는 다른 지역의 (근대)국가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적인 실험이자 지적인 시험이다.

선거의 중요도 때문에 유럽의회 선거가 국내 의회 선거와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의 국내정치 상황과 유럽연합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리트머스시험지는 된다.

이번 선거는 한마디로 유럽정치지형의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중도지형의 기성정당들이 몰락했다. 반면 극우정당과 녹색당이 약진했다.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은 9%만의 지지를 받았다. 유서 깊은 노동당도 14.6%에 머물렀다. 프랑스를 대표하던 공화당과 사회당은 합쳐서 15%의 초라한 성적을 보여주었다. 독일은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하지만 독일 메르켈 총리의 보수연합과 독일 사민당의 ‘대연정’도 45% 득표를 했을 뿐이다.

이에 비해 극우정당들의 강세가 눈에 띈다. 프랑스에서는 아버지의 국민전선을 ‘국민연합’으로 바꾸어 이끌고 있는 마리 르펜이 23.5%의 지지를 받았다. 영국에서는 극우, 반난민을 강조하는 ‘브렉시트당’이 31.5%로 1위를 차지했다. 이탈리아에서도 극우정당인 ‘동맹당’이 34%의 지지를 받았다. 헝가리에서도 인종차별을 주장하는 ‘피데스당’이 52% 득표를 했다. 물론 유럽 모든 국가들에서 극우정당이 완승을 거둔 것은 아니다. 독일, 그리스, 네덜란드, 스페인, 오스트리아에서는 극우정당이 참패하거나 득표율이 줄었다. 하지만 극우정당들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진보정당인 녹색당도 선전했다. 녹색당은 독일에서 20%, 프랑스에서 13%의 득표를 했다. 유럽연합 의회에서 녹색당은 기존의 52석에서 70석으로 의석을 확대했다. 유럽의회 전체로는 9.3%의 의석을 확보한 것이다.

유럽의회 선거 의미는 표면적으로는 단순하다. 유권자들이 기성정당들에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극단적인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럼 “극단적인 것이 나쁜가?” 극단은 몇 가지 점에서 매력적이다. 우선 단순하고 명료하다. 이성적으로 복잡하지 않으니 감정적으로 편하다. 불편한 것들을 무시하게 하고 소수의 문제를 거부하기 때문에 권력행사의 쾌감도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극단은 위험하다.

하버드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야스차 뭉크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하게 분석했다. 또한 현재 유럽상황을 분석하는데 명료한 지침을 준다. 뭉크에 따르면 유럽뿐 아니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의 당선으로 대표되는 현재 상황은 민중주의의 강화와 기술관료주의의 강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엘리트와 대중 진영에서 모두 ‘자유민주주의’라는 불편한 동거를 거부하는 것이다.

엘리트들은 시장주의차원에서 자유주의를 지지하면서 반민주주의를 지향한다. 대중들은 민주주의를 통해 자유주의의 소수자 보호, 기존 정치제도의 중요성을 거부한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마주하는 교집합이 줄어들고 양 이념이 상호간에 벌어지는 것이다.

야스차 뭉크는 자신의 책 『위험한 민주주의』에서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 원인을 크게 3가지로 분석했다. ‘경제침체’, ‘소셜미디어’, 인종주의와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정체성’이 그것이다. 경제가 나빠지자 성장보다 분배에 매달리게 된다. 이때 난민의 증가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적개심의 불쏘시개가 된다. 소셜미디어가 퍼나르는 가짜 뉴스는 이런 적개심을 강화하면서 인종주의와 민족주의를 활활 불태운다. 대중들이 자유민주주의 대신에 극단적인 민중주의를 지지하는 이유이다. 사회의 엘리트들은 이런 상황에서 재산 보호와 기득권유지에만 관심이 있다.

확실히 유럽경제는 침체되어 있다. 6%대 성장률을 보이는 아시아와 비교할 때 2%대에 미치지 못하는 유럽의 상황은 높은 실업상황, 낮은 소득, 청년 실업문제로 인해 미래가 어둡다. 더 나쁜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안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SNS를 타고 민족주의와 인종주의가 더욱 극대화될 여지가 높다.

이번 유럽의회선거의 뒷면에는 ‘분리 독립’이 있다. 영국에서 스코틀랜드가 떨어져나가려 한다. 스페인에서는 카탈루냐가, 이탈리아에서는 북부가, 네덜란드에서는 플랑드르가 분리를 원하고 있다. 만약 ‘경제침체 ⇨ 인종주의와 민족주의의 정체성 강화 ⇨ 분리 독립 운동 강화 ⇨ 국가들 내부 분화와 갈등심화’의 고리가 연결되면 현재 유럽연합이라는 새로운 공동체 실험은 커다란 도전을 받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약화와 민중주의의 강화는 유럽통합 실험에 거대한 악재다. 부유한 민주주의국가들이 모여서 만든 제도인 유럽연합은 그간 ‘부’와 ‘민주주의’와 ‘제도’가 평화를 만들어왔다. 나폴레옹전쟁에서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의 전장이었던 유럽에게 현재 평화는 이례적인 것이다. 현대에 들어와 부, 민주주의, 제도라는 3가지 축이 유럽을 평화적으로 '변환(transformation)'시킨 것이다.

현 시점의 ‘경기 침체’와 극단주의에 따른 ‘민주주의의 약화’는 유럽을 다시 과거로 회귀하게 만드는 힘이다. 1930년대 대공황시기 유럽을 생각해보라. 그런데 평화의 마지막 고리인 ‘제도’로서 유럽연합(EU)마저 영국의 브렉시트로 도전받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 하나로 유럽 미래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작은 구멍이 큰 둑을 터뜨린다. 그런데 이 걱정이 오직 유럽에만 해당할까! 동아시아와 한국은 안전한가! 이것이 진짜 문제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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