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진정한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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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진정한 의미는?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9.04.17 18:51
  •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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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교수協 ‘변호사시험을 점검한다’ 토론회 개최
인원 통제 중단·수험부담 완화·현실적 한계 등 논의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10년, 변호사시험의 운영 및 합격자 결정방식에 대한 의견 대립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변호사업계 등에서는 법조시장의 포화 등을 이유로 합격자 수 제한을 주장하고 있고, 반대로 로스쿨 학생들과 교수들은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주장하고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통제와 그로 인한 저조한 합격률로 인해 로스쿨은 고시학원화하고 로스쿨생들은 고시생화하는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라는 표현은 로스쿨 도입 당시의 논의부터 언급돼 왔으나 그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법학전문대학원교수협의회는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변호사시험을 점검한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 안혜성 기자

일정한 기준점만 넘기면 통과하는 절대평가가 자격시험화라고 본다면 ‘입학정원 대비 75% 이상’ 즉 1,500명 이상은 합격시킨다는 현행 방식보다 오히려 더 적은 인원이 합격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합격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응시자 대부분이 합격하도록 하는 것이 자격시험화인가. 이 경우 합격자의 역량을 담보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의 합격률에 대한 합의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난 16일 법학전문대학원교수협의회에서 개최한 ‘변호사시험을 점검한다’ 토론회에서는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논의에서 극복해야 하는 문제점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창록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먼저 로스쿨 도입을 위한 일련의 논의에서 변호사의 배출 규모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전했다.

김 교수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는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어야 하며 ‘자격시험’은 일정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 모두 합격시키는 시험이어야 하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호사시험법안의 성안을 법무부가 주도하게 되면서 ‘변호사시험=자격시험’이라는 대전제가 무너졌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어 “그 과정에서 로스쿨 원장들은 ‘자격시험’이라는 원칙은 접어둔 채 ‘총입학정원 대비 합격률’이라는 편법에 휘둘려 그 비율을 50% 이상으로 만들겠다며 유례가 없는 비교육적인 방안인 ‘학사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는 참사를 자진해서 만들었다. 합격자 수를 1,000명에서 1,500명으로 끌어올린 것은 로스쿨 학생들의 실력행사였다”고 평했다.
 

▲ 김창록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시험법에 합격점을 명기하고 시험의 난도를 ‘로스쿨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경우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합격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안혜성 기자

김 교수는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수를 통제하는 이상 로스쿨은 교육이 아니라 시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대안으로 변호사시험법에 합격점을 명기하고 시험의 난도를 ‘로스쿨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경우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합격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현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미국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의 변화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심층면접 연구 내용을 소개했다.

박 교수의 발표를 요약하자면 미국 변호사시험도 객관식, 사례형, 기록형 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최근 5년 이내에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면접 대상자들 대다수가 변호사시험에 대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며 로스쿨에서도 변호사시험 수험 준비를 위한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로스쿨에서의 수업은 대체로 필요한 자료의 리서치와 논리적인 글쓰기 능력 등을 배양하는 내용을 위주로 이뤄졌고 이같은 역량은 변호사시험의 사례형과 기록형 등에 도움이 됐다는 것. 일부 면접자들이 사교육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시험 유형에 적응하고 문제를 빨리 풀기 위한 훈련 정도로 이용했다.

변호사시험의 난도에 관해서는 대부분의 면접자들이 무난했다고 평가했다. 로스쿨에서의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친 경우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미국 변호사시험이 무난하다고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원리, 원칙 위주로 문제가 출제되고 판례의 단순 암기나 지엽적인 쟁점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변호사시험은 ‘통합 변호사시험(UBE)’이 확대되면서 한층 더 수험부담이 완화됐다는 평이다. 각 주별로 시행하던 시험이 통합이 되고 있는 추세로 2011년 미주리주와 노스다코타주를 시작으로 2021년 도입을 결정한 텍사스를 포함해 33개주로 적용이 확대됐다.
 

