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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패스트 트랙, 경찰국가로 가는 특급열차!
최진녕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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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7  15: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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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경찰국가로 가는 특급열차가 출발했다. 검경수사권조정법안이 신속처리절차인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서 국회역을 떠났기 때문이다. 늦어도 10달 뒤에는 한국의 수사에 관한 구조가 혁명적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다. 과연 검경수사권조정 열차는 종착역에 도달할 수 있을까?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검찰이 수사·기소·영장청구 권한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를 변경해서 경찰과 수사 권한을 나누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했다. 조정안의 핵심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일반적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끝낼 권한, 즉 수사종결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로 좁히고, 자치경찰을 제외한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해서만 수사지휘권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러한 검경수사권 조정의 취지는 검경 관계를 지휘 복종관계에서 수사·공소제기·공소유지 수행을 위한 협력관계로 바꾸자는 것으로, 검찰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하여 그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비판적 시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문무일 검찰총장은 "패스트트랙 지정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특정기관(경찰)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

먼저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은 실무가 입장에서 매우 위험한 것으로 판단된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독자적 수사종결권으로서 경찰이 아무런 외부적 통제를 받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 일을 하다보면, 지역 유력인사가 “변호사님. 수사의견서 이쁘게 써 주세요. 경찰서장과 수사과장에게 이미 잘 말해 뒀어요!”라는 부탁을 받는 경우가 있다. 민생 관련 고소를 경찰이 “밟아서” 종결해 버리면, 피해를 회복할 방법이 없게 된다. 지역 유지와 경찰이 유착될 경우 그 폐해는 결국 국민, 특히 서민에게 돌아간다.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는다며 경찰의 수사권 남용 가능성을 키운다면 이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정보경찰을 포함한 행정 경찰과 사법 경찰의 분리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는 아예 빠진 것도 문제다. 이번 정권은 국정원의 국내 정보기능을 폐지시키면서 그 기능을 경찰에 넘겨 주었다. 경찰은 3천여 명의 정보경찰을 거느리며 온갖 정보를 수집해 최고 권력자에게 보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국정원장과의 독대를 없앴다는 것을 치적으로 홍보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향후 경찰을 지휘하는 행정자치부 장관을 독대하는 방식으로 종전보다 더 방대한 국내 정보를 보고받을 수 있게 된다. 대선공약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대통령의 권한은 황제적 수준으로 강화되는 것이다. 안기부의 악몽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대한변협이 지난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기관보고 초안에 대해 “단순히 검찰 권한을 축소해 경찰 권한을 대폭 늘리면 경찰로 인한 국민의 인권침해가 증가할 수 있다.”면서 “국민의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경찰 권력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절차적 측면에서도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은 정당성이 떨어진다. 여당과 야3당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과 연동형비례대표제 공직선거법안을 서로의 이해에 따라 맞교환하는 식으로 패스트 트랙에 올렸다. 헌법의 적법절차원리는 국회의 입법절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있다면 전문가와 관련 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헌법에도 부합한다.

결론적으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없어지고, 경찰이 수사종결권 마저 가지면 경찰은 통제 불능의 거대 권력으로 변질될 위험이 농후하다. 검찰의 수장을 검찰‘총장’이라고 부르는 것과 달리 경찰의 수장을 경찰‘청장’이라고 칭하고, ‘장관급’인 검찰총장과 달리 경찰청장을 ‘차관급’으로 조정해 둔 것은 경찰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만큼 13만 경찰의 힘이 막강하기에 권한 남용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억제해 두려는 지혜가 깔린 것이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권력을 뜯어내서 경찰에게 얹어 주느냐는 식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정부수립 후 70 여 년 간 유지해 오던 형사사법 제도는 국가를 외부의 적으로부터 보호하고 국민의 인권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근간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어떠한 형사제도가 국가와 국민을 범죄로부터 더 잘 보호하고, 기존에 문제된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수사권 조정 법안은 속히 패스트트랙 열차에서 하차시키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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