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호사의 길을 고민하며, 법무부에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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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변호사의 길을 고민하며, 법무부에 고한다
  • 법률저널
  • 승인 2019.04.24 18:36
  •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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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O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9기(3학년)

법원행정처발 사법농단의 파동이 이어지던 2018년 10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재학생들은 총투표를 거쳐 “사법부에 고한다: 사법농단 사태 앞에서 사법의 길을 고민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그리고 오는 26일, 법무부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식을 논의한다. 또 한 번 우리 법조계의 명운을 바꿀지도 모를 이 날을 앞두고, 변호사의 길을 고민하며 법무부에 고한다.

재학생들은 직전 변호사시험 응시자들과 오랜 기간 학교생활을 함께했다. 그래서 응시자들이 대다수가 법조인이 되기에 손색이 없는 훌륭한 법학지식과 소명의식을 갖추었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현행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은, 매년 증가하는 응시자 수와 관계없이 늘 1,600명 선으로 고정되어 있다. 그로 인해 지난해까지 쌓인 불합격자 수는 무려 1,641명이다. 이렇듯 로스쿨의 이른바 ‘실력자’들도 변호사시험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은 변호사시험을 앞둔 로스쿨 재학생들을 압박한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변호사법 제1조 제1항). 법률가에게 판례는 인권과 사회정의를 바로세우는 데 좋은 참고자료이지만 그 자체로 정답일 수는 없다. 복잡다기한 현실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며 다양한 법리를 심도 있게 고민하여, 좋은 판례는 발전시키고 잘못된 판례는 바꾸어내는 것이 진정한 법률가의 역할이다. 그러나 매년 변호사시험 응시자 중 절반 이상이 불합격 통보를 받고 변호사가 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로스쿨 학생들은 인권과 사회정의의 본질을 고민할 여유가 없다. 변호사시험 합격을 위해 기존 판례를 기계적으로 암기하며 답습하는 수험전략을 선택할 뿐이다.
 

▲ 2018년 3월 17일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가 청와대 앞에서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를 위한 집회를 가진 가운데 한 참가학생이 합격률 제고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피켓을 내려놓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사진은 기고자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습니다) / 법률저널 자료사진

지난 2017년 5인의 대법관은, 8인의 법정의견에 맞서 형벌 부과에 따른 자유권 제한을 최소화하려면 국외에서의 미결구금일수도 국내에서 집행하는 형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대법원 2017. 8. 24. 선고 2017도5977 판결). 그 이듬해에는 4인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5인의 법정의견에 맞서 경남 밀양에서 경찰이 송전탑 설치 반대 농성을 벌이던 주민들을 농성장 밖으로 강제로 이동시킨 행위가 당해 주민들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하므로 유사한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당해 행위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결정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역설했다(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마681 결정).

이들 반대의견에는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법률가의 고민이 담겼다. 시민들은 이 반대의견을 낸 법관들과 같이 비판적 사고를 통해 시민의 기본권을 능동적으로 보장하는 법률가를 원한다. 하지만 변호사시험에 매몰돼 법학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이 뒷전으로 밀려난 지금의 로스쿨에서 그런 ‘좋은’ 법률가의 탄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변호사시험 응시생들은 로스쿨에 진학하여 최소 3년 이상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법학을 공부한 뜻있는 사람들이다. 일정 수준의 법학지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할 때, 비로소 법은 법대(法臺)에서 내려와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법률가와 시민 모두를 위해 그 소임을 다할 수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식 정상화, 자격시험화는 그 첫걸음이다.

한편, 변호사단체의 ‘변호사 수는 이미 포화’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들은 아직도 ‘내 옆의 변호사’를 체감하지 못한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8년 8월 기준 법원 23곳 중 21곳이 법관 부족상태다. 더 이상 새롭지 않은 판사·검사들이 과로사 뉴스는, 2017년 기준 서울중앙지법 판사 1인의 처리 사건 수 연평균 1233.9건, 서울중앙지검 검사 1인의 처리 사건 수 월평균 200여 건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이는 판사·검사의 생존과 삶의 질 문제를 넘어, 국민의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보장 문제로 이어진다.

로스쿨 도입의 중요한 취지 중 하나는 ‘대국민 법률서비스 문턱 낮추기’다. 이를 이루려면 변호사 증원 뿐 아니라 사법부・법무부의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 그런데 최근 판사를 돕는 재판연구원(로클럭) 증원은 200명에서 250명으로 늘었을 뿐이다. 변호사도 늘어야 하지만 법조 공무원도 늘어야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낮게 제공할 수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법조 인력 충원은 그 첫걸음이다. (이 글이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의 입장을 대표하지는 않습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본지는 법조인력양성제도와 관련한 어떠한 의견에도 열려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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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2019-04-26 08:41:52
로스쿨 폐지하고
공정하게 사법시험으로 승부보자
사법시험 때는 이렇게 떼로 몰려가서 시위하지 않았는데
법률가가 될 사람들이 시위를 먼저 몸소 실천하니 안쓰럽다

ㅇㅇㅇ 2019-04-25 17:13:14
법조 공무원 늘리려면 법원직 공무원을 뽑으면 되는거고 변호사가 늘어난다고 법조문턱이 낮아지지는 않아요. 당신이 당장 변호사사무실가보면 알수 있음. 전관예우가 더욱 문제임.
즉 글쓴이는 장황하게 애둘러 썼지만 결국 합격자 늘려달라는 것밖에 안됨. 이미 변호사는 2만명이 넘었지만 법조문턱이 낮아졌다고 느끼는 사람 아무도 없음. 법조문턱을 낮추는건 전관예우를 없애야 하는거지 로스쿨생 변호사 시킨다고 달라질껀 하나도 없다. 아무나 변호사 시켜서 애먼 의뢰인만 피보지.

2019-04-25 16:12:46
비싼돈 냈으니 합격률 올려달라는걸 장황하게 써놨네
그렇게 로스쿨에 실력자가 많으면
비로스쿨생에 변시 개방하고 한해 2천명 뽑아보던가
로스쿨생들 티오 줄줄이 뺏기고 초상집일껄?
합격률 올리라 징징댈시간에 책한자더볼듯
실력자들은 적게뽑는걸 좋아할걸?
나중에 합격하고 필드에서 경쟁할 자들 줄어드니까

ㄹㄹ 2019-04-25 12:47:21
이거시 바로 좌파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교육제도, 우덜식 교육제도임. 좌파 교육제도의 특징은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열린 경쟁이 아닌 우덜식, 즉 울타리를 쳐서 그 안에서만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경쟁하는식임. 더구나 가장 큰 문제는 그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 조차 우덜식 기준이라는 것임.

ㅇㅇ 2019-04-25 12:05:17
앞으로 로스쿨생들 보면 한 마디씩 하죠
'공부 좀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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