▲ 박종현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미국의 사례와 연구 내용 등을 바탕으로 전문적 상설기관에 의해 적절한 난이도와 변별력을 갖춘 문제를 출제하고 로스쿨에서는 리걸 라이팅과 실제 사례를 통한 법문서 작성과 변론 등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 안혜성 기자

UBE는 단순히 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르는 게 아니라 연방법과 각 주법이 세션을 나눠 출제되던 기존 객관식 시험이 연방법만으로 범위가 축소됐고, 사례형은 연방법을 기초로 해서 풀거나 주법을 바탕으로 해서 풀거나 무관하다는 점에서 수험 범위가 축소되는 결과를 냈다.

또 획득한 점수가 자신이 지원한 주의 합격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UBE를 실시하는 다른 주의 합격선은 넘길 수 있는 경우 지원한 주를 바꿔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고, 한 번의 시험으로 여러 주의 자격을 획득할 수 있게 된 점도 수험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박 교수는 미국의 사례와 연구 내용 등을 바탕으로 변호사시험의 객관식은 사례풀이식으로 출제하고 최근 판례나 지엽적인 쟁점의 출제는 지양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례형은 보다 다양한 선택과목을 포함하고 이 중 무작위로 선정된 3~4 과목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을, 기록형은 사안 해결에 필요한 자료와 필요 없지만 혼동을 주는 자료를 섞어 제공하고 이에 기초해 사안에 대한 의견서를 정해진 포맷대로 작성하는 미국 MPT식 방식을 도입함과 동시에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아울러 단기간 내에 합숙 출제를 하는 현행 방식 대신 전문적인 상설 출제기관을 설립해 적정한 수준의 난이도와 변별력을 확보하도록 하고, 로스쿨에서는 리걸 라이팅(legal writing)에 대한 연습과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법률문서를 작성하고 변론을 해보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에서의 교육이 ‘판례의 단순 재생산’에 그치게 하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변호사시험은 판례의 결론을 단순 암기해서 푸는 형태로 출제되고 대량 충원된 실무가 교수들은 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판례가 통설이 되고 단순 재생산된다는 비판이다.

한 교수는 “이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변호사 중심의 체계가 돼야 한다. 변호사가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의 이해에 맞춰 새로운 법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의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수 통제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말하는 ‘법률시장의 어려움’에 대한 비판도 내놨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 변호사업 매출 규모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할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10대 로펌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가 많아서 굶어 죽는 게 아니라 거대 로펌이 싹쓸이 해가서 굶어 죽는 게 맞다. 그런데 신규 진출자만 통제하고 그래서 로스쿨만 죽어나간다. 배부른 변호사 때문에 법학교육이 엉망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변호사가 많아지면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 교수는 “질 떨어지는 변호사는 숫자 제한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경쟁과 징계 등의 사후통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질 확보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엉뚱한 데에 비난의 축을 맞춰두고 법학교육 체제를 왜곡하고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 수 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제시하는 '법률시장의 어려움'은 신규 변호사의 배출 규모가 아닌 거대 로펌의 독과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안혜성 기자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오현정 변호사는 발제자들의 의견에 대체로 공감을 표시했다. 오 변호사는 “1,500명대로 수량 통제 하에 이뤄지는 현행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방식은 극복하고자 했던 사법시험 제도와 동일한 폐단을 발생시키고 있다”며 “참여정부에서 어렵게 피워낸 사법개혁의 단초인 로스쿨이 진정한 결실을 맺기 위해 도입 취지를 잘 이해하는 현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성진 법률저널 기자는 진입 장벽 여부 등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는 다양한 자격시험의 운영 상황을 소개하며 “대한민국의 국가자격시험에는 완전자격시험은 없다”고 단언했다. 합격점을 넘기면 되는 절대평가 방식을 표방하고 있는 시험들도 시험의 난도 조절 등을 통해 수급을 통제하고 있고 교육을 전제로 하는 의료보건 자격증의 경우 도제식 운영 등의 특수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로스쿨의 경우 자격시험화를 위해서는 ‘입구에서의 통제’를 완화하고 변호사의 실력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5개로 한정된 로스쿨의 문호를 개방해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입구의 확대를 통해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 하고 변호사시험에 대한 불신을 깨기 위해 적극적인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게 이 기자의 생각이다.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가장 큰 차이는 입구의 진입장벽이 없다는 것이다. 출구도 거의 통제하지 않는다. 미국의 탈락자들이 크게 저항하지 않는 이유는 충실히 교육을 받으면 합격이 거의 보장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로스쿨과 회사가 같이 법률가를 키우고 양성하는 체계다. 이런 이해가 우리 법률시장에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존 법률가의 인식과 태도가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법조인이 사회 곳곳에 들어가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치열한 경쟁은 다 마찬가지고 삶이 보장되는 영역은 없다. 개혁 초반에는 25개만 인가를 해도 향후 확장을 생각한 개혁이었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앞뒤를 다 틀어막게 됐다. 이중의 제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 법학전문대학원교수협의회는 이번 토론회를 포함해 총 4회에 걸쳐 변호사시험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백서로 도출할 계획이다. / 안혜성 기자

