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회피하려 소정근로시간 단축한 취업규칙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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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회피하려 소정근로시간 단축한 취업규칙 무효”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9.04.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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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합, 정액사납금제의 폐해 시정 위한 취지 강조
‘최저임금 산입에서 생산고에 의한 임금 제외’ 강행규정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에서 산입되는 임금’에서 제외하는 최저임금 특례를 피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취업규칙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최근 정액사납금제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택시회사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 조항을 변경한 것에 대해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결했다.

정액사납금제는 운송수입 중 일정액을 사납금으로 회사에 납부하고 이를 제외한 초과운송수입금과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의 임금형태다.

A택시회사는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 즉,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 시행되자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취업규칙 변경을 했다.

이에 B 등은 변경된 취업규칙조항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임금액에 미달한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특례조항 등 최저임금법 규정은 헌법상 국가의 의무로 규정된 최저임금제를 구체화해 택시운전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법규”라며 “이러한 입법취지를 회피하기 위해 이뤄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은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어 “국회가 이 사건 특례조항 도입에 따른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인식한 상태에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안정된 생활 보장 등의 입법 효과를 고려해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입법한 경위를 고려하면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유효하다고 보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실질적 규범력을 약화시키는 해석론을 전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및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실질적으로 의도하고 있는 국민의 안전 및 교통편익 증진과 같은 입법 취지를 근로관계 당사자가 개별적 합의를 통해 잠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유효하다고 해석하는 경우 이 사건 특례조항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를 계속 조장할 우려가 있고 택시운전근로자들이 근기법 등의 적용에서 큰 불이익을 입을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대법원 다수의견은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액을 계산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이기택, 조희대, 김재형, 이동원 대법관은 다수의견과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이기택, 조희대 대법관은 “이 사건 특례조항과 최저임금법상 다른 조항들은 그 입법목적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고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초과운송 수입금과 고정금은 일정한 상호관계에 있다는 사정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데 다수의견은 기존 최저임금법에 관한 해석론을 그대로 적용한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김재형 대법관은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무효가 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수 의견과 입장을 같이 했지만 “근로관계 당사자가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의욕하였을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한 다음 이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액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동원 대법관은 “사용자에게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과 관련해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근로관계 당사자들 사이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으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후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이 최저임금법상 임금액에 미달하게 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은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의 성격을 가지는 초과운송수입금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사전에 확정이 어려운 가변적인 임금이어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총수입액이 불안정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운송수입금이 적은 경우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정도의 임금조차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문제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법원이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은 탈법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선언함으로써 “정액사납금제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마련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그 규범력을 존중하는 해석을 했으며, 택시운전 근로관계에서 적정한 임금 체계가 형성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했다”는 의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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