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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노무현의 진검승부, 역사의 승리자, 비상설연대의 상설화
오시영  |  sunwhis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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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4  11: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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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세상의 길은 하나이다. 수많은 갈림길이 있는 것 같지만, 결국은 하나다. 세상의 모든 강물이 바다로 모이듯, 세상의 모든 이치는 하나의 진실로 귀결된다. 모든 순간은 태초 이래 모든 과거의 결과이며, 모든 미래는 태초 이래 모든 현재의 결집의 결과이다. 오늘 비록 과거의 심판받아야 될 사실의 일부가 심판받지 않았더라도 내일 언젠가는 그 심판받지 않은 과거의 일부가 심판받을 것이다. 과거의 어느 순간 심판받지 않았던 그 과거 이전의 과거의 일부 사실이 오늘 심판받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과거는 일부씩이 파편처럼 나누어져 매일매일 그 파편의 쪼가리들이 심판을 받고 있는 셈이다. 세상을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힘센 일부는 과거의 일부를 파편처럼 쪼개어 감추기도 하고 조작하여 “들통 나지 않은 과거의 치부”를 은닉하고 환호하지만, 시간으로 들여다보면 다 헛짓거리일 뿐이다.

어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 추도일이었다. 10년 전, 경복궁에서 그의 장례식이 치러진 직후 필자는 본보 칼럼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마지막 진검승부”라는 글을 썼었다. 그 글에서 필자는 그의 퇴임이 임박하던 2008년 1월에 “노무현 예찬론”이라는 글을 쓴 이유가 “참여정부 5년의 공과를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의 서거 소식을 듣는 그 찰나 필자의 머리에 “마지막 진검승부”라는 강한 임팩트가 있었음을 밝혔다. 그리고 필자는 “그가 역사에서 이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음을 밝혔다. 죽은 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혼비백산케 하듯 그의 죽음은 그 후에도 많은 이들을 혼비백산케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노무현 정신”은 이 시대에 강한 국민적 화두가 되어 있음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필자는 2008년 1월에 “노무현 예찬론”을 통해 그의 5년 집권기간 동안 여러 통계를 제시하며 대한민국이 그의 집권 기간 동안 크게 성장했음을 밝혔다. 그리고 다른 칼럼들을 함께 모아 “노무현 예찬론”이라는 칼럼집을 내었다. 당시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였던 2008년 4월에 치러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이 압승을 거두었던 사회적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던 때여서 필자를 염려하는 많은 이들이 “노무현 예찬론”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는 것을 만류하는 분위기조차 있었지만, 필자는 그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압력이 가해지기 시작하던 때여서 무언가 그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작은 마음 하나로 그 책을 내었었다.

그리고 2009년 5월 15일, 그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던 순간 필자는 “불쌍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한 마디”라는 칼럼을 썼었다. 검찰이 “포괄적 뇌물죄”라는 죄목으로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금원에 대해 뇌물죄가 성립한다며 그를 옭죄는 수사의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을 때 “자신의 염결성을 사수”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글이 그의 살아생전 그를 위한 필자의 마지막 변명이 되어 버렸다. 그 글은 “불쌍한 사람”이라며 위로하며 힘을 내라는 당부의 글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그의 뜻밖의 죽음을 마주한 필자가 정신 차려 할 일은 “마지막 진검승부”라는 긴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의 묘비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는 모든 사람이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세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언론과 재벌, 고학력의 지식인 그룹, 상층 문화계와 같은 기득권층이 누리고 있는 부당한 특혜를 철폐하고,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그의 꿈은 그의 시대에는 좌절되고 말았지만,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를 통해 계승되어가고 있다.

필자는 2013년 10월경 “안녕하세요 박근혜 대통령님”이라는 칼럼을 시리즈로 10회에 걸쳐 연재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후 반 년 남짓 되었을 때 그의 정치가 시대를 역행한다는 판단이 들어 앞으로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미주알고주알 지식인의 조언을 공개적으로 남겼던 것이다. 필자는 그의 탄핵 이후 10회에 걸쳐 연재된 필자의 글을 스스로 다시 읽어 보면서, 만일 박근혜 대통령이 백면서생에 불과할지언정 필자의 충고를 귀담아 들었더라면 탄핵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겪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꼈었다.

