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보면서 느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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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보면서 느낀 것
  • 송기춘
  • 승인 2019.04.26 11: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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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재판관은 헌법의 해석·적용을 통하여 헌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사법작용을 담당한다. 그렇기에 민사나 형사에 관한 법률을 다루는 법관에 비하여 헌법적 전문성을 더 가져야 한다고 할 수 있다. 헌법적 전문성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인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권감수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권보장이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와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넓은 안목도 필요하다. 헌법이 관심을 두는 인간, 사회와 국가에 관한 수많은 쟁점에 대한 관심과 그로 인한 인간의 아픔과 절망을 느끼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한국사회의 주류집단에 속한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픔 곳을 보고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공감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법관 정도면 그 정도는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는 법관을 만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헌법이 다른 규범보다도 민주주의 등 가치를 지향하고 추상적이므로 헌법재판관에게는 우리 헌법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바른 이해와 신념이 필요하다. 또한 이에 관한 결정이란 매우 정치적 성격을 가지기 마련이므로 우리 사회와 역사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없이는 헌법적 판단을 그르칠 가능성도 있다. 헌법규범은 언제나 그 역사적·정치적 맥락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법기관의 하나인 헌법재판소와 그 구성원인 재판관으로서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할 것이다.

얼마 전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임명되었다. 여성이자 진보로 분류되는 재판관이어서 이제 진보적인 헌법재판소가 출범하였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재판관의 청문과정에서 보면, 그가 정말 진보적인 사람인지도 드러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헌법재판관으로 적절한지까지 의문을 가지게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남편이 한 것이라고 주장되는 주식거래도 작은 문제는 아니다. 아무리 주식거래를 다른 사람이 했다고 해도 법관인 부인이 명의를 빌려주었다면 주식거래로 인한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송에서 부부관계에 있으면 법관 제척도 되지 않는가. 특히 단지 명의뿐일지라도 수십억대의 거래를 하는 법관이라면 그 회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소송당사자로부터는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식거래를 남편이 했든 안 했든, 거래주식 관련 회사와 관련되는 소송을 담당했든 하지 않았든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의심을 살 만한 것이었다면 결코 적절한 것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그가 주요한 헌법적 이슈에 대해 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생각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라도 제대로 정리된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것은 헌법재판관이 되기에는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지천명의 나이인 사람이 자기 생각이 없을 수는 없다. 특히나 법관이라면, 헌법재판을 담당할 재판관 후보자라면, 자기의 명확한 생각을 밝힐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낙태죄나 5·18에 대한 망언 또는 혐오발언에 대해서도 자기 생각을 밝히지 못하는 태도는 실로 경악할 만한 것이었다. 그는 여성후보자로서의 감수성이나 여성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것도 잘 보여주지 못했다. 설사 그게 반대의 빌미를 주지 않고 청문회를 잘 통과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었다고 좋게 봐주려 해도 도저히 그럴 수가 없는 일이었다는 점은 말해두고 싶다. 대법원 판례를 충실하게 따르고 자기 생각을 밝히는 것이 조심스러운 법원에 오래 근무하였다고 하더라도, 청문회 자리는 법관이 아니라 헌법재판관이 되기 위해 심사를 받는 자리이므로 청문회에서는 헌법재판관이 되기에 적절한 언행이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이미선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였다. 비록 면접에서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 동안 법관으로 활동한 바가 재판관으로서 넉넉한 자질을 가졌다는 여러 평가 때문일 것이다. 반론도 적지 않지만, 이토록 대단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것도 그로서는 큰 복이라 생각한다. 필자의 주변에서도 청문회를 보고 실망하면서도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재판관이 여러 사람들의 우려를 보란 듯이 씻어주는 좋은 결정으로 응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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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로재학생 2019-04-27 16:09:00
아무리 문재인정부를 옹호하려해도 아닌건 아닌겁니다 교수님...
말씀하신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질은 차치하고라도... 이미선후보는 자유한국당이 세운 후보였다면 민주당에서도 결사 반대했을게 불보듯 뻔한 인사입니다... 결국현정부와 집권여당의 극단적인 내로남불이 다시한번 여실히 드러난 인사란 말이지요... 이미선후보는 일반 국민들은 상상도하기어려운 "부"를 일반 국민들은 상상도하기 어려운 투자수익률로 순식간에 일궈놓고... 이젠 헌법재판관이라는 "명예"까지 얻었군요... 사람이라면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은 알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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