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74 / 단독주택 공시가격 검증 그리고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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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74 / 단독주택 공시가격 검증 그리고 균형
  • 이용훈
  • 승인 2019.04.26 11:2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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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한 달에 한 번 꼴. 회사 책상을 작심하고 정리한다. 수북하게 쌓아 놓은 각종 이면지들을 먼저 분류한다. 보관해야 할 서류는 스캔해서 파일함으로 보내고, 폐기할 문서는 한가득 안아 계단실 부근에 갖다 놓는다. 물 묻은 화장지로 책상 먼지를 닦아내면 끝나는 월례행사. 꼭 날짜를 정한 것도 아닌데, 한 달 주기로 돌아오는 걸 보면, 신체리듬의 한 형태인지도 모르겠다. 퇴근 전 매일 책상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사람들이 보면 경악할 내 책상이 이렇게 정돈되는 일련의 과정이 내 입장에선 ‘평형상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화학반응에서 ‘동적평형’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반응이 계속 일어나면서도 외관상 정지 상태처럼 보일 때를 지칭한다. 분자가 결합하는 반응과 화합물이 결합 전 상태로 분해되는 반응의 속도가 균형을 이루면,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정적인 상태에서의 균형이든 활발한 움직임 속에서 평형을 이뤄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든, 균형 내지 평형상태는 안정감을 주고 피로를 날린다.

처가 쪽 친척 중에 갑상선 암 수술을 받은 분이 계시는데, 수술이 잘못됐다고 난리를 친 적이 있다. 의사 쪽 말을 들어봐야겠지만, 그분 주장은 갑상선만 떼어냈어야 하는데 멀쩡한 부갑상선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수술 후 회진 온 의사를 붙들고 돌팔이라고 욕하자, 의사가 ‘갑상선만 살짝 떼어내려 했는데 그 옆에 게 딸려 나왔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니, 사실이면 욕설 바가지로 듣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될 일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핀셋처방’이라는 말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살짝 빼낼 것만 집으려고 사용하는 정밀한 도구지만, 그걸 사용하는 누군가는 의도치 않게 다른 걸 빼내는 실수를 할 것만 같아서.

잠깐 언론에 몸담았던 이로서, 우리 언론의 보도 행태는 상당히 불만족스럽다. 최근 단독주택 공시가격 오류 문제를 짚은 언론마다 한 발 더 들어가는 기사를 낸 곳이 없다. 이런저런 논란이 있다는 정도다. 기사의 내용 보면, ‘정부가 고가주택만 핀셋 인상해서 불균형이 발생했다’거나 ‘지자체 공무원이 써야 할 표준주택을 놔두고 고의로 가격 낮은 표준주택을 연결시켰다’는 정도다. 실제 업무를 담당한 사람들의 얘기를 자세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일은 애초에 암초가 많다.

대규모 하천, 습지 등에 의해 인간이 사용할 땅이 단절되지 않는다면, 토지는 한정 없이 이어져 있다. 그런 토지에 공시지가가 책정돼 있다. 가격표 없는 토지는 극히 예외적이다. 큰 도면에다 면, 동, 리 단위로 지적을 만들어 공시지가를 기입해 놓으면, 온통 숫자로 뒤덮인 도면이 가관이다. 도로를 따라가면서 숫자가 춤을 춘다. 롤러코스터처럼 숫자의 오르내림이 선명하다. 수학적으로 연속함수다. 불연속적인 점이 튀어나오면 100% 사고다. 토지 특성 기입 오류 아니면 엉뚱한 표준지 연결이다. 연속함수이기 때문에, 사고발생지점은 도드라지고 사고원인 파악은 용이하다. 그런데,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불연속함수다. 사고 원인이 잘 드러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단독주택공시가격을 토지와 같은 지적도면에 기입한다고 치면, 주택부지만 골라 숫자가 들어간다. 숫자가 듬성듬성 보일 것이다. 도로를 따라가다가 주택을 만나면 숫자가 튀어나오고 상업지나 공업지가 이어지는 한동안은 공백이다. 도로 길이가 100미터고 주택 2채가 50미터 간격으로 있었다면 두 주택의 공시가격 격차가 적정한지는 알 길 없다. 공백을 메운 숫자가 이어져 있었다면 보였겠지만, 그 도면만 봐서는 오리무중이다. 행정구역 경계에서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틀어져 있는 불균형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불균형을 발견할 누군가 있지 않다면.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토지와 건물가액을 합산하여 결정하고 있다. 도심에서는 주택가격 중 건물가액의 점유율이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런 구조라면, 공시지가를 입힌 도면에 주택 공시가격을 구성하는 토지가액을 병기하지 않는 이상, 주택의 공시가격이 제대로 결정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연속적인 공시지가 곡선에서 주택의 토지가액이 동떨어질 때에야 사고 위치가 식별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시지가의 균형을 보는 자만이 주택 공시가격의 균형도 논할 수 있다. 지자체의 실수라고 말하기 전에, 검증하는 사람이 도면을 제대로 봤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균형 잡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건축 현장의 다림줄은 장식용이 아니다. 지자체 공무원의 실수가 있었는지 검증하는 사람의 책임감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단독주택 공시가격 검증은 태생적으로 힘든 일이다.

직원 연봉도 균형 맞추기가 얼마나 어렵나. 이 놈 올리면 저 놈도 올려줘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로 입사 1년차 직원 연봉 상승률이 두 자릿수가 된다면, 위쪽도 그냥 놔 둘 수 없다. 대리와 과장, 차장과 부장의 적정한 연봉 격차라는 게 있으니까. 균형을 맞추는 일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단독주택 공시가격 검증은, 토지가격의 균형을 아는 자에게 일임해야 하는 이유다. 언론도 이런 식의 원론적인 접근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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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상품 2019-06-22 17:36:40
살다가 주고 받는 재미도 있어야 되지 않습니까? 음......나는 잘 모르지만 그럴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감정평가상품 2019-06-22 17:30:30
나는 잘 모르지만 객관화 구체화된 수익방식 속에 비용성도 수익성도 있겠고 음......뭐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부동산시장분석이라는 것이 비용성과 수익성을 밝히고 합리적 영역부터 두고 보자......그거 아닌가요? 음......아무튼 부동산분석절차에 대해서 자세히는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많으니 그것도 특수하죠.

감정평가상품 2019-06-22 17:27:59
특수한지 특수하지 않은지 그거 어떻게 아느냐? 음......합산도 해보고 그냥 한방에 묶어서도 하는데 합산한 것들이 더 크면 그냥 연기옵션으로 가자 그렇게 되더라구요???? 그와 반대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아무튼 감칙7조 그거 참 대단한 녀석들이죠. 그거 알려면 어차피 3방식 다 해야만 되니 12조도 있고 그렇네요.

감정평가상품 2019-06-22 17:25:10
단독주택적정가격은 특수한 상황이라 일괄평가한 후에 공시지가기준법에 맞게 토지차감법이죠. 그런데 공시지가라는 것이 1년 후에 완공이 된다고 생각들을 하니까 이론상 시장가치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1년 내에 완공확률도 문제고 또 완공은 커녕 연기옵션들도 있고 이것 저것 그냥 20%정도 할인하자 그것이죠. 어차피 총액은 특수하니까요. 또한 일단의 지역적 가격덩어리들을 총액으로 시장가치비율로 또 자기들끼리 키높이를 하는데 음......오죽하면 국세청 공정시장가치비율이 있겠습니까? 결국 특수하다 그것이죠. 나지상정 토지차감법이라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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