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50.78%’ 변호사시험 합격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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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50.78%’ 변호사시험 합격률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9.05.03 11:18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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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 알력 싸움이 크다. 좁은 문으로 들어서고자 하는 자들과 못 들어오게 막고자 하는 자들.

흔히 법학과에 입학해 형법 첫 시간에 교수들은 다음과 같은 유사한 사례들을 들곤 한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데 구멍보트에는 20명밖에 탈 수 없다.

1. 더 타고자 하는 A를 먼저 탄 B가 밀쳐서 A가 익사했다면 B를 벌할 수 있는가?
2. 이 때, 선장 C가 A를 밀쳐 A가 익사했어도 C를 벌할 수 있을까?
3. 20명이 하나 남은 빵을 먼저 먹기 위해 싸우다 D가 익사했다면 모두 벌할 수 있는가?

소위 형법에서의 정당행위의 하나로서 긴급피난, 정당방위 등과 관련된, 법학도로 하여금 법적사고를 이끌어 내기 위한 사례들이다.
 

▲ 26일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직전, 기자가 경우의 수를 두고 작성한 합격률 표 / 이성진 기자

법서에나 나올 법한 이같은 사례가, 법조·법학계에서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는 듯해, 씁쓸함을 더하게 한다. 이미 변호사가 된 변호사단체는 회원 변호사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신규 변호사 증원 반대”를 하며 구명보트에 타고자 하는 (로스쿨)예비법조인들을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또 반대로 보면, 예비법조인들은 더 태워 달라고 안간힘을 쓰며 함께 죽자며 매달리는 형국이다.

더 이상 타지 말라고 했음에도 꾸역꾸역 더 타는 바람에 법조시장이라는 구명보트가 침몰하고 있다며 기성 변호사들은 로스쿨을 탓하고, 로스쿨은 기왕 좀 더 튼튼한 배를 만들지 않았냐며 아우성이다.

로스쿨제도라는 타이타닉호를 어떤 목적으로, 어떤 규모로, 어떤 재질로 할 것인지 명확한 설계도가 없었고 설계자도 없어서 일어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또 다른 슬픈 에피소드다.

2019년 4월 26일. 

제8회 변호사시험에서 합격자 1,600명(48.05%)선을 방어하는, 법조계 부활의 날이 될지, 합격자 1,700명(51.05%)을 넘어서는, 로스쿨 흥행의 날이 될지, 아니면 또 이 눈치 저 눈치로 보느라 합격자 1665명(50.0%)이라는 양자 모두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날이 될지, 법무부가 잠시 후 승패의 깃발을 들 예정이다. /

이는 기자가 4월 26일 작성한 기사다. 합격자 발표로 본지 홈페이지가 폭주하면서 서버마저 다운되는 등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결국 송출하지 못했던 기사내용이다.

로스쿨을 도입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있는 2007년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할 때도, 사법시험을 폐지하느냐 마느냐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명문화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하던 2009년 봄 변호사시험법 제정 과정에서도, 2010년과 2014년 연말 등 로스쿨 재학생 수천명이 “법조인 배출 확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제고, 사법시험 존치 반대”를 위해 과정정부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할 때도, 이번 합격자 발표 직전의 법조계, 법학계 동향만큼 긴박하고 역동적인 관심을 끌지는 못했던 같다.

졸업한 수험생 중심의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의 지속적인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활동이 있었고 2월 18일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의 청와대 앞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에 이어 현직 변호사 및 로스쿨 재·졸업생 등이 참여한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가 발족하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 제고를 위한 목소리들이 예년과 견줄 수 없을 만큼 높았다.

2012년 제1회 87.25%에 달하던 합격률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지난해 제7회에서는 49.35%로까지 떨어졌다. 더 이상의 합격률 추락은 방기할 수 없고 특히 50%이상은 넘어야 한다는 제도존립위기 인식이 작용하면서 4월 5일에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도 세미나를 열고 합격률 제고활동에 동참했고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제정의실천연대 등 시민단체도 ‘자격시험화’에 힘을 보탰다. 반대로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단체와 기성 법조단체들의 맞불도 만만찮았다.

결국 법무부는 심의기관에 불과한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의 힘을 빌려, 응시자(3,330명) 대비 50.78%로 1,691명을 합격시켰다. 로스쿨에게는 ‘50% 이상’이라는 명분을, 기성 법조계에는 ‘대폭 증원 억제’라는 실리를 챙겨준 셈이다. 내년 이맘때가 정말정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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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대한변협 2019-05-03 17:09:25
기자님 비유가 틀렸습니다.
"이익"과 vs "생존"이 걸린 집단
어느쪽이 더 절박할까요?
변호사 수 몇백명 는다고 기존 변호사들 자격증이 사라지거나 당장 수입이 반토막 나는건 아니지만, 로스쿨생 개개인은 로스쿨 입시 + 변시 N수까지 합하면 3년에서~9년의 시간과 인생을 건 건데 로스쿨 졸업해 변탈자, 오탈자가 된단건 단순한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이번 생애 죽고사는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양측이 대등한 가치를 두고 싸우는게 아니란거죠...(뭐 인간이란 남들 자살을 하든 당장 내 수입 몇십 줄어드는게 더 뼈아픈 동물이지만)

keg0818 2019-05-03 14:19:51
사회에서 일하다보니 저의 직무에서 법지식이 필요한 일들이 많더라구요. 관심있어 로스쿨알아보니 진입문턱이 매우 높더군요.나이도 있고..국민 누구나 법수범자이고 법을 바탕으로한 업무영역을 가지고있어 법을 공부하고싶은데 막상 로스쿨들어가기가...온라인로스쿨이나 야간로스쿨이 설립되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다면 그래서 현업과 더불어 법무를 한다면 이것이 진정 법조사회가 아닐까요. 직역이기주의를 버리고 국민의 편에 서서 로스쿨개혁이 이루어졌으면하는 바람입니다.

폐지주장 2019-05-03 17:18:14
로스쿨 제도는 거짓이고, 폐지는 진실입니다!! 로스쿨 제도 폐지하라!!

ㅇㅇ 2019-05-03 23:37:40
솔직히 기사는 양비론이지

대한민국에 교육으로 자격증 주는데 밥그릇 보호해달라고 죽는 소리 안하는단체가 어디있냐? 그런데도 합격률이 90퍼센트 넘어가는것은 어떻게 설명해냐 되냐?

변시 누적 불합격자가 1600명 정도 되는데 한해 평균 200명정도만 더뽑았으면 되는거 아니냐? 이정도 숫자가 조정이 불가능한 정도냐?

그냥 처음부터 로스쿨이 싫었고 자격증 줄여서 지대 추구 하고 싶었던게 법조직역이 유별난거지 로스쿨제도 도입에 1도 관여안한 학생들이 뭔 죄라서 같이 욕을먹어야 되냐?

이게 나라냐 2019-05-03 20:34:28
수험생들이 떼쓴다고 합격자가 고무줄처럼 늘어나기도 하는 전무후무한 참 희안한 제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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