이경수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공동대표는 “변호사시험의 부담을 완화하지 않는다면 로스쿨 교육은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왜곡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전문가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은 경쟁을 통한 선발이 아니라 시험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의 충실한 교육이다. 현재의 변호사시험은 사법시험과 다르지 않다. 사법시험의 경우 고부담평가 후 연수원에서 실시되는 저부담 평가가 이어지며 수험 외 교육이 설 자리가 있었지만 현재의 변호사시험은 고부담 평가가 끝난 후 6개월의 수습기간을 빼고는 수험 외의 어떤 교육도 이뤄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출구단계의 인원 통제에 의해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법조인 숫자는 로스쿨의 입학정원으로 통제했어야 한다. 현재처럼 인원을 통제하는 극도로 높은 부담 하에서는 시험방식이 어떻게 바뀌든 학생들이 ‘시험을 잘 보는 기술’을 찾아가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로스쿨 교육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이유는 합격자 수가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법학전문대학원교수협의회는 이번 토론회를 포함해 총 4회에 걸쳐 변호사시험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백서로 도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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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2019-04-18 20:12:26
4년 이상의 건실한 학부 생활을 통한 학점 경쟁과 스펙 경쟁, LEET시험, 각 학교 입학시험, 3년간 12번의 시험과 유급제도, 법조윤리 시험, 3년차 세 차례의 전국 모의 시험, 전국 단위인 검찰시험과 재판실무시험, 졸업시험 등을 거쳐서 겨우 치르게 되는 변호사시험에서 다시 40%만 합격시키는 방식은 정말 과도한 것입니다.
입학정원을 줄이고 현행 합격자 수준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합격률 정상화를 이뤄내길 바랍니다. 1700여명 입학 정원에 1500명 이하 합격자 제도로 운영하면 충분히 양질의 제도로 기능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2019-04-17 19:01:46
그러니까 입학정원은 줄이고
뽑은 이상 변시합격자수는 지원자의 75%로 해야한다
이번 8회 수험생들에게도 60-70% 합격률은 적용되어야 합니다

뻔뻔한 것들 2019-04-18 11:40:44
니네들 합격하고 싶어서 로변 대량 생산하는 것이 곧 서민들을 위하는 둥, 이런 서민팔이 하지 마라. 서민들은 말이다. 조무사가 필요한 게 아니라 변호사가 필요한 거다. 그리고 서민들에게는 로변 대량 생산하는 것보다 법무사에게 소액소송대리를 주는 게 훨씬 낫단다. 그리고 유사직역이라고 깎아내리는 그분들이 훨씬 스페셜티 하다. 변호사 만나기 전에 이분들 만나서 싸게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단다. 정녕 서민들을 위한 소리라면 그딴 개소리는 하지 말아야지. 자꾸 실무실무 거리는데 그러지 마라. 추하다

폐지주장 2019-04-17 19:24:55
로스쿨 제도 폐지하라!

00 2019-04-18 13:38:56
법무사들이 불쌍하다. 좁밥들은 3년만에 변호사라며 소송대리권을 주는데 수십년간 법원검찰에서 실무담당하던 분들은 저 좁밥들의 3년도 안쳐주니, 뭐 시험출신들은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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