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14)-무위정치(無爲政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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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114)-무위정치(無爲政治)
  • 강신업
  • 승인 2019.05.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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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노자는 “정당한 이치로 나라를 다스리고 특수한 방법으로 군사를 활용하며 조용하고 말없이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 세상에 금지와 명령이 많을수록 백성들은 더욱더 빈곤에 빠지고 백성들에게 예리한 무기가 많을수록 나라는 더욱더 혼란에 빠지며, 사람들의 간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괴한 일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법령과 규장 제도가 강할수록 도리어 도둑은 쉼 없이 증가 한다”고 했다.

과도한 유위정치(有僞政治)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 최고의 경지는 요란하지 않은 것이다. 군사의 움직임이 많아지고 법과 규제가 많아지고 금지와 명령이 많아질수록 백성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백성들은 더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노자가 강조하는 것은 인위나 유위를 벗어난 무위의 정치다. 강압과 선동에 의한 통치를 배격하고 백성을 자연의 이법에 따라 무위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자는 유위가 일부러 궁리하고 계산한 것이어서 백성을 고통스럽게 하는 반면에 무위의 통치는 공연히 간섭하지 않고 자연을 따르게 하는 것이어서 백성을 허식의 굴레에서 해방시키고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한다고 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작금의 한국정치는 유위과잉이다. 뭘 그리 없애고 뭘 그리 만들겠다는 것인지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위정자들은 뭔 말이 그리도 많은 지 말 못해서 죽은 귀신이라도 들린 것인지, 그저 이 말 저 말 아무렇게나 뱉어내고, 다시 말이 말을 부르며 독한 말들을 주고받는다. 그들은 온통 편을 갈라 서로 물어뜯는 데만 열중한다. 명분은 모두 국민을 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민들은 살기가 더 어려워진다. 정부는 서민을 위한다는 데 오히려 양극화는 더 심해진다. 청와대는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고 일자리 상황판까지 갖다 놓았는데 일자리는 자꾸 없어진다. 공정한 사회를 공약했는데 입시비리, 취업비리, 수사비리 등 불공정이 판을 친다. 걸핏하면 사람 사는 세상 운운하는데 정규직 귀족 노조원들은 내 몫 더 챙기겠다고 난동을 부려도 무사하고 하청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는 외주 받은 위험한 일 하다가 쓸쓸히 죽어 나간다.

위정자들은 거창한 말과 큰 행동이 국민을 편안케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태평성대는 인위로 무엇을 하려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정치는 백성으로 하여금 정치를 잊게 하는 것이고 백성에게 간섭하거나 지도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과다한 세금 징수와 낭비를 멀리하는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일들을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다.

노자는 “귀중한 것은 비천한 것을 근본으로 하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을 근본으로 한다”라고 했다. 바다는 산 속에 작은 샘을 근본으로 하고 나라는 백성 한 명을 근본으로 한다. 작은 샘들이 모여 개울이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듯이 백성 한 명 한 명이 모여 마을이 되고 읍이 되고 성이 되고 나라가 된다. 따라서 무릇 나라의 근본은 이름 없는 촌부 한 명 한 명이고, 무릇 좋은 정치는 거대담론에 매몰되지 않고 소리 없이 백성을 챙기는 것이다. 다스리되 군림하지 않고, 한 편을 위한다며 다른 편을 적으로 돌리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위민정치는 무위의 정치다. 위정자들이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무위정치를 제대로 구현해야 한다. 여기서 야경국가의 이념과 상통하는 무위정치가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현대복지국가에서 가능하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복지국가가 지향하는 것이 결국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평안이라면 무위정치와 하등 다를 것이 없다.

노자는 “정치가 안정되면 백성이 순박하고 정치가 혼란하면 백성이 교활해진다”고 했다. 백성의 순박과 교활이 결국 모두 정치에 달렸다는 말이다. 정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아직도 정치후진국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모든 것을 망친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대단히 유감스런 일이다.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은 제발 뭐 대단한 것 하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망치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는 무위정치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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