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말과 사람, 말에서 진 자는 인생에서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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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말과 사람, 말에서 진 자는 인생에서도 진다.
  • 법률저널
  • 승인 2019.05.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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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말을 떼어놓고 사람을 말할 수 없다. 사람이 말이고, 말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자는 “말 따로, 사람 따로”라는 잘못된 인식에 갇혀 있다. 거짓을 진실이라 말하고, 진실을 거짓이라 말한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대하는 사람에 따라 말이 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말로 누군가를, 언제 어디서든 속일 수 있다고, 조종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참 바보스러운 사람들이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산 사람들을 일부는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전부를 속일 수는 없다. 많은 무리 중 마지막 한 사람까지 속이지 못한다면, 나머지 아흔아홉 사람을 속인들 그 속임이 모두 헛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속지 않은 그 한 사람이 속은 아흔아홉 사람보다 나은 까닭은 그 사람은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이란 묘한 것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원래 거짓은 은밀하게 행해진다. 거짓을 공공연히 행하는 사람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이 거짓말쟁이임을 공개적으로 선포하는 것이어서 자신의 거짓말에 자신마저 속아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거나 진짜 큰 거짓말쟁이여서 세상을 송두리째 거짓의 암흑으로 만들려 하는 것이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는 “관음의 시대”이다. 관음증에 걸린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 관음의 시대를 “과학적 기술”이 완성시켜 주고 있다. 거기에 “돈”까지 생기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서로가 서로의 어리석음을 즐기고, 서로가 서로의 폭로된 삶을 즐긴다. 나의 은밀함을 팔고, 누군가의 은밀함을 사는 “등가매매(等價賣買)”의 사회가 된 것이다. 유튜브 같은 자기와 타인의 은밀함을 폭로하고 까발리는 폭로의 시대에서 까발리지 않는 자가 오히려 이상한 앨리스 취급을 받는 세상에서 까발려지는 것이 수치가 되지 않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지난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에 즈음하여 KBS 송현정 기자와 86분가량의 생방송 인터뷰를 가졌다. 청와대와 케이비에스의 발표에 의하면 장소나 방송시간 등에 관한 절차적 준비 과정은 있었으나,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등 실체적 내용에 대한 사전 조율은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그런 인터뷰를 원했다고 한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담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라디오나 티브이 생방송 인터뷰를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는 필자로서는 한정된 주제에 대한 인터뷰이지만, 긴장되고 나름 준비를 많이 하였던 경험이 있다. 마이크권(사회권)을 기자나 앵커가 쥐고 있기 때문에 사전 조율된 질문 사항 이외의 것을 돌발적으로 질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그 경우 그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가 없었더라면 곤란한 지경에 빠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인터뷰 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난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생방송 인터뷰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국정 전반에 걸쳐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사항까지 총망라하여 사전에 질문지를 작성하지 않고, 기자에게 모든 질문권을 위임하고, 청와대에서는 예상되는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자체적으로 정리하여 인터뷰에 임했다고 하니, 대통령이 얼마나 국정 현안을 꿰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웬만한 자신감이나 국정 장악력 없이는 감히 시도할 수 없는 대통령의 생방송 인터뷰라고 할 것이다. 방송 내용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직전에 발생한 북한의 발사체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남북관계, 대미관계, 경제관계, 야당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독재자 발언 및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문제 등 국내정치현안까지 광범위한 질문이 이어졌고, 문재인 대통령의 진솔한 대답이 이어졌다. 방송 후 송현정 기자의 태도를 놓고 일부 부정적 여론이 제기하기도 하였지만,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히려 더 적대적 대담이 이루어졌다면 더 좋았겠다.”라는 취지의 대통령 의중을 밝히기도 하였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요즘 발언은 “문재인 정권의 좌파독재”로 귀결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좌파 독재라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송현정 케이비에스 기자가 대통령 면전에서 “야당의 독재자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그러한 단도직입적 질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어이가 없어서인지 잠시 몇 초 동안 “이, 저...”라고 말을 잇지 못하다가 “조금 극단의 표현을 쓰긴 했지만 그것도 하나의 정치적인 행위로 본다.”라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야당의 자유를 인정하였다. 필자는 대담 내용을 시청하면서 최근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사이에 발생한 “배신자” 논란이 떠올랐다. 당시 전두환 군부독재시절 대공분실로 불법연행되어 끌려간 뒤 두어 달 가까이 폭언과 폭행 등 모진 고문을 당한 뒤 작성한 자술서에서 동지(민주화운동을 하던 동료)들을 밀고한 것에 대한 설전이다. 그때 동료 이름을 진술서에 쓰지 않은 불법피체포자들은 없었다. “매 앞에 장사 없다”는 옛말 하나 그르지 않으니, 매일 같이 두들겨 패는데 어떻게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 영화 속 한 장면이나, 소설 속 한 장면에서 영웅이 되어가는 주인공에게나 가상의 세계에서 가능한 일일 뿐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심재철 의원의 “배신자 프레임”은 “민주화 운동세력에 대한 물귀신 작전”임을 간파해야 한다.

