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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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 이상연
  • 승인 2005.03.29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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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추위)가 사법시험제도를 대체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도입과 관련, 최근 공식적으로 내년 3월부터 인가신청 접수가 시작되는 등 세부적인 추진일정을 밝히자 최대 쟁점인 로스쿨 입학정원을 둘러싼 각계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첨예한 대립 양상마저 보여 어떻게 결론 내려질지 주목된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곳은 대한변협이다. 최근 지도부가 전면 교체된 변협은 로스쿨 도입방안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변협이 '로스쿨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한 터에 신임 집행부가 변호사 권익 옹호를 핵심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현실에 비춰 특별위원회가 가동되면 로스쿨 정원 문제를 집중 부각시킬 것으로 보여 정부와 마찰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더욱이 변협은 사개추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로스쿨 등 사법개혁 논의에서 변호사 단체는 철저히 배제됐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앞으로 로스쿨을 둘러싼 이익단체간 힘 겨루기가 재연될 조짐이다. 특히 입학정원은 변호사들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1200명을 절대 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타협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시민단체 등 또 다른 한편에서는 변협과 대립 각을 세우며 입학정원을 2000∼3000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사법개혁이란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로스쿨 총 정원과 법조인력 충원문제가 엄격히 구별돼야하며 로스쿨 도입규모는 3천명선이 적정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로스쿨 총 정원이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1천200명 정도로 거론되는 총 정원 제한 논리는 학문적 연구기관으로서 역할을 무시한 처사이자 기득권에 집착한 반개혁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최근 전국법과대학 교수들의 모임인 '법학교육을 위한 전국교수연합'(법교련)도 출범식을 갖고 법학교육개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인위적인 로스쿨 정원 제한에 반대하고 나섰다.


또 한편에서는 로스쿨 도입 그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법학교육정상화추진교수협의회'(법추협)는 최근 출범식을 열고 "대학교육의 혼란을 야기하고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로스쿨 도입에 반대한다"며 "사법시험 및 법조인 채용방법의 개혁 등을 골자로 한 '법학교육정상화방안'을 대안으로 마련, 입법청원 할 계획이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법추위는 정부의 로스쿨 도입에 대해 "미국식 로스쿨으로는 WTO 체제에서 필요한 고도의 전문지식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할 수 없다"며 "하루빨리 로스쿨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로스쿨 도입은 우리나라 법치주의 정체성마저 흔들고 법학교육과 대학교육의 기본틀을 바꾸는 등 지나치게 모험적인 것이어서 대학교육 전체를 혼란케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로스쿨 도입을 둘러싼 대립은 일응 예견된 일이었지만 이처럼 각계의 이해에 따라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은 앞으로 분쟁의 파고를 짐작케 한다. 하지만 로스쿨 도입은 이제 루비콘 강을 건넜다면 로스쿨 입학정원은 법률시장이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질적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그동안 질 저하를 이유로 변호사 수를 엄격히 제한한 탓에 국민들의 증가하는 법률서비스 수요는 제대로 충족되지 못했다. 따라서 로스쿨 도입은 21세기 글로벌시대에 걸맞는 법률서비스 선진국이 되기 위한 시장구조의 새 밑그림을 제시하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같은 목적의식적인 노력없이 즉자적인 '밥그릇' 싸움에만 매몰된다면 여전히 법률후진국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노릇이다. 수년 전 의약 분업 파동 때처럼 국민들은 또 다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각계가 국민의 마음을 읽고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되찾고 자신들의 권익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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