노무현 정신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그의 묘비문이 말해 주듯 국민과 함께 하는 시대의 상존화(常存化)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밀실측근정치를 하며, 자신이 임명한 장관과도 한 번의 독대보고를 받지 않을 만큼 정상 라인의 정치를 외면한 채 최순실이라는 아버지대로부터 이어지는 사연(私緣)에 의지하여 국가를 운영함으로써, 결국 깨어있는 시민의 자발적 조직이었던 “촛불혁명”으로 탄핵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사의 승리자가 되었다고 하겠다. 물론 아직은 그러한 평가에 이르기에는 10년 세월이 너무 짧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미 도도하게 바뀌어버린 역사의 물줄기를 다시 거스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공수처법안과 공직선거법안의 패스트트랙에 반발하여 전국을 순회 연설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지층의 지지를 받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도 있다.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념식장에서는 자당의 이종명 의원의 망언에 대한 국회징계절차 등을 밟지 않은 것에 대해 이미 비난을 받고 있던 상태에서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악수 패싱을 당 대변인이 문제 삼아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물론 악수를 청해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모든 참석 인사에게 악수를 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동네방네 소문내어 누워 침 뱉기식의 모멸감을 스스로 뒤집어써야 하는지 유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디 그 뿐인가? 초파일에는 조계사 기념식에 참석하였다가 불교 의식인 합장을 하지 않고 기독교식으로 기도하였다고 변명하여 불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모두가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이질적 행동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쪽에서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거대담론을, 사람이 먼저다라는 경천애인의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거대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왜 참석한 제1야당대표에게 악수를 청하지 않았느냐, 불교행사에 정치인으로 참가하였으면 헌법상의 평등사상에 입각해 자신의 개인적 종교를 떠나 인류보편적 종교관으로 해당 종교의 의식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지엽적 문제들로 소란을 피우고 있으니 비교가 되어도 한참 되는 것이다. 정신과 가치에서 지고 있으니, 행하는 행동에서조차 찌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전에는 자신들의 권력으로 거대 담론보다 사소한 가치들을 미화 확대할 수 있는 트릭이라도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이 불가능하게 된 현실을 깨달아 이에 맞춰 행동해야 하는데 여전히 예전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현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중에는 형사 문제로 재판을 받거나 수사 중에 있는 소속 의원들이 너무 많다. 권성동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 청탁 혐의로 현재 재판 진행 중에 있고, 염동열 의원도 불구속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홍문종 의원이 경민대학교 교비 75억 원 횡령 범죄 등 사학비리와 관련하여 기소되어 형사재판 중에 있고,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원유철 의원 역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자신의 딸 KT부정 채용 청탁과 관련하여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수사를 받고 있고, 김재원 의원 역시 국고손실 및 뇌물혐의로 재판(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지만)을 받고 있다. 이현재 의원이 하남시 열병합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부정 청탁 혐의로 역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번 공수처법안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소위 동물국회를 만든 혐의로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한 범죄사실로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56명의 의원들이 형사고소당한 상태에 있다.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도 아니고, 범행사실이 뉴스보도자료 등에서 보듯이 명백하게 채증되어 있기 때문에 수사가 이루어진다면 모두 유죄가 나올 개연성이 대단히 높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당 중진회의 끝에 지난 22일 공개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을 향해 “고소, 고발 취하”를 요구하면서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패스트트랙 과정에 잘못이 없기 때문에 사과할 대상이 아니며,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여 폭력을 행사하여 국회 의안 처리를 방해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고소, 고발을 취하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결의하고, 이를 발표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기념식 축사를 통해 “독재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을 독재의 후예라고 칭했다며 오히려 문재인 정권이야말로 독재의 후예라고 역공을 가하고 나섰지만, 국민의 반응은 별로 시큰둥이다. 거기에 나경원 의원의 ‘문빠, 달창’라는 막말이 이어졌다. 모두들 악한 말을 뱉어내는데 경쟁적이다. 수없이 말하지만, 악한 말로는 자신의 입만 더러워질 뿐, 사태를 악화시킬 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은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비석에 새긴 묘비글처럼 “깨어 있는 시민”이 되어 버렸다. 거기에 실시간, 동시다발적으로 “하나의 조직으로 결집될 수 있는 기술적 장치”가 “핸드폰이라는 신기한 마술기계”를 통해 가능하게 되어 버렸다. 따라서 옳은 일, 잘못된 일을 고치는 일, 부당한 일을 시정하는 일이라면 “순간 결집의 초신비현상”을 언제든지 실현시킬 수 있는 무대장치를 갖게 되었다.

시대를 읽어야 한다.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통해 그가 생전에 이루고자 했던 “귀여운 손녀를 자전거에 태우고 동네 골목길을 훠이훠이 달리고 있는 행복한 할아버지의 평화”를 모두가 누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세상이 진정 평화로운 세상이다. 노무현 정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냥 모두 전쟁 없이, 억눌림 없이, 괴롭힘 없이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사는 세상이다.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구를 무시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구로부터 무시당하지 않는 세상, 그러한 세상의 도래가 바로 노무현 정신의 구체적 실현이다. 번지르르한 구호를 내지르는 자, 가장 경계해야 할 자이다.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 억지를 부리는 자, 모두가 통용하는 언어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자,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자, 오히려 상대방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우려고 획책하는 자를 발가벗기는 것, 그리하여 그러한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노무현 정신의 현실적 실현이다.

수십만의 추모객들이 노무현, 그를 추모하기 위하여 봉하를 찾는다.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도 그가 직접 그린 노무현 대통령의 초상화를 들고 봉하를 찾는다. 그의 정신에 동감하는 이들은 모두 함께 모여 그를 추모한다. 스스로 그의 정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작은 주춧돌이 되겠다고 결단한다. 자발적이다. 그의 266건의 친필 메모가 공개되었다. “언론과의 숙명적인 대척”이라는 글귀가 와 닿는다. 자신의 정책을 무시하고 방해하며 수구보수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거대보수언론에 대한 그의 처절한 자의식이다. “식민지 독재 정치 하에서 썩어빠진 언론, 그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는 철없는 언론”이라는 글귀도 눈에 띈다. 앞의 언론은 “보수언론 사주”를, 뒤의 언론은 “의식 없는 기레기”를 일컫는 말이라 여겨진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본다, “어리석은 국민이 되지 말 것을”이라고. 국민은 꼭 깨어날 것이라는 그의 신념은 그의 사후 10년에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그의 죽음 8년 뒤 거대 극보수세력은 “박근혜의 탄핵을 통해 그 견고하던 박정희의 유령”과 함께 소멸단계로 들어서더니, 10주년이 되니 마지막 “막말”로 상징되는 저급한 언어로,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라는 폭력적 행위로 발버둥쳐보지만 스스로 몰락하고 있다. 노무현, 그의 “마지막 진검승부”는 필자의 10년 전 칼럼 내용대로 “역사의 승리자”가 되어 가고 있다.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은 “비상설연대의 상설화”를 통해 현재화되고 있다. 참, 강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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