그 주요 타겟은 “유시민 재단이사장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다. 너희들도 수사과정에서 “동료를 배신한 배신자였다는 프레임”을 완성시켜 너희들도 변절자라고, 변절자라 비난받는 자기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나약한 자, 배신자이기 때문에 장차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 너희들이 “자신들을 선하게 행동해 온 양심 있는 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선”이라는 오물투척을 의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프레임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미투운동,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형 이재선 정신병원 강제구금시도사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드루킹선거법위반사건 등의 연장선상에 있다.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학생들은 자신들의 자술서에 대한 언급을 구태여 회피한다. 고문에 져버린, 그래서 진술서에 동료의 이름을 쓸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의 나약함이 세간에 언급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문 받을 때의 처참했던, 비굴했던,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굴욕을 자신들의 기억 속으로 불러내오기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의 자술서를 보듬어 안으며 “그래 내가 폭력 앞에, 무자비한 고문 앞에 무너졌듯이 너도 무너졌겠지.” 하며, “내가 너의 이름을 자술서에 쓴 것이 폭력에 의한 것임을 너도 알지, 그래도 나는 네게 미안하다. 그래서 내 이름을 자술한 너를 나도 미워할 수가 없어, 그러니 나에게 미안해하지 마.”라며 무언의 위로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바로 그렇게, 불법연행을 하고, 몇 달 동안 영장 없이 가두어 둔 채 고문을 하고, 수없이 자술서를 고쳐 쓰고 또 고쳐 쓰게 만든 다음, 이를 마지막에 합법을 가장하여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때리고, 녹화사업으로 군대로 강제로 끌고 가던 그때, 바로 자유한국당 소속의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때가 독재시대인 것이다. 모든 것을 합법적 절차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 문재인 대통령 정권을 독재라고 하면 안 되는 까닭이다. 전에도 수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전두환의 민주정의당(민정당)이다. 절대로 같은 당이다. 아무리 이름을 바꿔도 “그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민정당을 몇 차례 이름을 세탁하여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꾼 뒤 “자유한국당은 민주정의당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은 참 바보스러운 거짓말이다. 당명을 백 번 바꾼들, 천 번 바꾼들 민정당이 자한당이고, 자한당이 민정당인 것이지, 다른 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군사독재정권이었던 전두환의 민정당의 이름만 바꾼 자한당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정권을 향해 독재자라고 하면 그건 누워서 침 뱉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러니 말이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당위에서 밀리니 존재에서 앞설 수가 없는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문빠(문재인빠순이), 달창(달빛창녀단)”이라는 비속어 사용이 정치권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공수처법, 공직선거법 등이 패스트트랙으로 안건 상정된 후 이를 비판하며 장외 투쟁을 벌이던 중 군중 연설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합니다.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국민 몫이 된다.”며 정치권의 막말을 자제할 것과 국민을 위한 일에 여야가 따로 없음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장외 투쟁은 계속될 모양이다. 여기에 이번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을 맞아 광주행사에 참가하겠다는 황교안 대표에 대해 “우선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자유한국당 김순례, 김진태, 이종명 의원 등에 대한 제대로 된 국회징계절차를 밟고, 공안검사로서 민주인사들을 탄압했던 과거 전력에 대한 사과”를 먼저 하라는 여권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거기에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황교안 대표에 대해 “5·18 망언 의원들에 대한 국회의 징계처리와 5‧18민주화운동진상조사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면서 “(황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은) 핍박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광주로 가는 것으로 의학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일침을 가하였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는 옛말 하나 그르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말을 험하게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으며 어디로 메아리가 울려 퍼지겠는가?

이런 와중에 필자의 눈에는 작은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가 대한노인회를 인사차 방문한 것에 대한 대한노인회의 발언내용이다. 선진규 전국노인위원장의 발언 요지는 “여태 어버이날에 정당 대표가 노인회를 방문한 적이 없다. 최초의 방문을 환영한다. 여태 우리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에 갇혀 더불어민주당을 너무 무시했다. 이제는 이념에 의해 맹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노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여태 자유한국당이 주도한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우리가 더불어민주당에 너무 잘못했다.”라는 것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유튜브방송이지만,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건물 앞에서 펼쳐지는 “대구시민의 자발적 일인시위”이다. 뼛속까지 대구출신이라며 자신을 밝히는 가정주부, 학생, 중장년의 남성 등이 나서서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자유한국당에 그 동안 속아서 맹목적으로 자유한국당을 지지해 왔는데, 이제는 어르신들 속지 마세요.”라는 취지의 말로 대구시민을 설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중이 수없이 모여서, 시민단체가 수없이 모여서 대형 확성기를 통해 말하는 것은 거의 정치적 수사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한 사람의 일인시위를 통해, 깨어있는 시민의 입장에서 주변인들을 향해 자유한국당 집권 시절의 잘못을 차분하게 열거하거나 현재 낙후된 대구경제를 설명하면서 “더 이상 속지 말자, 어르신들이 계속 속으면 자식들이 불행해진다. 대구 경북 이외의 지역에서 대구 경북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창피하다”라는 취지의 말을 조리 있게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오히려 큰 변화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말이 거칠어지는 것은 정당성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말이 거칠어진 다음에는 반드시 행동이 거칠어지게 되어 있다. 행동이 거칠어지면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 공수처법안과 공직선거법안의 패스트트랙의 당위성에서 밀린 자유한국당의 말이 거칠어지고 있다. 일반인에 비해 공감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의 말이 거칠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거기에 행동까지 거칠어져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기까지 하였으니, 난감할 뿐이다. 말이 거칠어지면 그는 이미 패배자이다. 선한 말을 하는 선한 사람이 되는 것, 참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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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오 2019-05-19 08:31:36
이성을 잃은 편파의 사회 아!대한민국.

박해오 2019-05-19 08:27:39
그때, 바로 자유한국당 소속의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때가 독재시대인 것이다.
고문에의한 자술도 겁에질린 자술도 이해 하지만 거짓섞인 자랑이 문제입니다.그리고 필자는 변호사고 교수고 시인입니다.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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